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쟁이가 본 '연등행렬' 너무 아름다워!
오늘 일원동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를 둘러 보면서 그곳에서 가까운 한 사찰 곁을 지나는데
작은 2차선 도로곁을 수놓고 있는 '연등행렬'에 시선을 배앗꼈습니다.
등燈 하나 하나가 마치 우리 이웃의 모습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등들은 플라타너스가 잎을 막 피워 고운 연두빛을 하고 도로변에 전깃줄을 따라서 쭈욱 늘어서 있었습니다.
하나의 전선에 매달린 연등은 보름정도 후에 밝은 빛으로 세상을 비출 것이나
이미 연등과 같은 우리네 이웃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세상에서 고운 빛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그들이 스스로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게 하고 있는 것인데
연등 곁으로 늘어 선 플라타너스의 커다란 줄기를 보니 우리의 허물이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예수쟁이' 입니다.
독실하다 못해 '예수'라고 하면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공생애를 살면서 이 땅에서 이룬 일들을 보면 과연 하느님의 아들이라 칭해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그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불합리'를 이해 하면서 세상에 대해서 눈을 조금 뜬 저는 세상에 대해서 매우 자유한 편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해서 어쩌면 매우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기독교인들 중 일부에서는 이런 저를 '신앙의 정체성을 상실한' 인간으로 매도할 것이지만
저는 이미 그런 비난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 묻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신앙의 행태를 이해한다면 그런 말은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수쟁이도 연등행렬을 아름답게 볼 수 있고 불자들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있는데
오늘날의 세태는 불자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고 불자뿐만 아니라 신앙인들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신앙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세상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로 나아가는 聖徒들을 향한 부러운 시선들인데
요즘 신앙인들 중 적지않은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 만큼도 못한 신앙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신앙관은 타인을 위한 배려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태워서 빛을 내는 연등이 아름다워 보였고 연등을 다는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들 이웃이었던 것입니다.
요즘 연등들은 예전의 등들과 달라서 창호지로 만든 등이 아니라 비닐로 손쉽게 만든 등이고
촛불이나 등잔불로 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전깃불로 등을 밝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연등을 다는 마음은 동일한데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져 있을 뿐입니다.
물론 저는 '색깔'에 빠져서 이 세상을 보고 있는 예수쟁이에 불과 하지요.
연등의 유래는 이렇게 전해져 옵니다.
부처님이 영취산에 계실 때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지극한 정성과 발원으로 바친 등불만이
다른 모든 등불들이 꺼진 후에도 밝게 빛나고 있었는데 이것을 본 부처님이 그 여인의 지극한 정성을 알고
"...이 여인은 등불공양의 공덕으로 성불할 것이며 '수미등광여래'라 할 것"이라 수기 했다 합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연등을 밝히는 것은 어두운 세상에서 밝은 세상으로 향하는 '지혜'를 뜻하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이웃을 위한 배려가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게 연등공양을 하면 '여덟가지 이익'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집안이 안정하게 번영하고 둘째, 귀한 가문이 되고 셋째, 슬기로운 사람이 되고
넷째, 몸의 불편함이 없어지고 다섯째, 몸의 자세가 아름다워지고 여섯째, 위엄과 신망이 생기고 일곱째, 두려움이 없어지고
여덟째, 사고없이 무탈하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수미등광여래를 지칭하는 것과 동일한 내용이 바이블에 있다는 사실을 예수쟁이들은 다 알 것입니다.
'등잔을 예비한 열 처녀'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녀들이 준비한 등이 램프Lamp가 되었던
토치Torch램프가 되었던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스스로 예비한 등불로 자신을 먼저 비출 수만 있다면 이웃의 허물은 쉽게 용서 될것인 즉,
저는 아직도 덜 떨어진 예수쟁이가 되어서 한 장로의 대운하 사업을 용서치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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