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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나와 우리덜

천안함,마지막으로 본 해경 501함의 나침반

Daum 블로거뉴스


마지막으로 본 해경 501함의 나침반
-천안함 사건 3주기에 부치는 작은 기록-




누가 표류하는 대한민국호를 구해낼 것인가. 
 


이틀 전, 아침나절에 전화가 왔다. 발신지는 <미디어오늘>의 모 기자. 전화를 걸어온 용건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인터뷰 때문이었다. 1분 후에 전화를 다시 걸어달라고 한 후 전화를 기다렸다.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통화내용은 '천안함 사건의 진실'과 관련된 필자의 생각을 묻는 등의 질문이었으며 생각나는대로 답변을 했다.

천안함 사건이 어느새 3주년이 됐다는 사실은 어느 학교 앞에 내걸린 현수막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질문에 (준비없이)대답을 하자니 쉽지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필자의 인생에 변곡점을 찍을 만큼 격렬한 취재욕구를 불러 일으킨 바 있으므로, 인터뷰는 생각나는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중에 기억에 오래토록 남아있는 질의와 답변이 여전히 머리속을 맴돌고 있어서 그 내용을 끼적거리고자 한다.


질의: 천안함의 진실이 어느정도 밝혀졌다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천안함의 진실은 이미 90%정도는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가로 막고 있는 건 대한민국의 언론입니다. 언론(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 매체))이 문제이자 우리사회에 '저널리스트'가 없다는 것이죠.
질의: 천안함이 폭침이 아니라는 생각에 대한 근거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합참의 방공망과 군사력을 감안할 때)북한의 잠수함(또는 잠수정)이 백령도 앞 바다까지 침투해 있었다는 주장사실을 믿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잠수함이 백령도 앞까지 침투한 것도 의문스럽지만, 천안함을 폭침(?)한 후 도주할 때까지 과정은 납득할 수 없는 것이죠.
질의: 혹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시죠.
답변: 천안함 사건(재판) 취재 중에 남미여행을 꽤 오랫동안 떠났는데, 그 기간 동안 국내에서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의혹들이 파다했습니다. 혹시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군사독재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모 기관 등지에서 '나쁜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오해였습니다.


위의 질의와 답변 내용은 인터뷰 내용 중에 생각나는 것 일부를 옮겨적었을 뿐, 이 사건의 진실 전부를 말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내용이었다. 특히 필자는 인터넷의 블로그를 통해 이 사건의 기록 내지 주장사실을 꾸준하게 주장했을 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 등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었다. 다만, 천안함 사건에 꾸준한 관심을 가진 게 일반인들 보다 이 사건의 허와 실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천안함의 진실이 90%정도 밝혀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관점이 작용한 것이며, 천안함의 진실을 가로막고 있는 곳이 언론이(문제)란 것도 직간접적으로 이 사건을 지켜보거나 취재를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체득된 현상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국민 1인으로 제아무리 합리적인 생각으로 주장하고 발버둥 쳐 봤자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게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자 정체였던 것. 

오죽하면 이 사건이 어느덧 3년이 다 돼 가는 데 신상철 전 위원은 여전히 법원을 들락거리며 '천안함 사건 재판'에 임하고 있겠는가. 이런 현상 등 관련 사실 때문에 신 전 위원은 '천안함의 진실은 여전히 백령도 앞 바다에 수장돼 있다'고 보는 것.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누구 하나 이 사건을 통해 '자작극이다' 혹은 '북한의 짓이다' 라고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게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였다.


위 사진 두 장은 지난해 제18대 대선 당시 코엑스 앞에서 펼쳐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유세장면. 유세장을 가득 메운 노인들이 인상적.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천안함 사건의 실체는 주로 그런 분위기를 조성되고 있었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건은 다시 박근혜 정부로 바통을 이어받고 있었다.이틀 전, 천안함 사건 3주기를 맞아 박근혜는 이렇게 말했다.
 


"천안함 폭침은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남겨 주었다. 평화로운 국민들에게 불안과 위협을 주었고, 갑작스런 폭침으로 죽어간 용사들의 유가족에겐 평생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지금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정전협정 백지화까지 주장하면서 우리 안보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저는 천안함 3주기를 맞아 북한의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북한은 '핵무기가 체제를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주민들은 굶주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는 것은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할 뿐, 핵무기와 미사일, 도발과 위협을 스스로 내려놓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하는 것만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북한은 더 이상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대결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도발을 즉각 중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의 길을 선택해야만 할 것. 

우리는 오늘 조국을 지키다 숨진 46명의 용사들과 고(故) 한주호 준위님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추도식에 함께했다.아들의 얼굴을 씻기듯 매일같이 묘비를 닦고 계셨던 어머니의 눈물과, 아들이 남겨놓은 방을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고 계신 아버님의 마음과, 천안함 용사들의 유가족 여러분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을 것.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이 예우와 존경을 받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 것. 안보 앞에는 너와 내가 다를 수 없고 여야가 나뉠 수 없다.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이 용사들이 남기신 고귀한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화합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천안함 사건 3주기를 맞아 낭독된 메세지는 인터넷에서 카피해 옮겨적은 것. 이런 메세지가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암운이라면 펄쩍 뛸까.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따르면 메세지 말미에 언급된 '
용사들이 남기신 고귀한 뜻'은 없었다. 이유가 뭔가. 천안함의 46용사들은 고귀한 뜻을 남길 시간적 여유 조차 없었다. 인양된 46용사의 주검은 전부 익사체로 발견됐고, 일부 주검은 긁힌 흔적만 있을 뿐 어뢰에 피격돼 사망에 이른 시신이 없다는 게 이 사건이 남긴 기록이자, 배 밑바닥에 구멍이 뚫려 침몰한 '좌초의 흔적'이다. 




그들은 특정 정부 또는 국민이나 부모님들께 안부 한 줄 못 남기고 한 순간 졸지에 억울하게 수장되었던 것. 그게 3년 전 백령도 앞 바다에서 일어난 일이자, 천안함 사건의 진실 중 일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루뭉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화합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하는 건, 진심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말한 천안함 용사 46위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그 사실을 일깨우는 작은 기록 하나. 지난해 12월 13일, 인천의 항동에 위치한 알파잠수함(대표 이종인) 사내에서 조촐한 기념식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모인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곳에는 필자를 포함한 신상철 전 위원과 이종인 대표와 미디어오늘의 조현호 기자 등 천안함 사건에 관심을 기울인 분들이 모였다. 신 전 위원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집필한 책 <천안함은 좌초 입니다!>를 참석한 여러분들께 기념으로 나누어 주었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


알파잠수함 이종인 대표(왼쪽)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에게 해경 501함 나침반을 전달(선물)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뜻 깊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안함이 좌초할 당시 맨 먼저 구조에 나섰던 게 '해경 501함'이었다. 이미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해경501함은 천안함의 생존자 대부분을 구출했을 뿐만 아니라, 천안함의 진실을 맨 먼저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었다. 그 해경 501함의 나침반을 이종인 대표가 미디어오늘 조현호기자에게 선물한 것. 선물한 이유는 간단했지만 뜻 깊었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꾸준히 바르게 보도한 감사의 표시이자 적격자가 조 기자라 판단했던 것. 

해경 501함은 어느덧 33년의 임무를 마치고 지난 2011년 11월 24일 퇴역했는데 경로를 통해 이종인 대표가 구매했다가, 이날 조 기자에게 선물한 것이다. 해경 501함의 나침반 선물은 대단한 의미였다. 좌초한 천안함의 생존자를 구조한 나침반이자, 천안함 사건 보도를 꺼리거나 묻어버리는 언론과 짝퉁기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나침반이었다. 또 우리사회의 어두운 항로를 굿굿이 지켜달라는 바람이 담긴 나침반이기도 했다. 잠시 해경 501호가 남긴 증언을 돌아볼까.




2011년 8월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법 서관 524호 법정에서 속개된 천안함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해경501함 부함장 유종철은 "천안함의 침몰사실을 3월 26일 오후 9시 34분에 해경으로 부터 통보받는 즉시, 9시 35분에 피항중이었던 대청도와 소청도 중간 해역에서 급히 출발하여 천안함이 침몰한 현장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천안함 구조활동을 위해 출동할 당시 "천안함이 '좌초'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천안함은 <좌초>였던 것.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천안함 사건 3주기를 통해 이런 메세지 등를 통해 반성을 촉구해야 마땅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상처와 교훈을 남겨주었다. 정부는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불안과 위협을 심어주었고, 갑작스런 좌초와 침몰로 죽어간 용사들의 유가족에겐 평생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이 사건으로 누구 하나 처벌받은 사람이 없었다. 정부는 지금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정치에 악용하며, 우리국민들의 행복할 권리를 심히 위협하고 있는 것. 천안함 3주기를 맞아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거짓선동이 권력이나 정치생명을 유지시켜준다는 망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민들이 생업에 빠듯해 하는 동안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그들의 권력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천안함 사건의 진실 규명에 입을 다물고 있다. 진실이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의 바다와 땅과 하늘에서는 합참의 전투기와 군함과 탱크들이 판을 피고있다. 여전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며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호도하고 있는 것.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건 북한이 아니라, 북한의 핵실험이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진실에 대해 굳게 다문 입이다. 국방부와 합참 등이 제아무리 국방을 튼튼히 하겠다며 큰소리 쳐도 전혀 신뢰가 가지않는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정치와 권력의 잘못 아니겠는가. 천안함 사건의 진실 규명 중에 가장 큰 의혹 중 하나를 밝히지 못한 것 때문이다. 




북한의 잠수함이 쥐도 새도 합참도 모르게, 어느날 백령도 앞 바다 까나리 어장에 숨어 들어 천안함을 폭침하고 달아나는 동안, 우리 군대가 한 일이 전무했다. 사후에는 더 심했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켜 46명의 전사자를 내고 함정을 파괴했다면 응당 보복을 가했어야 옳다. 또 군은 경계근무를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뤄야 마땅했다. 관련자들을 처벌하게 만들고 군의 기강을 재확립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대통령부터 시작해 군 수뇌부 등, 그 누구도 이 사건 때문에 책임을 지거나 처벌 받았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 없다. 세상에 이런 정부 이런 나라도 있나. 천안함 사건이 우리 가슴에 씻지못할 상처를 남긴 주요 이유이다. 

대통령부터 여야 정치인들까지 대답해 주시기 바란다. 천안함이 왜 폭침인가?...이 물음에 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한동안 좌표를 잃고 표류할 게 틀림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권력을 탐하는 정치 또는 정치판에 환멸 이하의 무관심으로 돌아선 게 그저 된 게 아니다. 모두 제 밥그릇 밖에 챙기지 못하는 일 때문이자, 나침반이나 올곧은 선장이 없어 대한민국의 진로 또는 항로를 재대로 찾지 못한 이유라는 생각. 아이러니 하게도 해경 501함은 나침반 한 개만 남기고 퇴역했다. 어쩌면 차디찬 백령도 앞 바다에 수장된 46위의 호국영령들이 
이 나침반을 통해 천안함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애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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