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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그 남자의 손길을 거치면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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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손길을 거치면 예술이 된다
-Angelmo Artesania, 예술혼이 깃든 수공예품과 얄미운 사람-




조물주는 남자 사람을 만들고, 남자 사람은 뜨개쟁이였던가.

뿌에르또 몬뜨의 앙헬모 어시장으로 가는 길목에는 수공예품 거리가 있다. 그곳에는 손으로 만든 공예품이면 무엇이든 다 갖춘듯 하다. 목재를 이용한 수공예품과 알파카 등 털실로 짠 목도리와 장갑이며 모자와 스웨터 등 갖가지 모양을 갖춘 수공예품들이 즐비하다. 손으로 만들수 있는 수공예품은 모두 다 진열되어 있는 듯한 수공예품 거리. 유난히도 눈에 띄는 건 알파카에 알록달록 원색 염색을 한 털실이다. 그곳에서 한 뜨개쟁이가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그는 남자 뜨개쟁이.

뜨개질은 여자만 하는 것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힌 한 꼬레아노의 눈에 비친 그는 조물주 같은 존재였다. 그가 뜨개질 한 작품은 웬만한 디자이너들이 흉내 조차 못 낼 것 같은, 촌음을 한 땀 한 땀 새겨 넣은 듯 했다. 시간을 박재하지 않고서야 결코 완성시킬 수 없는 천지창조 같은 작품이자, 그의 혼백이 깃든 천사의 날개 같은...우리는 그의 곁에서 탄성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조물주는 남자 사람을 만들고, 남자 사람은 뜨개쟁이였던가. 




원색으로 염색된 양털을 둘둘 말아 둔 곳은 앙헬모 수공예품 거리의 한 가게




가게 앞에는 털실들이 가득 쌓여있다.




이 털실들은 주로 칠레나(칠레여성)들이 짬 날 때 마다 뜨개질을 하는 원재료.




털실은 주로 목축업을 하며 살았던 이들의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문화의 일부분. 양털로 만든 털실은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그리고 온 몸을 덮는 이불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칠레 남부지역의 음습한 추위로부터 이들을 보호해 준 게 양털이었다. 그래서 칠레 남부지역 어디를 가나 뜨개질을 하는 모습은 전혀 낮설지 않다. 여성들은 짬나는대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많이도 달라졌다. 산티아고의 '빠뜨로나또'로부터 전국으로 공급되는 질 좋은 옷감과 옷들이 이들 칠레나들의 뜨개질을 무디게 만든 것.

그 옷 대부분은 우리 교민들이 공급하고 있다. 오지의 일부 칠레나들을 제외하면 아니 오지 조차 어느덧 값 싸고 질 좋은 옷과 옷감들로 넘쳐난다. 뜨개질을 할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따라서 전통적인 뜨개질 모습을 보려면 수공예가들이 한 곳에 모인 곳으로 가 봐야 한다. 칠레에서는 그런 장소를 따로 만들어 두고 이들을 관광상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앙헬모 수공예품 거리는 그런 곳.




특정 종교인의 복장을 한 두 여성을 카메라에 담은 건 이들 여성들이 입고 있는 옷과 수공예품을 비교해 보기 위한 것.




가게에 진열된 수공예품들은 기계로 짠 옷감들과 비교하기 조차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손으로 한 땀 한 땀 수 뜨개질한 수공예품의 가격이 너무도 싼 데 놀랐다. 우리 돈 2~3천원이면 알록달록하고 앙증맞은 따뜻~한 양털모자 한 개를 살 수 있다. 그리고 문제(?)의 뜨개쟁이...
 



뜨개질을 하고 있는 예술인이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뿌에르또 몬뜨에 머무는 동안 앙헬모 어시장을 오 갈 때 마다 그는 한시도 뜨개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뜨개질을 하고 있었지만 뜨개쟁이라는 아티스트였다. 한 올 한 올 투박해 보이면서도 세련되고 정감있는 작품들이 패션 마니아로 불리우는(조금 과장된) 아내의 눈에 띈 것.

세상의 여성들이 주로 그러하듯 눈에 띄는 옷은 다 날개로 보이는지. 아내는 가던 발걸음을 붙들고 조물주 같은 아티스트를 귀찮게 했다. 우리는 여행 중이었고 아무리 좋은 옷이라 할지라도 분명히 거추장 스러운 짐으로 변할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도 여성들은 어쩜 그렇게 뻔뻔 스러운지...하하 




이렇게 열심히 뜨개질 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티스트를 귀찮게 해 가며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냥 나 처럼 작품을 둘러 보는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구매할 것 처럼...ㅜㅜ




이렇게 패션쇼를 펼쳐 보이는 것...조물주가 만든 위대한 남자 사람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오...세뇨라...무이 보니따!..."

디~게 이쁘단다. 칭찬의 이유는 뻔 한 것. 글쎄 내가 봐도 이쁜 건 틀림없었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옷이자 남자 사람 아티스트가 만든 날개같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아내에 대한 나의 예상은 주로 적중해 가고 있었다. 기껏 이 작품 저 작품을 거울에 요리조리 몸을 비쳐 보던 아내는 거절의 이유를 이렇게 말하라고 전했다.

"세뇰...혹시...다른 색깔이나 무늬는 없어요?..."

말을 건네면서 한 평 남짓한 좁아터진 가게를 내가 먼저 둘러 봤다. 같은 스타일의 다른 제품은 눈에 띄지않았다. 조물주는 남자 사람을 만들고 남자 사람은 얄미운 여자 사람이 지배하는 것일까. ㅜㅜ 그런데 그의 표정에는 전혀 얄미운 표정이 없다. 하지만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앙헬모 어시장을 돌아보고 다시 그 자리에 와 보니, 그는 여전히 뜨개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의 손을 거쳐간 털실은 금방 여성들이 좋아하는 날개의 깃털로 변하고 있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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