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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Calbuco

깔부꼬 언덕 위의 인상적인 방풍림


-깔부꼬 언덕위의 인상적인 방풍림-




여행자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뿌리깊은 고목
 


한 눈에 봐도 수 백년은 더 넘어 보이는 고목이 서 있는 곳은 칠레의 로스 라고스(쟝끼우에) 주(州) 깔부꼬(Calbuco). 본격적인 남부 빠따고니아 투어에 앞서 마지막으로 들러본 작은 도시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대략 57km 정도에 위치한 깔부꼬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버스편으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곳.

남부 빠따고니아로 떠나면 다시 이곳을 둘러볼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또 궁금한 지역이었다. 무엇보다 뿌에르또 몬뜨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때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주변의 가까운 곳을 나들이 할 때는 으례히 챙긴 햄버거와 치즈버거와 삶은계란 대신, 이번에는 쇠고기 장조림과 쌀밥 도시락을 챙겼다.




처음 가 보게 되는 낮선 도시지만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바닷가 전망 좋은 곳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겠다는 판단.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볕은 따가울 정도로 쨍쨍 내리쬐는 데 바람은 또 얼마나 거센지. 그곳 깔부꼬의 어느 바닷가 언덕에 거대한 고목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방인의 방문에는 냉랭했다. 바람 때문에 생각 만큼 따뜻한 소풍은 아니었던 것. 그러나 그곳에서 매우 인상적인 방풍림 고목을 만나는 한편, 기억에 오래토록 남을 조개무덤을 발견하게 됐다. 남부 빠따고니아로 떠나기에 앞서 방문한 작은 도시 깔부꼬의 일면을 살펴본다.




깔부꼬로 가는 길





우기가 끝나가는 뿌에르또 몬뜨의 하늘은 우중충 했다. 5번 국도변에는 아르힐라가 숲이 노란꽃을 피운 모습. 버스 속에서도 그 향기를 기억해 낼 만큼 지독하게 달콤한 향기를 지닌 아르힐라가였다. 한국의 봄나들이에 개나리꽃이 노랗게 반겨준다면 이곳 칠레에서는 아르힐라가의 노란꽃이 여행객을 반겨주는 곳.




그 길을 따라 뿌에르또 몬뜨에 인접한 깔부꼬로 소풍을 떠나는 것.




용케도 앞자리를 차지하고 5번 국도변에 펼쳐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게 됐다.




깔부꼬에는 목재가 많이 생산되는 곳. 5번 국도에는 땔감이나 목재로 사용될 나무를 운반하는차량이 쉽게 눈에 띈다.




또 국도 옆의 오래된 목조건물이 앙꾸드만(灣)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의 피곤했던 삶을 엿보게 한다.




5번 국도에서 깔부꼬로 이어지는 85번 지방도로로 집입하자마자 깔부꼬가 어떤 도시인지 짐작케 하는 환영 표지판. 깔부꼬는 어업이 활발한 해양생태 도시.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한순간 85번 지방국도에 볕이 작렬한다.




도로 옆에는 이곳 사람들이 식목해 둔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나무를 베어낸 장소에 다시 식목을 한 숲이 펼쳐지고 있는 것.




칠레의 대도시에서는 귀한 모습이지만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음습하고 추운 우기를 따뜻히 데워 줄 귀한 목재이다.




그리고 멀지않은 곳에서 마주친 유카립투스 나무가 울창한 가로수 길이 아름답다. 하지만 버스의 앞유리 창이 지저분해 본래의 모습을 담을 수 없는 아쉬움. 이런 아쉬움은 빠따고니아 투어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곤 했다. 




그리고 저만치 부지런히 달아나듯 내 빼는 자동차 한 대...




자동차 짐칸에는 땔감이 가득 실렸다. 아직은 우기가 다 끝나지 않았다는 현상.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땔감으로 난방과 취사를 하는 곳이 많다. 뿌에르또 몬뜨 등 꽤 큰 도시에 LPG가 보급되고 있지만, 구도시에서는 여전히 땔감이 대세이며 오래된 습관처럼 버리지 못하는 이들의 문화다.




85번 지방국도가 끝나자 깔부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무작정 이 길을 따라 깔부꼬를 둘러보고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깔부꼬의 중심지는 본래 섬이었지만 육지에 인접한 낮은 수로를 막아 도로를 만들면서 육지와 섬이 연결됐다. 그 길을 따라 오른쪽 언덕으로 가면 버스 종점. 우리는 거기서부터 걸어서 깔부꼬를 돌아볼 예정이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맨 먼저 마주친 '산 미구엘 교회'와 낮선 차림의 동상 하나. 오래 전 이 땅으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담겨져 있다. 산 미구엘 교회는 깔부꼬의 대표적인 건물이며 깔부꼬의 역사를 간직한 곳. 깔부꼬는 본래 '칠로에' 주였으나 로스 라고스 주로 편입됐는데 그 때가 1834년과 1855년 사이. 이 도시는 대략 150여 년의 이민 역사를 간직한 땅이었다.
 



바닷가로 나서 보니 낮익은 풍경. 우리나라의 바닷가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가옥의 구조는 전혀 다른 모습.










뿐만 아니다. 사람들의 생김새를 살펴보면 이들이 어떤 종족인지 조차 불분명해 보일 정도.







깔부꼬는 서구의 이주민들과 이곳 원주민(마푸체 인디오)들의 피를 적절히 섞어둔 듯...




깔부꼬 거리는 참으로 천연덕 스럽고 여유가 넘치는 곳. 뭣 하나 바빠 보이는 게 없어 보였다. (어차피 살 것도 아니지만) 여행자가 곁을 지나치거나 말거나 '마떼(Mate)차'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장사는 뒷전.




또 거리의 개는 어떻고...ㅋ 정말 여유가 넘쳐난다. 우리나라 같으면 거리의 견공이 가게 앞에 이렇게 드러누워 있다가 안 걷어 차이면 다행일 정도. 그러나 이들은 절대 그런 법이 없다. 걔는 개...나는 나...하하 ^^
 



그리고 칠레 어디를 가나 여행자를 기분좋게 만드는 화초들...




그 곁에서 만난 노인 한 분...깊게 패인 주름이 이 낮선 도시의 풍상을 대변하는 것일까.




땡볕에 반질반질 뺀질뺀질 빛나는 새노란 풀꽃 무리들 곁으로 바닷가 언덕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 언덕 위에서 도시락을 펴 놓고 점심을 먹고 싶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방풍림이 줄지어선 이 언덕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장소로 여겨졌던 곳. 그러나 그건 우리만의 판단이었을 뿐 사정은 달랐다.


깔부꼬 언덕위의 인상적인 방풍림
 



깔부꼬 시내에서 바닷가로 이어지는 정감어린 황톳길...



그 길 옆 바닷가 언덕 위에는 정말 튼튼해 보이는 거대한 고목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런 모습들




수종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눈 앞에 나타난 고목을 보는 순간 이 땅의 이민사 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심어둔 나무가 틀림없어 보였다. 덩치도 컷지만 이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는 참작하면 그 어떤 바람도 이 나무를 쓰러뜨릴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단박에 든 것.
 



그래서 비교해 봤더니 이런 정도. 이 정도 크기의 고목들은 세상에 흔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무가 이처럼 질겨보이는 것도 드물 것. (다 좋다. 그런데 도시락은 어디서 까 먹나. 바람이 너무 불어댓다.ㅜㅜ) 이 고목들이 이 정도로 자랄 때까지 견딘 걸 생각하면 기특할 정도. 뿌리깊은 나무란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무를 심었겠지만, 이들이 다 자라서 연리목이 될 줄 꿈에도 몰랐을 것. 고목의 뿌리 부분은 어느새 하나가 됐다. 그 고목들 틈새로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오고 있었다. 






















볕은 쨍~쨍 내리쬐는 데 깔부꼬 바닷가의 방풍림 사이로 쉴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찬 기운을 품고 있었다. 오래 머물 수 없는 소풍 장소. 점심 도시락을 먹으려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물론 밥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나선 것. 우리는 깔부꼬 어항(漁港,Puerto Calbuco)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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