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시절의 할미꽃
-처녀 땐 다 이쁘다우-
누구나 처녀시절에는 다 이쁘지 않았겠는가...
할미꽃을 발견하자마자 든 생각이다. 어제(21일) 오후 바람은 약간 쌀랑거렸지만 볕은 좋았다. 약수터를 다녀가는 길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4월 3일 동네뒷산의 양지바른 곳에서 할미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서울에도 할미꽃이 핀다'라는 제목의 포스트를 통해 할미꽃 모습을 담으며 좋아했다. 도심으로부터 수 백 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야산 기슭에서 할미꽃을 발견하게 된 게 무슨 보물이라도 만난 것 같았던 것.
그런데 당시의 할미꽃은 말 그대로 '할미의 모습'을 닮아있었다. 금방이라도 희끗한 백발을 날릴 듯한 표정들. 지난해 할미꽃과 첫 만남은 그랬다. 그래서 조금만 더 일찍 할미꽃을 만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할미꽃 군락지를 천천히 둘러보게 된 것이다. 아직 뒷동산은 누런 잔디가 깔려있었다. 얼핏보면 할미꽃이 아니라 할애비꽃(?)도 없을 듯 했다. 기우였다. 한순간 금잔디 속에서 입술을 새빨갛게 단장한 할미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동지섯달 꽃본듯이 반가웠다.
"(히죽)안녕하세요, 할미꽃님 ^^"
"(히죽)안녕하세요, 할미꽃님 ^^"
물론 속으로 그랬다. 누구나 처녀시절에는 다 이쁘지 않았겠는가...할미꽃을 발견하자마자 든 생각이다. 언덕 위에는 바람이 쌀랑거렸고 볕은 따사로웠다. 금잔디 속의 할미꽃들은 고개를 숙이기는 커녕 하늘을 향해 도도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고개 숙인 할미꽃이 아니라 시쳇말로 '고개 쳐든' 처녀적 할미꽃의 모습. 주변에 또래의 처녀 할미꽃들이 창을 열고 눈을 맞추는 듯 발그래한 볼로 이방인을 맞이했다. 그녀도 나를 처음 봤을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한마디 툭 던지는 듯...
"처녀 땐 다 이쁘다우...(씨익~^^*)"
동네 뒷산의 할미꽃은 지난해 보다 최소한 열흘정도는 앞 당겨 핀 것 같기도 하다.(흠...나 때문에?...ㅋ) 1년에 단 한 번 밖에 볼 수 없는 행운이 깃든 하루. 봄의 늦깎이 전령사 '처녀 할미꽃'이 가져다 준 귀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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