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잊지못할 깔부꼬의 풍물들
당일치기는 무리였을까.
그러나 단 한차례도 방문해 본 적 없는 미지의 땅에서 성에 차는 볼거리를 한 번 만에 찾아낸다는 건 무리이기도 했다. 이런 일은 남부 빠따고니아를 돌아올 때까지 계속 됐다. 시간을 아끼고 또 쪼갰지만 우리가 만난 귀중한 장면들은 전체의 1%도 채 안 돼 보였다. 깔부꼬 뿐만 아니라 빠따고니아 전부를 돌아보려면 어림잡아 100년은 더 걸릴 듯 싶었다. 죽을 때까지 부지런히 다녀도 다 볼 수 없는 여행지가 주로 로스라고스 주 남쪽으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반나절 동안 돌아본 깔부꼬 중심지는 그냥 평면적으로 '눈팅'만 하기에도 광활한 지역이었다. 해외 여행자들이 잘 찾지않는깔부꼬 중심지는 유명 관광지에 흔해 빠진 민박집이나 호텔을 찾아볼 수 없는 곳. 그러나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깔부꼬는 내국인들에게 테마 여행지로 너무 유명한 곳이다.
깔부꼬 앞 바다에 위치한 뿔루끼 섬(isla puluqui)은 성수기(1월~2월) 때 Puluqui-Calbuco간 훼리호를 평소(하루 두 차례) 보다 두 배 이상 증편(하루 다섯 차례)해서 운항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을 당일치기로 하룻만에 일부 지역만 둘러보고 깔부꼬를 다 본 듯이 말하는 건 어불성설. 그러나 우리가 다녀온 깔부꼬의 일부를 통해서 이들의 삶이 어떨지는 얼마든지 유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따라서 깔부꼬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만난 장면들을 순서에 따라 엮어 봤다.
차마 잊지못할 깔부꼬의 풍물들
그 길 가운데로 샛노란 풀꽃들이 무리지어 피고 있는 이런 장면...누가 보신적 있나. 괜히 조경디자인 한답시고 이런 자연 저런 자연 모두 훼손해 가며 만든 어떤 조형물 보다 값지고 눈에 띄는, 경제적이며 실용적이고 운치있는 포장도로 모습.
우리가 오전 중에 깔부꼬를 돌아본 곳은 멀리 주황색 지붕의 교회 너머 깔부꼬 어항을 돌아, 왼쪽 끄트머리에 등주가 있는 곳을 돌아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현재 위치에 다다른 것. 아마도 깔부꼬의 일부만이라도 제대로 즐기자면 이런 장면이 적격일 듯.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필자의 여행기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나만의 테마여행지 투어(취재) 방법'을 대략 정리해 보니 이랬다.
나만의 테마 여행지 투어 방법
-. 테마여행지에 도착하면 현지에서 유명한 곳을 먼저 둘러본다.
-. 현지의 명소는 생각 보다 큰 감동이 없을 수 있다. 주변을 꼼꼼히 둘러본다.
-. 현지의 풍물을 찾는 데 몰두한다. 여행의 재미가 배가된다.
-. 현지의 새로운 풍물이 발견되면 집중적으로 겉 모습부터 속 모습까지 (카메라 또는 수첩에)기록해 둔다.
-. 현지의 테마를 다양한 시선으로(입체적으로) 살펴본다.
-. 현지의 테마에 대해 추가적으로 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영상이나 인터뷰를 남긴다.
-. 이런 투어(취재) 과정은 블로거 만의 특징이자 장점.
깔부꼬 관련 포스트 등 빠따고니나 투어 여행기는 주로 이와같은 방법 등에 따라 기록됐다. 특정 여행지라 할지라도 다양한 시선과 접근 방법에 따라 무리없이 여행을 즐긴 것이다.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건 대용량의 외장하드 때문이었다. 긴 설명 보다 사진으로 남긴 기록은 얼마나 큰 설득력과 매력을 지녔는가. 따라서 여행지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피사체를 향해 슈팅을 날릴 수 있었던 것. 깔부꼬를 떠나면서도 예외가 있을 수 없었다. 특정 풍물이 여행자의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 카메라는 시도 때도 없이 슈팅음을 날리고 있었다. 그 현장으로 여러분을 안내해 드린다.
돌아서기 아쉬운 '테마' 여행지
그러나 이 외에도 뿔루끼 섬 등지에서는 칠레의 대부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목축업이 성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여름철 성수기만 되면 낚시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일치기로 잠시 둘러본 깔부꼬에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아쉬움이 가득했던 것이다. 당일치기 투어의 허망함이 이런 것일까.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깔부꼬 어항은 아름다웠다. 맑은 푸른 바닷물이 인상적이며 언덕 위의 집들이 대부분 옛날 목조건물에서 현대식(조립건물)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였다.
이곳에서는 투어 기간 중에 반드시 지참해야 할 게 썬그라스와 차양이 긴 모자 등 땡볕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장비와 함께 아웃도어는 필수품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해 자칫 감기라도 걸리면 여행은 피곤하게 된다.
밀물 때의 깔부꼬 어항
언덕을 돌아 다시 깔부꼬 어항에 도착하자 해수면은 몰라보게 부풀어 올랐다. 따라서 해변에 떠다니던 문화생활의 부산물이 동시에 떠다녔다. 바닷물은 맑았지만 깔부꼬 연안도 서서히 도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일까.
칠레는 대도시 외 중소도시를 방문하면 심각한 문화충돌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경사회와 디지털사회가 서로 자리 다툼을 하는 듯한 모습. 그 원인을 제공한 건 모바일폰과 인터넷의 힘이 컷다. 오래된 목조건물 속에도 세계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전해지며, 장작불을 때는 난로 곁에서 모바일폰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흔한 풍경.
마치 바닷물이 조개무덤을 몽땅 접수한 형국. 우리는 몰라보게 달라진 바닷물 수위를 뒤로 하고 깔부꼬를 떠나고 있는 것.
85번 지방국도변에서 만난 풍물들
과일가게 앞에서 만난 잘생긴 견공...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얌마!...까꿍! ^^)
깔부꼬를 떠나면서 언덕 옆 사과나무 울타리에서 남긴 기념사진 한 장. 뒤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조개무덤이 널린 곳.
또 깔부꼬의 85번 국도변 곳곳에는 꽃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가장 가까이서 본 사과꽃은 이런 모습. 입안을 맴도는 사과향 보다 더 맑고 짙은 달콤함과 상큼한 맛이 배인 듯. 꽃망울이 탐스럽다.
조금 전에 만난 운치있는 목조건물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 85번 지방도로에서 들리는 소음만으로도 살 수 없었을 것.
날씨는 쨍쟁 사과꽃은 만발 덕구는 낮잠에 빠진 85번 지방도로변의 느긋한 풍경
그 길을 따라 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하면 뿌에르또 몬뜨행 버스에 오를 것.
그 길가에 이런 풍경들이 널려있는 곳.
덕구야 안녕?...이번에도 '누군가' 하고 멍하니 쳐다보는 덕구. 집 안에서 짖어대다가 막상 나와 보니 착한 사람들. ㅋ
그리고 더이상 화려할 수 없는 빛깔로 단장한 화초들. 이대로라면 하루종일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언덕 하나를 넘어 걸어오니 달라진 풍경들.
예전에는 이렇듯 목조건물이었지만, 새로운 건축자재(판넬)로 새단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깔부꼬로 이어지는 85번 지방도로에는 화초들이 널려있는 모습.
대로변에 시설된 수도계량기는 작은 '콘크리트 박스'에 포장된 모습.
여행중에 이런 장면과 맞딱뜨린다는 건 행운. 참 낮익은 풍경이자 낮선 풍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둘러본 사과나무꽃...
칠레의 과실수 중에 유독 아름답게 보이는 꽃이 사과나무꽃이었다. 순백에 연분홍빛 꽃망울을 단 수줍은 자태. 천상 봄처녀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둘러 본 깔부꼬의 바닷가
이곳 바닷가에서 만난 풍경을 관찰해 보면 자가용 (소형)선박과 저택과 농장을 동시에 갖춘 농부(농촌부자)들이 사는 곳이었다. 깔부꼬에는 그런 농부들이 숱하게 많은 곳. 그 모습(813번 지방도로변)을 바다 건너편에서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고 뿌에르또 몬뜨행 버스에 올랐다.
바다건너 813번 지방도로를 운행하는 작은 자동차가 이 농장의 규모를 대변해 준다.
깔부꼬인 뿐만 아니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칠레의 황금어장 등은 이들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찾아나선 엘도라도와 다름없는 땅이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이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인디오들의 슬픈 역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건 오래된 과거사이자 돌이킬 수 없는 숙명같은 역사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시간만 더 허락했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며칠을 더 보낼 수도 있었지만 당시 우리 계획 속에는 깔부꼬 투어가 빠져있었다. 따라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각에 괜히 남의 땅 남의 바닷가에서 서성거리며 아쉬워 하고 있는 것. 당일치기로 나선 깔부꼬 투어는 여러모로 무리가 따랐다. 깔부꼬가 간직한 무진장한 테마를 맛도 제대로 못 보고 떠나게 된 것.
우리는 이곳에서 뿌에르또 몬뜨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그리고 귀갓길에 차창 밖으로 엿 본 천혜의 양식장.
버스로 즐긴 85번 지방도로와 5번 국도 드라이브
또 버스에는 손님이 몇 안 돼 버스를 통째로 렌트해 들이브를 즐긴것 같은 느낌. 이런 길을 드라이브 코스로 정해 달린다면 오래토록 기억에 남지않을까. 우린 버스 앞 자리를 차지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여기서부턴 5번 국도...
봄이 되면 아르힐라가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벌판으로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구도시는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
5번 국도변의 아르힐라가 숲이 사라진 자리에 도시 빈민과 중산층의 집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 곧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한다.
그곳은 한 때 우리나라에서 흔히 봐 왔던 전파상이 또다른 모습으로 느리게 느리게 진화를 하고 있는 모습.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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