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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안데스의 혼으로 묘사된 어느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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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의 혼으로 묘사된 어느 문학가  


여성과 노동자들과 문학을 사랑한 자의 영혼은 어디서 온 것일까.

해가 뉘엿거리는 저녁나절 그의 생가 앞을 지나치면,
 인생도 죽고 문학도 죽고 사상 마저 홀연히 안데스 너머로 사라진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그는 칠레가 낳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파블로 네루다(본명: Neftalí Ricardo Reyes Basoalto)'이며,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이었던 '살바도르 아옌데'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 CIA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반공주의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를 죽음으로 몰아넣자, 피노체트의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병상에서 격렬하게 항의하는 시를 쓰다가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저항시인이라 불렀다.


비록 문학가가 정치판을 기웃거리긴 했지만, 당시 이 땅의 시대사조를 참조하면 그의 행위는 당연시 되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남미의 역사는 인디오들이 흘린 '피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원주민들의 노동력과 땅을 착취한 침탈자들의 '침탈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들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미국이 칠레의 정치 깊숙히 개입하고 있었다면, 파블로 네루다와 살바도르 아옌데 등 당시 이 땅의 사회주의자들은 기득권으로 부터 착취당한 삶과 이익을 이 땅의 시민들에게 되돌려 놓고자 한 사람들이었다. 역사가 그렇게 전하고 있다.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온 평가는 죽어서야 이루어지는 것인지. 파블로 네루다는 여전히 이 땅의 시민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이자 정치인이다. 여성과 노동자들과 문학을 사랑한 그의 산티아고 생가 앞에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그린 그림과 함께 눈을 하얗게 머리에 인 안데스를 파블로 네루다 처럼 그려놓고 있다. 마치 이 땅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인디오들의 영혼이 파블로 네루다로 환생한 것 처럼 말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피노체트가 국가폭력으로 아옌데를 살해할 당시 아내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 몰랐어? 그자들이 하라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놓았어. 기타를 치던 두 손을 다 뭉개놓았대."...1973년 9월 칠레의 산티아고에서는 이 땅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오들의 대살륙 모습이 피노체트로 부터 재연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가 남긴 몇 마디가 까닭도 없이 죽어간 인디오들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느덧 안데스의 혼으로 돌아간 것이다. <산티아고에서 Boramir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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