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사의 세 보물
"스님이 숨겨둔 보물은 무엇일까.
성직자도 보물이 필요한 것일까?..."
선원사 일주문을 들어선 직후 반갑게 맞이해 준 운천 스님(선원사 주지)과 악수를 건네자 스님의 손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진다. 겉모습도 건강해 보이지만, 당신의 손으로 전해지는 파워(기운) 하나 만으로 짜장 스님의 소문이 그저 된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세상을 향해 내놓는 보시가 그의 손으로부터 행해지면서 스님의 손은 기적을 일구는 '기적의 손'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천년 고찰 선원사가 품은 보물이 운천 스님이었을까.
선원사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짜장스님은 당신을 유명하게 만든 식재료 앞에서 얼굴이 환해졌다.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면 입 양쪽이 귀에 걸릴 정도로 행복하게 만든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풍경은 속가에서 운천 스님의 존재를 말해주는 것들이었다. 대웅전과 약사전 뒤에 숨겨둔(?) 것들은 양파와 양배추와 밀가루와 전분 등이었다.
생전 이런 사찰을 본 건 처음이었다. 도시에 나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식재료들이 선원사 공양간 곁에서 쓸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 데 이 물건들은 둘도 없이 소중한 운천 스님의 보물이자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나눔의 미학'이 깃든 식품들이었다. 속가를 떠난 스님이 굳이 욕심을 드러낸 건 이웃을 향한 사랑이었는데 당신은 절에서 가만히 앉아 보시를 받는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향한 (짜장면)보시를 행하는 스님이었다. 따라서 스님에게 붙은 대명사는 '짜장'이었다. 이름도 별난 짜장 스님!!...
짜장 스님을 따라 선원사 요사체로 향하는동안 눈에 띈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별난 장면 두개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어느덧 5년동안 짜장면 무료봉사를 해온 선원사 주지 짜장 스님을 둔 선원사 경내의 남다른 풍경이 그것이다. 대웅전과 약사전 뒤에 꼬불쳐(?)둔 식재료와 함께 공양간의 풍경은 마치 커다란 중국집 주방을 연상시킬 정도로 온통 짜장면 만드는 집기들 천지였다.
"이건 요. 그릇하고 솥 전부 이번에 새로 들여놓은 겁니다."
스님은 공양간에 쌓아둔 집기를 가리키며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좀 더 까칠하게 스님의 표정을 설명하면 '돈도 안 되는' 짜장면 봉사에 미친 스님이었다. 1년 내내 거의 쉼 없이 계속되는 봉사에 지칠만도 한데 당신을 힘들게 하는 봉사를 매우 즐겁게 한 탓인지, 당신의 얼굴에는 지친기색이 전혀 안 보이고 생기가 철철 넘쳐흐르는 것이다. 아마도 짜장 스님에게 '짜장면 봉사를 하지말라'고 하면, 그는 세상 사는 맛 전부를 잃은 것처럼 슬퍼할 정도로 이웃사랑에 집착(?)하고 있는 보기드문 분이었다.
짜장스님이 정말 아끼는 보물은 철조여래좌상을 모셔둔 약사전과 대웅전 뒷뜰에 고이 모셔(?)둔 양파와 양배추 등 짜장면 식재료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 것. 참 기분좋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인데 그게 부처님의 제자가 아끼는 진정한 보물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선원사에 또 하나의 보물이 있다면 그건 세상을 향해 늘 소통하고 불우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당신의 넉넉한 성품이었다. 남원 춘향제 취재차 들렀다가 년중 굴러다니는(?) '모바일 스님'을 뵌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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