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소리없이 피고지다
-완도 영흥천의 기적같은 동백숲-
기적은 이런 것일까...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해남땅을 주유하면서 잠시 정자 아래서 망중한을 달래고 있었다. 정자는 작은 숲 곁에서 가늘게 몇 방울씩 내리는 비를 맞고 있었다. 파릇한 작은 숲에도 하루 종일 봄비가 깃들고 있었다. 하늘도 우중충 하고 바람 한 점 없는 날 정자 속은 뽀송뽀송 말라있었다. 가끔 자동차들이 한 대씩 지나치는 것 외 사방이 침묵에 빠져든 곳이었다. 촉촉히 젖은 작은 숲 아래로 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는 건 나중에 안 사실이었고, 이곳이 영흥천변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다. 완도 청해진에서 조금 떨어진 곳. 우리는 영흥천변의 작은 숲 옆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숲속에는 새 소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정자 아래서 본 작은 숲이 호기심을 부르며 우산을 펼쳐들게 됐다. 천천히 숲을 한 번 돌아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몇 발자국 다가서기도 전부터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동백꽃이었다. 새빨간 동백꽃들이 아까부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던지 숲으로 다가서자 아이들처럼 부끄러워 하며 얼굴을 감추기 시작한다. 이방인의 출현에 적당히 경계하는 모습들. 좀 더 가까이 다가서자 기적같은 일이 작은 숲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고지고 있었다.
숲속에는 새 소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정자 아래서 본 작은 숲이 호기심을 부르며 우산을 펼쳐들게 됐다. 천천히 숲을 한 번 돌아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몇 발자국 다가서기도 전부터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동백꽃이었다. 새빨간 동백꽃들이 아까부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던지 숲으로 다가서자 아이들처럼 부끄러워 하며 얼굴을 감추기 시작한다. 이방인의 출현에 적당히 경계하는 모습들. 좀 더 가까이 다가서자 기적같은 일이 작은 숲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고지고 있었다.
완도 영흥천의 기적같은 동백숲
아내와 함께 훌쩍 떠난 짧은 시간의 해남땅 주유는 몇가지 이유를 품고 있었다. 겉으로는 봄맞이가 포함된 여행이기도 했지만 잠시 서울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 서울은 편리한 곳이지만 살아가면 갈수록 재미가 반감되는 곳이어서 삶에 작은 활력소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서울을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올 때까지 여행지에서 적당한 안식처를 발견하게 된다면, 즉각 보따리를 싸서 당분간 서울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이를 테면 도피처(?)를 물색하기 위한 투어라고나 할까.
그런데 피안의 세계로 다가올 것 같았던 해남땅은 쉽사리 도피처를 내 주지않았다. 강진에서 해남땅을 가로질러 완도에 들어가 신지도 곳곳을 돌아나오면서 우리 눈에 띈 안식처는 보이지 않았다. 완도와 신지도는 이미 도시로 변해있었고 서울에서 늘 보던 풍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가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만한 마을이나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던 만큼의 입지는 되지않았다. 따라서 차를 돌려 다시 해남땅을 통해 땅끝과 진도를 돌아 북상할 예정이었다. 영흥천변에서 만난 동백숲은 우연찮게 마주친 풍경이었던 것이다.
동백꽃이나 숲을 처음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래 흐드러지게 피고지고 있었던 동백꽃은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순식간에 긴장과 설레임이 반복되는 것. 빠알간 요정들은 우리처럼 질기디 질긴 삶과 인연의 끈을 붙들거나 탓하지도 않았다. 그저 작은 빗방울 무게 조차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낙화를 즐기는 것이다. 누가 봐도 언제 봐도 아직은 덜 핀 것 같은 선홍색 꽃들이 피는가 싶으면 지는 숲. 그 숲에서 꽤 오랫동안 서성이며 봄비를 함께 맞이했다.
유명하지도 않은 곳.
그래서 누구의 시샘 조차 받지않는 작은 숲
그곳에서 동백꽃이 소리없이 피고지고 있었다.
아가야 너는 내 맘 알까
아가야 너는 내 맘 알까
너를 사랑하여 먼 길 떠난
그 맘 네가 알까
아가야 너는 내 맘 알까
너를 그리워 하며 길 떠난
그 맘 네가 알까
춘삼월 봄비 오시면
아가들 보고 싶어 어쩔줄 몰라
아가야 그 맘 네가 알까
-영흥천 동백숲에서
완도를 떠나 다시 해남땅 진도를 돌아 북상하는동안 우리가 찾고자 하는 안식처는 찾지 못했다. 아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상경하자마자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동백꽃이 빨간 입술로 웃어보였다. 처음 만나 발그레 부끄러워 하던 요정들이 내 품에 쏙 안긴 것. 요즘 내 가슴 속에 뭇새가 우지짖는 작은 숲 하나를 품고 산다. 그 숲에서 동백꽃이 무시로 피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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