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TAGONIA

Patagonia,생전 처음 본 환상의 드라이브 길



 www.tsori.net


Los Lagos Ensenada,Patagonia CHILE
-생전 처음 본 환상의 드라이브 길-




"기적은 언제쯤 일어나는 것일까...!"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들 때문에 자동차를 세우고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 그곳에는 샛노란 아르힐라가 꽃이 만발한 곳. 천국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란 게 눈 앞의 풍경이 말해주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 지구반대편 북부 파타고니아까지 진출한 배낭여행자 앞에 등장한 풍경은 '기적'이란 수식어 밖에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넋 놓게 만들었다. 말끔한 도로 위로 자동차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은 영화나 동화속의 아름다운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이곳은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로스 라고스 주 장끼우에 호수 곁에 위치한 225번국도. 우리는 조금 전 오소르노 산이 코 앞에 바라보이는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숙소로 귀가하던 중이었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의 배려로 모처럼 승용차를 타고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 지인이 한턱쏜 점심을 먹고 엔세나다로 드라이브를 나섰는데 맛집 보다 드라이브 길이 더 환상적이었다. 자아의 기억 속에서 미각은 육체를 유지하고 살찌우는 것이라면, 시각은 자아를 지탱해 줄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랄까.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19편 

-생전 처음 본 환상의 드라이브 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뿌에르또 몬뜨까지 급히 내려온 이유는 파타고니아의 봄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남미일주 당시 두고두고 후회된 게 여행지의 기후와 무관하지 않았다. 우리가 둘러본 파타고니아는 우기가 끝나갈 즈음 기막힌 풍경을 선물할 것으로 굳게 믿었는데 파타고니아는 우리를 전혀 실망시키지 않았다. 눈 앞에 기적같은 풍경을 보여준 것. 파타고니아에 겨우 발을 들여놓았을 뿐인데 온몸이 알 수 없는 노래와 춤 속으로 빠져들며 엑스터시를 맛보는 것. 엔세나다에서부터 뿌에르또 바라스를 거쳐 뿌에르또 몬뜨로 이어지는 225번국도변은 여행자에게 황홀경을 선물했다. 그 현장으로 가본다.




사진의 우측으로 조금 전 우리가 지나온 225번국도가 보인다. 철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건널목 곁에 잠시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황홀경에 빠져드는 것. 사람들은 기적에 관해서 대체로 냉담한 편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등 천지개벽 같은 현상이나, 로또에 당첨되는 등 상식 밖의 일에 대해 기적을 말하곤 한다. 그래서 해마다 순환되는 자연의 변화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 하지만 한 여행자의 눈에 비친 세상은 놀랍게도 기적의 연속이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세상은 서로 달라보이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동안 지인의 표정을 보니 '뭘 이런 것 가지고 놀라는가' 싶은 것. 이곳에서는 공기보다 더 흔한 풍경이었으므로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놀랄 일은 더더욱 없다는 것일까.




해가 뉘엿거리는 국도변을 샛노랗게 물들인 아르힐라가 군락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나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생전 처음 보게 된 풍경들이 환상의 드라이브 길을 만든 곳. 샛노란 무리들을 보고 있노라니 대자연의 위대한 코러스가 들리는 듯 황홀하다.




어떤 예술가들이 이같은 풍경을 연출해 낼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신(神)이 죽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종교인들은 신이 하늘 저편 까마득히 먼 곳에 존재하는 것 쯤으로 두루뭉술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한 여행자 앞에 모습을 드러낸 북부 파타고니아의 모습은 신의 존재를 말하지 않고는 도무지 설명이 안 될 것 같다.




내 가슴 속에 경전(經典) 이상으로 다가온 어느 시인의 노래 속에서 찾아봐야 할 신의 존재는 이랬다.





예술가의 십계명 

-가브리엘라 미스뜨랄

첫째,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 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리울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줄 것이다. 
여떫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 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리움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 할 것이다.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라틴 아메리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은 오래 전(1957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세상을 향한 시선은 한 여행자의 가슴에 오롯이 남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것. 그녀의 시 <예술가의 십계명> 하나만으로 그 어떤 경전 못지않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예술가'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 지 등에 대해 단 열 줄로 함축해 놓은 것. 



여행자 앞에 나타난 놀라운 광경을 그녀의 노래에 비추어 보면 경이로운 '신의 꿈'이 우리 앞에서 기적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세상에...!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이렇게 황홀한 광경 앞에 서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자연적 현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고귀한 풍경 아닌가. 한 여행자의 뷰파인더 속에서 신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춤을 추는 곳. 북부 파타고니아의 봄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여행자를 태운 지인의 자동차는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드라이브 길에서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자동차를 세우고 슈팅을 날린 것. 지인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싶은 표정이랄까.



한 여행자에겐 너무도 소중한 찰라의 순간이 하나 둘씩 메모리칩 속으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이렇게 하나 둘씩 쌓인 '신의 그림자'는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이 끝날 때까지 신앙처럼 섬긴 기록물들이었다. 어디를 가나 외장하드를 늘 가슴에 품고 또 다른 고귀한 생명을 다루듯 고이 모셔온 것. 뿌에르또 몬뜨에 머무는동안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몰랐지만, 지인의 권유로 밥 한 번 먹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또다른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지인은 우리 내외를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고 떠났다. 처음엔 지인의 식사 제의를 정중히 거부하기도 했지만, 만약 그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했더라면 인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한 신의 그림자를 영원히 못 볼 뻔했다. 두고두고 잊지못할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 신의 그림자를 찾아 다시 길 위로 떠났다.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