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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환상 속에 빠뜨린 '아르힐라가 숲'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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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속에 빠뜨린 '아르힐라가' 숲
-그곳에 가면 '노랑물결'에 빠지게 된다-



세상에...이럴수가...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두고 환상을 본 것이라고 말 할 것이다. 환상의 사전적 의미(사상이나 감각의 착오로 말미암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인정하는 현상) 처럼, 맨정신 내지 제정신인 데도 불구하고 환상에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여행자의 넋을 쏙 빼 놓았다.

만약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두지 못하고 필설로만 설명하면 사람들은 피식 웃고 말 일이었다. 세상에 그런 곳도 있나 싶은 생각을 하며 사실을 과대 포장하여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일. 그러나 그 장면들을 용케도 카메라에 담았다. 행운이 따라주었던 것이다. 이런 행운은 빠따고니아 투어에 나선 후 칠레의 남북을 잇는 5번 국도변에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장면을 기대하여 5번 국도변에 죽치고 있으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지인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여행자가 그런 여유를 가지기란 쉽지 않을 것. 행운은 자기의 노력 보다 우연한 기회가 만들어 주는 것. 다만 그 기회를 포착할 준비는 당신의 몫이었다. 그렇다면 칠레의 남북을 잇는 5번 국도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여행자를 환상 속에 빠뜨린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의 5번 국도로 떠나본다.




관심을 가지고 연재되고 있는 관련 포스트를 열어 보신분들이라면 후속 편이 궁금했을 것이다. 필자는 여행지에서 현지교민의 초대를 받아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점심을 먹고 그곳에서 225번 국도를 따라 엔세나다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225번 국도는 칠레에서 제일 큰 호수인 쟝끼우에 호수 곁을 따라 엔세나다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 길은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다.



225번 국도를 따라 봄이 절정으로 치닫는 길을 드라이브 하다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곳이었다. 마치 오소르노 화산이 지남철과 같은 자력으로 사람들을 끌어 당기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 정도. 드라이브 길에 마주친 호수와 산이 그런 기분을 들게 하는 것. 225번 국도 끄트머리 일부는 아스콘 포장을 앞둔 비포장 도로였다. 우리는 엔세나다의 한 카페겸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고 해가 뉘엿거리자 뿌에르또 몬뜨로 이동했다. 다시 225번 국도를 따라 쟝끼우에 호수를 벗어나 5번 국도의 종점으로 갈 예정. 그 여정에서 행운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기분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가 다시 한 번 더 빠따고니아 투어에 나선다면, 다시 가 보고 싶은 곳 중에 한 곳이 5번 국도가 끝나는 지점에 펼쳐진 '아르힐라가(Argillaga) 숲'을 만나보는 것. 그 숲은 노랑물결을 이루며 5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어지며 뿌에르또 바라스와 뿌에르또 몬뜨 사이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 장면들은 오전에 뿌에르또 몬뜨에서 뿌에르또 바라스로 갈 때까지 느끼지 못한 것으로 날씨가 한 몫 거들었던 것이며, 해질녘에 드리워진 빛 때문에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


엔세나다를 떠날 때




우리가 엔세나다를 떠날 즈음 225번 국도는 올 때 보다 차량들이 더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주말에 지방으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귀경 차량들 처럼 이곳도 비슷한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이곳의 도로사정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병목현상과 같은 정체는 보이지 않았고, 자동차들이 길게 줄지어선 모습을 볼 수도 없었다.

다만, 비포장 도로에서 날리는 먼지 때문에 차량들이 서행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 모습은 마치 환상 속으로 또는 마법의 길로 들어가는 경계같았다. 뿌에르또 몬뜨의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그런 묘한 기분에 들뜨게 만든 것. 먼지 길은 환상에 빠뜨린 전조였던 셈이다.
 






먼지길은 짧았다. 그러나 참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225번 국도는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 낮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태양이 서쪽 태평양 쪽으로 뉘엿거리며 마지막 호흡을 하고 있었다.




225번 국도는 그렇게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아르힐라가 숲. 지금도 컴을 열어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설렌다. 칠레의 5번 국도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노란물결이 어느새 광활한 꽃밭으로 펼쳐지며 환상 속으로 빠뜨린 것이다. 이 곳을 그냥 지나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단박에 든 것.




Ruta 5, Los Lagos CHILE
-E
l camino del 'Argilaga Forest' fantasia-




우리는 5번 국도변에서 잠시 정차해 흐드러지게 만개하고 있는 아르힐라가 숲과 주변 풍광에 빠져들고 있었다.




늘 봐 왔던 철길 조차 평범해 보이지 않는 곳.




 감탄을 연발하면 할수록 아름다움이 반감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칠레의 5번 국도변에 펼쳐진 풍경들은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환상 속에 빠져들면 침묵하게 되는 것 처럼 그저 멍 하니 바라보는 동안 셔터음만 작렬했다. 우리가 뿌에르또 몬뜨에 좀 더 오래 머물렀다면 수 차례에 걸쳐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됐을지도 모를 곳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5번 국도변에 펼쳐진 장관은 흔치않은 일이자 봄에만 잠시 연출된 풍경이었으며 우기가 끝나갈 즈음 우리에게 보여준 마법같은 대자연의 이벤트였던 것. 철로변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떠난 그곳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마법의 나라가 아닌가 싶다.


노랑물결의 마법의 나라
















5번 국도를 따라 뿌에르또 바라스로 이동하는 동안 오소르노 화산이 멀리서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면, 돌아오는 길에 우리를 배웅하는 건 '깔부꼬 화산(Volcan Calbuco)'이었다. 5번 국도를 따라 뿌에르또 몬뜨로 이동하면 깔부꼬 화산은 늘 왼쪽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두 번에 걸쳐 정차를 했다. 이유는 같았다. 정차를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게 뻔했다. 잘 한 결정이었다. 빠따고니아 투어를 통해 환상적인 아르힐라가 숲은 두 번 다시 마주칠 수 없었다. 빠따고니아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렀지만 그 땐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대자연의 황홀한 선물은 단 한 차례 뿐이었던 것. 그렇다면 황홀함을 선사한 노란물결의 정체는 어떨까.
 



아르힐라가의 곁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줄기 하나에 무수히 돋아난 가시와 함께 노란꽃이 피어있는 것. 생김새만 참조해 봐도 그 어떤 동물들도 이 식물을 먹어치우지 못 할 것 같다. 잎과 꽃잎을 취하려면 가시를 동시에 취해야 하는 데 그럴 동물들은 없을 거 같았다. 또 노란꽃은 엄청나게 달콤한 향기를 내 뿜는다. 칠레의 봄을 장식한 아르힐라가 향은 그 향기가 너무 진하다 못해 독할 정도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벌들은 부지런히 아르힐라가 꿀을 나를 것이며, 아르힐라가는 영역을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갈 것이었다. 그런데 아르힐라가의 천적도 있었다. 이곳에서 농토(목축업)를 일구는 사람들 한테는 아르힐라가가 원수같은 존재나 다름없었다. 원시 자연을 뒤덮고 있는 아르힐라가는 처치 곤란이어서 굴삭기로 뒤엎지 않으면 처치할 수 없는 식물. 눈 앞에 펼져진 장관은 그렇게 남아 여행자를 황홀하게 했던 것이다. 처지에 따라 원수가 되는가 하면 마법의 나라로 격상되는 게 아르힐라가의 운명이었을까.
 












칠레의 어느 봄날...그곳에 가면 노랑물결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된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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