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귀여운 붉은앙마
"넘 귀여운
붉은앙마들!...
혹여 실수라도 깨물어주고 싶도록 앙증맞은 천사들에게 '빨갱이'라 부를까 무서운 세상이 됐다. 우리 전통문화의 설 자리를 야금야금 다 앗아간 사람들이 설쳐대는 세상이라 더 그러하다. 올해로 84회째를 맞이한 춘향제의 시작은 1931년 일제강점기에 지역 유지였던 이현순과 남원권번 이백삼이 주축이 되어 시작되었다.
춘향 문화와 춘향 정신의 계승을 목적으로 전국적으로 모금행사를 벌여 춘향사당을 건립했으며, 1931년 6월 20일에 그곳에서 처음으로 춘향제향을 드린 것이 모태가 되었다고 전한다.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우리 전통문화를 잘 계승하고 지켜낸 곳이 남원의 광한루원이 중심축이 된 것.
지난 춘향제에서 광한루원에서 맨 먼저 만나게 된 붉은앙마(Red devil)들이 입고 있는 붉은 옷을 보자마자 오래전 에 읽었던 <환단고기>의 치우천왕이 단박에 회상된다.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따르면, 치우천왕(蚩尤天王)은 대극성(大棘城)에서 태어나 BC 2707년에 신시배달국(神市倍達國) 제14대 자오지(慈烏支) 환웅천왕(桓雄天皇)으로 즉위하여 청구(靑邱)에 도읍(都邑)하고, 109년간 나라를 다스렸으며 151살까지 살았다고 전한다.
또 치우천왕은 동이족의 천자로 신용(神勇)이 가장 뛰어나 동두철액(銅頭鐵額)으로 능히 안개를 일으키고, 구야(九冶)를 만들며, 주철(鑄鐵)을 캐서 병장비를 만드니 천하가 크게 두려워하여 세상에서 호를 치우천왕이라 했다. 우리에겐 '2002한.일 월드컵'을 통해 널리 알려진 붉은앙마들이 선생님을 따라 광한루원에 소풍을 나온 것이다. 녀석들을 보자마자 입 밖으로 새 나온 비명같은 한 마디.
"넘 귀여운
붉은앙마들!...
광한루원에서 우리 아이들을 통해 느낀 점. 우리의 전통문화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는 단군할배의 자손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침탈한 왜놈의 노예가 될 것. 붉은 티셔츠를 잘 차려입은 아이들을 통해 치우천왕을 떠올리며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붉다고 다 빨갱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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