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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죽어도 잊지못할 그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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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잊지못할 그 바닷가
-연두빛 황홀한 갯벌의 정체에 반하다-



바다 속에도 봄이 오시는 걸까.

해가 뉘엿거리자 간조 때의 오르노삐렌은 부끄러운 듯 속살 모두를 내 보였다. 에머랄드빛 겉옷을 벗어던진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온통 갈색과 연두빛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노란 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언덕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갯벌로 발길을 옮겼다. 태고적부터 간조와 만조를 되풀이 하며 달님의 비위를 맞추었던 피오르드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 두었을까.

땡볕에 그을린 자갈 
반죽된 태고적 갯벌 
달님이 사랑한 흔적
비단 물결 넘실넘실
연두 빛깔 넘실넘실

달님이 사랑한 흔적
 



요 보턴 안 누르시면 왠지 찜찜한...^^

앙꾸드만(灣)의 바다는 오르노삐렌을 들락거리며 자갈 하나 마다 이야기를 담아 두었다. 만조 때 몰랐던 오르노삐렌의 전설이 자갈마다 주저리주저리 휘감겨 있었던 것. 언덕 위에서 갯벌로 내려서는 순간, 그 전설들이 살랑거리는 바람을 따라 여행자의 오감을 마구마구 도리깨질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곳은 7년 전 우리가 뿌에르또 몬뜨의 작은 언덕 위에서 바라본 안개와 구름 속에 숨겨진 땅이었다. 그 바다가 통째로 가슴 속으로 파고들며 죽어도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게 될 줄이야.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푸르렀고 또 파랬다.




노란 풀꽃이 지천에 널린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오르노삐렌 앞 바다의 간조 때 갯벌은 황홀했다.




바다 속에도 봄이 오시는 지...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연두빛 주단이 갯벌을 덮고있었다. 생전 처음보는 낮선 풍경.

"저게 뭐지...뭐가 저런 빛깔을 내는 거지..."





언덕 위에서 갯벌로 내려서자 자갈이 미끄덩 거렸다. 




검게 그을린(?) 자갈 표면에 아직도 만조 때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태고적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검고 굵은 자갈과 돌들이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오르노삐렌 화산(Volcan Hornopirén)이 하얀 눈을 이고 있다. 그 곁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들...




오르노삐렌 화산은 태고적부터 이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을 것.




갯벌 위에 올라서서 바라본 오르노삐렌...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이 갯벌 위로 몰려 들었다.




달님은 만조 때가 되면 늘 그 일을 반복하며 그리움을 켜켜이 쌓고 있었던지...




드넓은 갯벌 위로 연두빛 주단이 여행자를 황홀하게 만들며 '다시 오라'고 재촉했다. 참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나를 따라나선 이 녀석...!! ^^*

난 아직도 이 녀석이 왜 떠돌이개 신세를 못 면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녀석은 내게 너무나 친절했다. (왈왈!!...)내게 말을 걸어(?) 이 갯벌에서 함께 놀자고 했다. 녀석의 특기는 수 많은 돌들 중에 당신이 던진 돌을 찾아오는 것. 필자는 인간이다. 그러나 그 일을 계속하는 건 인간적이지 못한 일이라 생각했다. 녀석은 작은 자갈을 집어 던지면 반드시 그 돌을 찾아 내곤, 내 앞에 그 돌을 갖다 놓았다. 난 그런 녀석이 마음에 들었지만, 게임이 너무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갯벌과 바다를 향해 돌을 던지지 않았다.




그 곳에는 작은 돌 위에 굴껍데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돌 하나에 굴 껍데기 하나.돌 둘에 굴 껍데기 둘...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우리를 붙들어 둔 운명적 한 장면이 뷰파인더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르노삐렌 앞 바다를 주단으로 수 놓은 바로 그 정체!!...쪼구리고 앉아 한참동안 바라보고 또 만져봤다. 우리의 오감을 통째로 앗아간 주체는 '매생이(maesaengi,Capsosiphon fulvescens)'였다. 오르노삐렌의 앞 바다의 봄의 정령은 이런 모습. 저절로 탄식이 난다. (세상에!...)




매생이(maesaengi, Capsosiphon fulvescens)의 정체는 이랬다.

파랫과에 속하는 해조류. 우리나라(전라남도) 장흥 지역의 특산물이다. 1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차가운 겨울바다에서만 그리고 청정지역에서만 자란다. 국이나 죽을 끓여 먹는다...갈파랫과에 속한 해조(海藻). 대롱 모양이고 가지는 없으며, 길이는 15센티미터 정도이다. 창자파래의 어린 개체와 비슷하나 더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한다. 학명은 'Capsosiphon fulvescens'이다. 이게 오르노삐렌 앞 바다를 연두빛깔로 수 놓은 정체이자, 우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황홀한 '바다의 봄빛'이었다. 





 우리는 이 바닷가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갯벌 옆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듯 질서정연 하게 놓여진 검은 빛깔의 둥근 돌에 마음을 빼았기기도 했다.




리오 네그로 강과 리오 블랑꼬 강 하류의 삼각주에 새겨진 별난 이야기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




달님이 이렇게 아름다운 피오르드를 그냥 지나쳤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대충 지나쳤다면 어떻게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었겠나...




우리는 그 황홀한 전설의 바닷가를 잊지못해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가는 즉시 보따리를 챙겼다.
















神이 이 땅에 살고있었다면, 당신은 이곳에 살고 있었을 것...<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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