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 10개월이면, 여행일까 이민일까
이틀전 산티아고는 온통 안개 속에 갇혀버렸다.
마치 내일이 불확실한 여행자를 안개 속에 가두어 둔
아스무리한 몽환적인 풍경이라고나 할까.
느려터진 인터넷 때문에 한국으로 가야하나?
참 배부른 여행자의 푸념 처럼 들리겠지만, 한국의 인터넷에 길들여진 꼬레아노가 지구 반대편 칠레의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느낀 인터넷 사정은 거의 도를 닦는 수준이다. 요즘 도사의 조건이 무엇인지 어슴프레 알게되는 것이다. 도사가 되려면 맨 먼저 마음의 수양 내지 수련이 필요할 텐데, 그 때 도사가 되고 싶은 수련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거의 매 시간, 매 일, 매 주, 매 달, 매 년 또는 수 년 내지 다년간 가슴 속에 참을 인(忍)자를 새겨 두고, 세상을 이해하고 인간들의 성품을 이해해는 등 내공을 길러야 겨우 도사 과정의 인턴수련자가 될 게 아닌가. ^^
요즘 글쓴이가 가슴에 품고 사는 게 있는데, 그게 하필이면 한국에서는 일상화 되고 흔해빠진 인터넷에 대한 불만인 것이다. 이틀전에는 자칫 자판 앞에서 깐죽거리는(?) 인터넷을 향해 칼을 빼들 뻔 했다. 주지하다시피 참을 인자는 마음밭 위에 칼을 올려둔 형상인데 마음의 평정심이 흐트러지면 함부로 칼을 휘두르게 된다. 자판 앞에서 빌빌 거리며 깐죽거리는 모니터를 한 방 쥐어 박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어느새 두 달이 다 된 것이다. 그래서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컴맹이 두루 살펴본 결과 인턴 도사가 결론을 내렸다.
그림은 다 익어 떨어인 선인장 열매와 우리눈에 익은 분꽃이 산책로 곁에 있는 모습이다.
"...흠...그럼 그렇지.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으로 날아가는 신호가 얼마나 느리겠나..."
속으로 중얼거리긴 했지만 그게 말이나 될 법한가. 그래서 어떤 때는 잘 되고(속도가 그런대로 괜찮음) 또 어떤 때는 잘 안 되는 시간대를 조사해 가며 끄적거리는데, 글을 발행해야 하는 시각에 저장이 안되는 결정적인 오류가 생길 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에 품고있던 칼자루를 만지작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 기분 아실런지.ㅜㅜ
우리가 뭔가에 빠져들고, 그게 생활을 지배하고 습관이 되면, 좀처럼 그 습관에서 빠져나오기 쉽지않다는 게 인터넷으로 증명되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 앞에만 서면, 느려터진 인터넷 때문에 귀국해야 하는 생각이 한 두번 드는게 아닌 것이다. 앞으로 그런 생각은 인턴 도사를 또 얼마나 괴롭힐까.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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