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부른 전차와 페리카나의 재밌는 몸짓
68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 반 정도 달린 후 맨 먼저 도착한 곳은 비냐 델 마르의 바닷가다. 우리는 이곳에서 모처럼 근사한 마리스꼬 요리를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게 됐다. 그곳은 마치 딴 세상 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산티아고의 구도시에서 느껴지는 음습하고 칙칙한 분위기르를 이 바닷가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칠레 사람들 다수는 산티아고를 로망으로 삼는데 비냐 델 마르는 산티아고 시민들의 로망이 서려있는 곳이다. 이곳 휴양지에는 시영 카지노 부터 고급 별장들이 즐비한 곳이다.
해변 한 쪽만 보면 한국의 해운대 비슷한 풍경이지만 내용을 잘 뜯어보면 해운대가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보인다. 짜임새 있는 도시 구조와 이곳에서 부터 발빠라이소 까지 연결된 5.5km의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곳이 칠레라는 걸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세계적인 휴양도시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글쓴이를 위로해 준 건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든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바다로 갈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이 있는 것이다. 얼마나 행운인가.
일행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카메라를 만지작 거렸는데, 당시 글쓴이와 동행한 분이 꽤 점잖은 분이자 사업을 하시는 분이어서 이날 만큼은 점잖은 떨었다.(참 답답했다.ㅜ) 그러면서 창 밖으로 내다본 풍경은 전혀 바캉스 시즌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시민들이 서핑을 하는 모습이 참 느긋해 보였던 것이다. 비냐 델 마르의 역사는 칠레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다.
약 100년의 역사 가운데 마르가 마르가 강(Rio Marga Marga)을 중심으로 두 군데로 나뉘는데 한 쪽은 비냐 델 마르라 불리웠고 강의 북쪽에 위치한 포도원이었다. 또 한 쪽은 '시에떼 에르마나(Siete Hermana, 일곱자매)'로 불리우던, 발빠라이소 까지의 일곱개 동산을 포함한 강의 남쪽 지역이자 현재 베르가라(Vergara) 별장이 있는 중심지역이다. 뭐 이런 도시의 정보들은 여행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거 같아 끄적여 두는 것이지만, 이날 비냐 델 마르를 다시 방문했을 때 글쓴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이곳에 살고있는 페리카나들이었다.
페리카나들은 '목이 가려울 때' 어떻게 긁을까?
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쌀밥을 곁들인 해물요리 마리스꼬(ARROZO DE MARISCO)'를 먹은 우리는 근처의 바닷가를 산책했는데 레스토랑 ㅇ서 가까운 바닷가에 페리카나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따가운 땡볓과 푸르디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비냐 델 마르를 단영 돋보이게 만드는 게 페리카나들이었는데 페리카나 무리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재미있는 생각이 든 것이다.
페리카나들은 해안도로에서 가까운 바닷가에서 볕을 쪼이며 깃털을 고르고 날개를 말리고 있었는데 그 작업을 길다란 부리로 잘도 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긴 부리는 꽁지는 물론 커다란 날개 구석구석 까지 마치 '효자손' 처럼 긁어대며 시원해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그런데 페리카나에게 치명적인 모습이 여행자의 눈에 띈 것이다.
(흠...페리카나들은 목이 가려울 때는 어떻게 긁을까?...거의 미쳐버릴 듯 한...ㅜㅜ)
페리카나들은 길다란 부리를 이용하여 온 몸 구석구석을 샤워하듯 기막히게 잘 손질하고 있지만, 보시다시피 길다란 부리 길이 만큼 목 부분은 전혀 입질(?)을 하지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걸 사자성어로 말하면 '속수무책'이라는표현이 옳을까.
페리카나들의 치명적인 단점인 목 부분에 가시가 걸렸거나 가려울 때면 거의 돌아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말도 못하는 짐승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싶은 생각이 마구잡이로 드는 것 아닌가. 참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조물주는 페리카나에게 큼지막한 부리를 주며 고기를 잘 잡을 수 있도록 한 반면에, 목이 가려울 때 치명적인 공간이 생기는 점을 이용하여 하늘을 경외시 하게 만든 것일까. 정말 택도 없는 상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이 비냐 델 마르이기도 했다.
그곳 비냐 델 마르의 해안도로에 인접한 울프성(Wulff)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멀리 발빠라이소가 펼쳐진 모습이 보이는데, 마치 영도에서 바라본 부산의 풍경같이 친근감이 드는 곳이 발빠라이소며, 이름조차 아름다운 천국의 계곡이 널려있는 곳이다. 그곳을 잠시만 맛보기 하며 글을 맺기로 하며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파타고니아 여행기를 끄적일 때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글쓴이가 뷰포인트로 자리잡고 있는 곳은 비냐 델 마르의 해안도로에 인접한 울프성(Wulff)인데, 그곳에서 바라보면 비냐 델 마르와 발빠라이소가 해안도로로 연결된 것을 알 수 있다. 여핼자들이 발빠라이소를 여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냐 델 마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된 곳이다. 그러니까 산티아고에 먼저 들러 시간이 나시면 발빠라이소만 들르지 말고 비냐 델 마르를 동시에 들러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은 것이다. 아울러 언급한 천국의 계곡을 즐기시려면 봄에 방문하는 게 좋다. 이유가 있다. 발빠라이소의 봄은 말 그대로 천국을 옮긴 것 같은 곳이다. 흙은 물론 먼지만 있는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꽃이 피어있으므로 낙원을 통째로 옮겨둔 듯 하니 말이다.
발빠라이소의 전경을 잘 보기 위해, 부산의 산복도로 처럼 생긴 도로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 해군박물관이 나타나는데 그곳에 서면 발파라이소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좌측 상단 중간쯤에 하얀 건물이 보이는데 그곳이 한국의 국회의사당 같은 의회 건물이다. 일설에 따르면 피노체트가 정치력을 약화 시키기 위해 입법기관을 산티아고에서 발빠라이소로 옮겼다고 전한다. 따라서 최근의 발파라이소는 행정 중심도시로 변하면서 옛날의 영화는 찾기 어렵게 되었다.
지난 봄에 타 봤던 오래된 전차는 괘도를 따라 도시를 천천히 달리는 낮선 풍경이지만, 여행자를 가두어 둔 답답한 도시가 풀어야 할 숙제의 해답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었다. 마치 최고의 부리를 가진 페리카나가 정작 자신의 목 덜미를 긁지못하는 것 같은 기형적인 도시가, 글쓴이가 머물고 있는 산티아고 같기도 하다. 서울은 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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