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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Carretera Austral,배낭족 최고의 영양 도시락과 넘치는 풍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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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etera Austral,Patagonia CHILE
-배낭족 최고의 영양 도시락과 넘치는 풍광들-




"삶은 계란이다...!"


금년부터 마음 먹고 끼적거리고 있는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가 어느덧 21편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여행기를 쭈욱 봐 오신 열독자 분들이라면 포스트에 담긴 여행사진의 수가 엄청난 것을 봐 오셨을 것이다. 여행지의 모습을 로드뷰로 찍다시피한 사진들의 작품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동영상(슬라이드쇼)을 통해 확인되는 여행지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자기가 여행지에서 발품을 파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초행길의 여행지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새로운 풍광들이 줄을 잇고 그때 마다 카메라는 쉬지않고 슈팅을 날리는 것. 하루종일 걸으면서 풍광을 담았으므로 적지않은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뒤돌아 보면 어떻게 그 많은 사진들을 담을 수 있었는 지 스스로도 놀라게 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150일 이상을 여행하는동안 늘 같은 습관을 유지했으므로,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잘 먹고 잘 자야했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21편

-배낭족 최고의 영양 도시락과 넘치는 풍광들-



그러나 집 떠난 여행자가 길 위에서 잘 먹고 푹 쉬기란 쉽지않은 일. 더군다나 찬거리를 장만해 매일같이 숙소에서 취사를 해야 했으므로, 여간 인내심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어쩌다 한 두번은 외식도 해 보지만 가난한 여행자에게 그건 허영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길 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급 코펠과 버너를 장만해 여행지에서 사용하곤 했다. 그리고 숙소(민박집)에서는 길 위로 떠나기 전 도시락을 준비했다. 그게 삶은 계란이다.




여행자의 삶은 고달픈 듯 매우 행복하다. 길 위에서 하루종일 걷는동안 피곤하기도 하지만 여행지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는 순간부터 고통은 행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행기를 끼적거리는동안 한 독자분이 글을 남겼는데 그는 "수 십억원의 돈이 생기면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적지않은 분들이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긴다면 얼마되지 않아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게 분명해 보인다. 




이유가 있다. 여행자의 호주머니에 거금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여행자는 게을러지게 될 것. 무슨 일이든 돈으로 해결 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여행자가 아니라 부유한 관광객으로 변하게 될 건 자명한 이치다. 돈으로 먹고 마시고 즐기면 잠시 행복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생활이 지속되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여행자의 행복이란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고 매일같이 충만된 행복을 비우는 연습 없이는 행복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체투지 못지않은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게 된다. 매우 영양가 높은 삶이다. 우리는 길 위로 떠나기 전 아침부터 서둘러 도시락을 싸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열었다. 도시락이 거창할 필요도 없다. 시장에서 사온 계란을 삶는 것으로 끝. 계란은 한국에서 가져간 죽염에 찍어먹고 생수를 들이키면 훌륭한 이동식과 끼니를 떼우는 도시락이 된다. 




계란을 살 때도 아무거나 사는 것 보다 현지(시장)에서 겉껍질이 약간은 지저분해 보이는 걸 구입했다. 현지인들은 그걸 깜뽀(Campo)라고 불렀다. 공장(?)에서 대규모로 사육한 계란이 아니라, (농촌의)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된 양질의 계란을 일컫는 것. 그래서 대형 수퍼마켙에서 파는 계란은 깨끗하지만 맛은 별로였다. 




뿌에르또 몬뜨 시장 노점에선 가끔씩 가난한 상인들이 집에서 키운 닭이 생산한 유정란을 내다 파는데, 시장에 들르면 그걸 통째로 구입해 놓고 도시락(대용)으로 삼은 것이다. 코펠이나 냄비에 계란을 넣고 물이 끓을 때만 기다리면 배낭족 최고의 영양도시락이 완성되는 것. 계란 껍질을 다 까서 쓰레기통에 버린 후 비닐봉지에 담아 소풍을 떠나는 것. 우리는 칠레의 7번 국도변에 위치한 차이까스 마을에서 도시락을 까 먹고 뿌에르또 몬뜨의 숙소로 귀환 중이다. 저 멀리 차이까스 마을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소소하지만 귀한 풍경들




칠레나 아르헨티나로 여행하면 늘 마주치게 되는 게 철조망이다. 어린양들이나 가축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쳐둔 철조망 울타리에 뭔가 나풀거려 자세히 봤더니 양털이었다. 녀석들이 철조망 근처까지 왔다가 긁힌 자국인지 빠진 털이 날려서 걸린 건지 모르겠지만 재밌는 풍경이다.(더 많은 여행사진은 동영상에서 확인하시기 바란다.)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게 안데스에서 발원된 년중 철철 넘치는 맑은 강물이었다. 우리처럼 권력과 토건족이 합세해 국토를 망가뜨리는 일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곳.




차이까스 마을에서부터 7번국도를 따라 돌아가는 길은 다시 봐도 아름다운 길이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 지칠 때쯤이면 버스에 올라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7번 국도의 한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강물은 습지로 이어지고 바다와 만나는 곳. 여유만 된다면 이곳으로 다시 소풍을 오고싶을 정도다.




뿌에르또 몬뜨행 미니버스가 7번 국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아니다. 패스~^^




하지만 마냥 길 위에서 머무를 수 없다. 머리 위로는 땡볕이 작렬하고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있다. 버스에 올라타고 싶은 심정 굴뚝같다.




발길을 붙드는 풍경들 때문에 멈추어 선 곳. 녀석도 바다로 나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 보인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한 법. 저만치 아내가 앞장 서 걷고있다. 싸돌아 다니기 선수다. ^^




아직은 봄인데 길 위로 쏟아져 내리는 땡볕 때문에 이글 거리는 7번국도...!




잠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이런 풍경. 멀리 머리에 눈을 인 안데스를 배경으로 7번 국도변에 들어선 집들이 정겹다.




다시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7번 국도를 식혀주는 앙꾸드 만이 하늘처럼 펼쳐진 곳.




서울에서 닭장같은 아파트촌에 살다가 이런 풍경을 보는 순간 '사람사는 세상' 같다는 생각이 단박에 떠오르게 된다.




7번 국도의 시작은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고 잠시 내륙을 가로질러 마지막 풍경까지 바다로 이어진다.




조금 전 지나온 길을 뒤돌아 봤다. 여행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참 아름다운 길이다. 이곳에 산다면 기막힌 드라이브 길이 지천에 널린 곳이다.




주변 풍광으로부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곳.




사람들이 동화책 속으로 사라진 것 같은 마법같은 세상이 7번 국도 위로 길게 펼쳐져있다.



(흠...뭐 이런 데가 다 있어...!!) 꿈같은 풍경속에서 졸고있는 작은 배 한 척 너머로 황금빛이 쏟아져 내린다.




(여긴 또 어떻고...!) 어디를 가나 소풍을 떠날 장소인데 인기척이 드물다.




(이걸 통째로 한국으로 가져가...?) 그러면 큰일 날 일일까. 여행기를 끼적거리는동안 한 독자분이 댓글을 남기셨다.


"대한민국 이라고 쓰고 개일미국 이라고 읽는 나라에서는 꿈도 못꿔 볼 풍경 입니다....(중략) 많이 비교 되는 군요."

<출처: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3&articleId=180574>




한국 땅에 태어나 살면 공감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 어떤 분은 "여유만 된다면 당장이라도 이민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나라에서 떠나온 여행지는 돼지새끼 엉덩이 조차 예뻐보인다.




녀석들의 운명은 언제인가 인간들로 하여금 식품으로 변하겠지만, 죽는 날까지 스트레스를 겪지 않을 것 같은 넉넉한 풍경이다.




칠레의 7번 국도변은 볼거리가 지천에 널렸다. 하지만 넉넉하게 장만한 것 같은 영양 도시락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었다.




그늘에 앉아 잠시 쉬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동안 울타리 너머에 나타난 희귀한 장면과 마주치게 됐다.




젖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작은 농장에 샛노란 풀꽃들이 흐드러졌다.




녀석들의 꿈에 내가 보인 것일까. 내 꿈에 녀석들이 보인 것일까...이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풍경 앞에서 즈윽이 놀란 한 여행자...!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차창 밖의 풍경들. 습지 가운데로 아르힐라가 꽃이 양 무리들처럼 몽실몽실한 가운데 앙꾸드 만 곁으로 줄지어선 마을이 꿈만 같다. 




칠레의 7번 국도의 시발점은 이런 풍경이자 장차 이 길을 따라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칠레의 7번 국도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부터 깔레따 또르뗄까지 1200km 정도로 길게 이어져 있다. 하룻만에 다녀온 7번 국도변 차이까스 마을에서 다시 뿌에르또 몬뜨에 들어서자 여행지가 아니라 집으로 온 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샤워를 마치면 곯아떨어져 다시 길을 나선다. 멀리 십자가를 머리에 인 땡글로 섬이 보인다. 내일은 숙소에서 가까운 땡글로 섬으로 소풍을 떠날 예정이다.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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