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언제쯤 일어나는 것일까...!"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들 때문에 자동차를 세우고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 그곳에는 샛노란 아르힐라가 꽃이 만발한 곳. 천국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란 게 눈 앞의 풍경이 말해주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 지구반대편 북부 파타고니아까지 진출한 배낭여행자 앞에 등장한 풍경은 '기적'이란 수식어 밖에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넋 놓게 만들었다. 말끔한 도로 위로 자동차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은 영화나 동화속의 아름다운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19편
-생전 처음 본 환상의 드라이브 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뿌에르또 몬뜨까지 급히 내려온 이유는 파타고니아의 봄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남미일주 당시 두고두고 후회된 게 여행지의 기후와 무관하지 않았다. 우리가 둘러본 파타고니아는 우기가 끝나갈 즈음 기막힌 풍경을 선물할 것으로 굳게 믿었는데 파타고니아는 우리를 전혀 실망시키지 않았다. 눈 앞에 기적같은 풍경을 보여준 것. 파타고니아에 겨우 발을 들여놓았을 뿐인데 온몸이 알 수 없는 노래와 춤 속으로 빠져들며 엑스터시를 맛보는 것. 엔세나다에서부터 뿌에르또 바라스를 거쳐 뿌에르또 몬뜨로 이어지는 225번국도변은 여행자에게 황홀경을 선물했다. 그 현장으로 가본다.
사진의 우측으로 조금 전 우리가 지나온 225번국도가 보인다. 철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건널목 곁에 잠시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황홀경에 빠져드는 것. 사람들은 기적에 관해서 대체로 냉담한 편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등 천지개벽 같은 현상이나, 로또에 당첨되는 등 상식 밖의 일에 대해 기적을 말하곤 한다. 그래서 해마다 순환되는 자연의 변화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 하지만 한 여행자의 눈에 비친 세상은 놀랍게도 기적의 연속이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세상은 서로 달라보이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동안 지인의 표정을 보니 '뭘 이런 것 가지고 놀라는가' 싶은 것. 이곳에서는 공기보다 더 흔한 풍경이었으므로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놀랄 일은 더더욱 없다는 것일까.
해가 뉘엿거리는 국도변을 샛노랗게 물들인 아르힐라가 군락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나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생전 처음 보게 된 풍경들이 환상의 드라이브 길을 만든 곳. 샛노란 무리들을 보고 있노라니 대자연의 위대한 코러스가 들리는 듯 황홀하다.
어떤 예술가들이 이같은 풍경을 연출해 낼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신(神)이 죽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종교인들은 신이 하늘 저편 까마득히 먼 곳에 존재하는 것 쯤으로 두루뭉술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한 여행자 앞에 모습을 드러낸 북부 파타고니아의 모습은 신의 존재를 말하지 않고는 도무지 설명이 안 될 것 같다.
내 가슴 속에 경전(經典) 이상으로 다가온 어느 시인의 노래 속에서 찾아봐야 할 신의 존재는 이랬다.
한 여행자에겐 너무도 소중한 찰라의 순간이 하나 둘씩 메모리칩 속으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이렇게 하나 둘씩 쌓인 '신의 그림자'는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이 끝날 때까지 신앙처럼 섬긴 기록물들이었다. 어디를 가나 외장하드를 늘 가슴에 품고 또 다른 고귀한 생명을 다루듯 고이 모셔온 것. 뿌에르또 몬뜨에 머무는동안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몰랐지만, 지인의 권유로 밥 한 번 먹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또다른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지인은 우리 내외를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고 떠났다. 처음엔 지인의 식사 제의를 정중히 거부하기도 했지만, 만약 그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했더라면 인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한 신의 그림자를 영원히 못 볼 뻔했다. 두고두고 잊지못할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 신의 그림자를 찾아 다시 길 위로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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