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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Calbuco

바다를 삼켜버린 기적 같은 조개무덤


Daum 블로거뉴스
 


바다를 삼켜버린 기적 같은 조개무덤
-깔부꼬 해변 조개무덤이 전한 황홀한 메세지-



세상은 무엇이든 겪어 봐야 하는 지...


우리가 맨 처음 깔부꼬에 입성할 당시 깔부꼬는 우리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지 못했다. 지도를 펴 놓고 본 깔부꼬는 앙꾸드만 한쪽을 점령한 아담한 도시였다. 섬과 해변이 이 낮선 도시 전부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동안 뿌에르또 몬뜨의 바닷가를 둘러 본 결과에 따르면 깔부꼬도 상당한 매력을 갖춘 해양생태도시 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던 것.

그러나 이곳에 도착한 직후 우리는 이내 실망하고 있었다. 날씨 때문이었다. 우기가 끝나갈 무렵의 이곳 날씨는 하늘이 우중충 했다가 걷히면서 땡볕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앙꾸드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당초 우리가 기대했던 봄나들이는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 따라서 깔부꼬 중심지에서 가까운 해변과 어항을 돌아보고 곧바로 뿌에르또 몬뜨의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봄나들이를 위한 도시락을 챙겨왔지만, 어디 편안히 앉아서 쉴만한 장소 조차 찾기 어려웠다. 볕은 따갑고 바람은 찬 희한한 날씨 때문이었다. 그런데 더 희한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숙소를 향해 오던 길을 돌아가는 길에 등 뒤에서 당연히 불어야 할 차디 찬 바닷바람이 어느 순간부터 잠잠해 진 것이다. 
갑자기 후텁지근하게 느껴져 바다를 바라보니, 그곳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딴청을 피우는 것 처럼 잔잔했다. 깔부꼬 앞 바다는 마치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로 돌변해 있는 것이다.

오전과 오후의 날씨가 전혀 달라지면서 깔부꼬 나들이는 다시 호기심을 더했다. 그리고 깔부꼬 나들이는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도시락을 먹는 바닷가에서 바다를 매립한 기적같은 조개무덤이 지근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생전 처음보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마치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현장으로 함께 가 본다. 
 



 
먹거리와 사랑은 세계공통어
 




이 동상은 깔부꼬에 도착하자마자 눈 앞에 나타난 '산 미구엘 교회(Iglesis de san Miguel,Church of Saint Michael Archangel of Calbuco)' 앞에 있던 조형물인데 매우 특이한 모습이다. 깔부꼬의 오늘이 있기까지 이 땅을 개척한 이민자들의 모습. 이들이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등 항해를 할 때 차림은 다시봐도 감동적이다. 당시 이들은 인디오들이 살던 이 땅으로 이주를 할 당시 죽기살기로 목숨을 걸었을 것.

요즘 처럼 반듯한 '브릿지'도 없는 변변찮은 조타기 앞에서 험난한 파도를 가르며, 깔부꼬나 뿌에르또 몬뜨 또는 칠로에 섬으로 이주를 감행했을 것이다. 이 땅은 목숨을 걸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천국같은 땅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조타기를 잡은 선원 또는 항해사가 쓴 안경은 거의 수경 수준.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가 눈에 들어가는 것을 보호한 게 특별해 보였다. 또 온 몸을 감싼 겉옷만 봐도 먼 항해길에 나선 이들의 피곤이 절로 느껴진다. 그러나 동상의 표정만 보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하다. 그런 표정은 비록 대상은 달랐지만 깔부꼬 중심가에서 가까운 바닷가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곳은 오늘날 깔부꼬인들의 선조들이 앙꾸드만을 통해 이곳으로 오던 길목인데 작은 등주가 시설되어 있었다. 우리가 깔부꼬에 입성할 당시 맨 먼저 눈여겨 봐 둔 장소다. 이런 곳은 대개 연인들이나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시도해 볼만 한 곳.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들러보기로 한 것이자 때마침 바닷바람이 잦아들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이곳에서 낮익은 풍경을 보게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까이서 본 초록색 등주에는 낙서가 빼곡했다.




당신을 사랑해!...네가 좋아!...내 사랑!...

낙서를 한 내용도 그렇지만 잉크를 보면 누가 이런 낙서를 즐겼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 이팔청춘들의 뜨거운 사랑은 깔부꼬의 바닷바람에 냉각을 시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용광로 같이 쩔쩔끓는 불길에 쌓일 기세. 이들 선조들이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거슬러 깔부꼬까지 찾아왔다면 이들 낙서의 주인공들은 사랑의 대상 때문에 반드시 해갈할 장소가 필요했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들른 곳에 사랑의 함축시가 꾹꾹 압축되어 쓰여져 있었던 것. 낙서는 세계인들의 공통적인 습관이지만, 사랑이란 말은 세계인의 공통어. 
 



그래서 얼마 만큼 사랑해?....하늘 만큼 땅 만큼!!...이라고 말하는 듯. 등주를 돌아 해안도로를 따라 오던 길을 돌아가는 데 깍아지른 해변의 언덕에 쑥부쟁이가 빼곡하게 피어있었다. 쟝끼우에 호수변 뿌에르또 옥따이 성당의 주춧돌에 빼곡히 피어있던 바로 그 꽃. 마치 등주에 맹세한 사랑하는 사람들 수 처럼 빼곡하다.




이런 모습...




언덕 아래서 올려다 보니 한 때 이 언덕 위에는 부자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레스토랑이나 저택같은 규모.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거주하면 불편하기 짝이없는 낡은 시설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건 다 풀꽃처럼 시들어지고 '영원한 건 사랑 뿐'이라고 했던가.




사랑도 좋고 구경도 좋다. 그러나 배고프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에 잠시 미루어 두었던 점심은 바람이 잦아들자 허기로 돌변했다.




저기(위 사진)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오는 동안 볕은 쨍쨍 뱃속은 꼬르르륵. 이런 생리적인 현상을 급 부채질 한 건 바닷가에 위치한 깔부꼬 재래시장이었다. 어디를 가나 함정같이 빠져드는 재래시장의 풍경은 더위에 지쳐가던 여행자의 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깔부꼬 재래시장에서 만난 낮선 계량기



깔부꼬 중심가에서 가까운 곳이자 바닷가에 위치한 재래시장은 별로 낮설지 않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 내지 장날 풍경. 




그런데 이곳에서 허기를 부채질한 풍경 하나. 소시지가 츌레따(
chuleta, 쇠고기-또는 돼지고기- 등심을 가로로 자른 것)와 함께 눈 앞에 나타났다. 이 두가지 식재료는 스튜를 만들어 먹으면 일품. 소지지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 껍질 속의 내용물만 스튜에 사용한다. 물론 푹 삶아 먹을 수도 있다. 바닷바람 때문에 점심 먹는 타이밍을 빼앗겨 속이 출출한 터라 눈 앞에 나타난 먹거리가 식욕을 마구 충동질 하고 있는 것.

여행 중에 배가 고프면 주변 풍광이 눈에 제대로 들어올 수 없는 법이다.오죽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겠는가. 하지만 광장시장 처럼 시장 바닥에 앉아서 무조건 주문 할 수도 없고 우리는 도시락을 싸 왔다. 그래서 이곳 저곳 바다쪽을 살피며 볕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을 요량이었는데 깔부꼬 시장을 지나치다가 낮선 풍경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바로 이 장면. 감자를 나무 상자에 담아 팔고 있었다. 대부분 무게를 저울에 달아서 판매를 하는데 이곳에서는 됫박 처럼 생긴 적당한 크기의 나무상자에 감자를 담아 팔고 있었다. 감자 크기에 따라 무게도 달라질 것 같은 데 이 시장에서는 당근도 그렇게 팔고 있었다. 참 특이한 모습.




이렇게 나무 상자에 담겨있으니 속을 알 수 있나...ㅜㅜ 




또 이곳에서는 홍합을 나무상자에 담아 팔고 있었다. 깔부꼬 재래시장만의 계량기인 셈이다.




시장을 벗어나자 우리가 타고왔던 버스 한 대가 막 도착해 있다. 우리가 숙소로 돌아갈 때 이용할 버스.




육지와 (깔부꼬)섬을 잇는 도로를 따라 도시락을 먹을 장소를 물색하는 게 쉽지않았다. 
 



우리는 (점심을 먹을)바닷가를 살피고 있었다.




사과꽃이 만발한 깔부꼬 섬의 어느 언덕. 배는 출출했지만 숲에 둘러싸인 언덕 위의 집들을 보니 한 폭의 그림같다. 언뜻 봐도 부자 동네도 아닌데 이들의 삶이 참 넉넉하고 행복해 보이는 건 왜일까. 도대체 이들은 걱정이 없는 듯. 섬과 육지를 잇는 도로 조차 앞 뒤 안가리고(?) 수로를 막아 버린 것. 우리나라에 흔한 현수교 하나 건설하면 그 밑으로 어선들이 다닐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턱~하니 막아버린 것.




그래서 저 편 서쪽 바다에 있는 배들이 이 도로 반대편으로 오자면 길다란 섬을 한바퀴 돌아야 한다. ㅠ 




그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에 익은 꽃 한 송이...샛노란 유채꽃이 도로 난간에 고개를 쏙 내밀었다. 반갑다. ^^




아무튼 저 배들은 폭 10m 정도되는 이 도로 (등 뒤)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우리는 그곳에서 마침내 기어코 이윽고 벼르고 별른 점심을 먹게 됐다. 참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도시락 먹는 시간은 왜 이렇게 반가운지...ㅋ 




아내가 도시락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카메라는 쉬지않았다.




깔부꼬 어항에 늘어선 어선들이 참 정겨워 보였던 것. 사람들과 어선들이 통째로 '라 시에스따'를 즐기는 듯 바다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부두를 한바퀴 돌아보고 귀가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멀리 언덕 위를 돌아 오던 길로 되돌아 갈 것.




아내가 도시락을 펴 놓은 곳은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온 길이 한 눈에 조망되는 곳이었다. 멀리 크레인이 서 있는 곳이 재래시장이 있는 곳이며, 주유소 앞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길이 바다를 막아 도로를 만든 곳. 우리가 도시락을 펴 둔 곳은 방파제 앞이었다. 미리 언급했던 바 우리가 싸 온 도시락은 쇠고기 장조림과 쌀밥.

야채를 넣고 스튜처럼 푹 끓인 장조림은 도시락 반찬으로 먹기도 했지만 장거리 이동을 할 땐 얇게 저며 빵 속에 넣어 먹곤 했다. 치즈버거와 햄버거가 지겨워질 때 쯤 자주 애용하던 빠따고니아 투어 필수품이었던 것. 배낭여행객 또는 세미배낭여행객들이 기억해 두면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을 것. 비용도 줄이고 맛 있는 음식을 자취해 먹는 기쁨도 있다.

점심을 먹던 그 곳에 찰랑 찰랑...소리도 없이 바닷물이 수위를 조금씩 더 높이고 있었는데 점심을 다 먹자 수위는 발 아래까지 차 올랐다. 바닷물은 주사기에 물을 채워넣는 듯 은밀하게 깔부꼬 바다를 조용히 잠식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장소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바다물빛이 달라보이는 곳이 있었다.




바로 이 곳...어선들이 닻을 내리고 조용히 붙들려(?) 있는 바다. 그 아래로 에머랄드빛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빛깔은 주변의 풍경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점심도 먹었겠다...천천히 여유를 갖고 평화로운 풍경 몇 개를 건지고 싶었다.




이런 풍경. 깔부꼬를 투어한 우리의 추억은 에머랄드빛 바다 너머 언덕길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




그리고 풍경을 담던 한 순간 발 아래를 보니 에메랄드빛 바다의 실체가 무엇인지 단박에 알게 됐다. 해변에는 무수한 조개껍질이 모래대신 채워져 있었다. 조개껍질이 햋볕에 반사되어 바닷물을 에메랄드빛으로 바꿔 놓았던 것.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이었다.
 



짧게 이어진 해변을 따라 풍경 몇을 찍으려는 데 놀라운 광경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해변의 작은 언덕은 온통 조개껍질로 매립이 된 모습이었다. 조개무덤이었다. 얼마나 많은 조개를 얼마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었는지, 해변에는 거대한 조개무덤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기적 같은 모습.


바다를 삼켜버린 기적 같은 조개무덤





기적 처럼 눈 앞에 나타난 조개무덤의 실체는 이랬다. 
 



조개의 종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으나 이들 어패류는 다양한 종류로 보였다. 그 중 소라와 전복이 이름도 알 수 없는 커다란 조개류와 뒤섞여 있는 모습인데 이들은 켜켜이 쌓여 화석이 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듯. 생전 이런 광경은 처음본 것이다. 깔부꼬의 한 바닷가에서 만난 조개무덤 하나 만으로 빠따고니아의 피오르드가 얼마나 사람들 한테 유익을 끼쳤는지 알만 했다. 깔부꼬인들이 그 혜택 전부를 누렸을 것.




깔부꼬에 맨처음 도착했을 땐 날씨 때문에 대략 둘러보고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 나자 생각은 달라졌다. 흠...배도 부르겠다. 바람도 잦아들었겠다. 따뜻해진 날씨에 감동 이상의 충격을 준 조개무덤의 출현으로 호기심이 번득인 것. 그래서 귀한 장면을 카메라에 다 담아가고 싶었다.




조개무덤은 이런 모습으로 해변에 길게 이어져 있었다. 비록 바람에 비닐봉지가 날아와 어지럽게 널려있긴 하지만 바닷물은 깨끗했다. 주변에는 오염원이 없었던 것.




조금더 이동해 보니 해변은 온통 조개껍질 투성이. 이런 조개껍질이 바다를 메워 에메랄드빛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조개껍질이 한데 뒤엉켜 화석으로 변한 모습.




이런 귀한 장면을 보여주기 싫어서(?) 오전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우리를 냉대했을까.




이곳 조개무덤에 켜켜이 쌓여있는 소라와 조개와 전복 등은 크기도 엄청 컷다. 소라 한 개를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핸드볼공 크기 정도. 전복은 어른의 손바닥을 펼쳐놓은 크기여서, 이들 어패류의 살점 하나를 떼 놓으면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보였다. 예전 탐험가들은 눈이 휘둥그래 졌을 것.
 



글쎄...그런 걸 얼마나 퍼 날랐으면 이런 모습인가. 놀랍다!!...





세상은 무엇이든 겪어 봐야 했다. 오전에 이 곳에 도착해 빨리 실망하고 돌아섰다면 깔부꼬는 빠따고니아 투어에서 잊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곳에 맨 먼저 도착해 봐 두었던 바닷가 초록색 등주는 또다른 귀한 볼거리와 추억을 제공한 실마리가 됐다. 언제 들어도 기분좋고 행복한 청춘들의 따끈따끈한 메세지 때문.

"당신을 사랑해!...네가 좋아!...내 사랑!..."

여행자를 깜짝 놀라게 한 조개무덤 속에서 가녀린 봄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렇게 달콤하고 황홀한 메세지. 언제쯤 들어봤던가.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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