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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남미여행] 이해 안 되는 '고액 투어'의 허와 실


Daum 블로거뉴스
 


이해 안 되는 '고액 투어'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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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nopirén,인터넷 안 될 것 같은 PC방-



낮설지만 익숙한 풍경 하나...

나무로 지은 허름해 보이는 목조건물에 '인터넷'이라 써둔 이곳은, 칠레의 남부 지역 로스 라고스 주의 '오르노삐렌'이란 마을이다. 로스 라고스 주의 수도 뿌에르또 몬뜨에서 90km 떨어진 지역이며 칠레 남쪽 끝까지 이어지고 있는 7번 국도(까르레떼라 오스뜨랄)를 따라가면 세 번째 훼리호 선착장이 나타나는 곳.

뿌에르또 몬뜨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첫 번째 맞이하는 선착장은 '깔레따 라 아레나(Caleta la Arena)'이며, 그곳 선착장에서 훼리호를 타고 두 번째 도착하는 곳이 '깔레따 뿌엘체(
Caleta Puelche)'이다. 그리고 다시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을 통해 빠따고니아로 가려면 세 번째 경유하는 곳이 '오르노삐렌(Hornopirén)' 선착장. 오르노삐렌에는 대략 2천명 정도의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흩어져 살며 목축과 어업 등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 낮설지만 익숙한 풍경이 눈에 띈 것. 익숙한 풍경이란 '인터넷'이란 용어이며, 낮선 풍경이란 도무지 인터넷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안 드는 PC방 외관이다. 작고 허름해 보이는 창고같은 목조건물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너와지붕 처럼 나무를 조각조각 덧이어 지붕을 이었고, 벽면도 같은 방법으로 고기 비늘처럼 촘촘히 이어놓았다. 로스 라고스 주로부터 빠따고니아로 이어지는 칠레남부지역의 건축물은 주로 이런 모습이다.

요즘은 도시에 콘크리트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지만, 칠레 남부지역의 가옥들은 주로 이러한 형태로 지어져 있다. 원시림이 빼곡한 이곳에 목재가 풍부한 까닭이고 도시로부터 건축물 자재의 운반(비용)이 쉽지않았을 것. 그런데 로스라고스 주부터 사람들이 살고있는 빠따고니아 지역에는, 언제부터인가 전기가 공급되면서 동시에 인터넷이 보급되어 원시(?)형태의 목조건물과 어울릴 것 같지않은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과 현대인 그리고 여행자

다른 건 몰라도 세계 어디를 가나 인터넷에 관한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한국에서 자주 보던 풍경과 비교하면 '이런 PC방도 있나'싶은 생각이 단박에 드는 것. 미리 언급하지만 빠따고니아에 사람이 사는 곳에는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이 없을 정도다. 다만, 광속도에 익숙한 꼬레아노들이 이 지역에서 인터넷을 시도하려면, 우선 도를 좀 닦아 인내심이라는 내공을 길러야 가능하다는 점 알아둬야 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빌리자면 이 포스트 정도 되는 용량의 사진(텍스트 포함)을 포스팅 하려면, 하루 종일 컴 앞에 매달려 있거나 관련 포털에 몇 번이나 접속을 시도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속도가 느려터진 건 기본. 잘 접속되다가 중간에 끊겨버리면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이므로 도를 먼저 닦아야 할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 수행정진에 입문한 블로거 내지 유저들은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하여 본국과 교신을 거듭하고 있는 장한 모습. 필자는 그런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했다. 전쟁터에 파견된 종군기자도 아니고, 그 먼 아날로그 여행길에 나서서 디지털과 맺은 인연을 잠시라도 잊지 못하고 보채고 있는 듯한 장면으로 보이는 것. 그 마음 아실런지. 

그래서 한국으로 귀국하면 가장 먹고싶었던 음식은 고사하고 답답한 속을 뻥~뚫어주는 블로깅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아날로그는 아날로그이고 디지털은 디지털인 것. 우선 몇 장의 여행사진 이야기를 끝으로 '여행 중에 블로깅(인터넷) 바람직할까'를 소고해 보며 글을 맺는다. 





우리는 오르노삐렌에 도착한 직후 일정에 따라 리오블랑꼬 강까지 트레일을 떠났다가 다시 언덕길을 따라 오르노삐렌에 도착했다. 언덕 위에 서면 리오네그로 강과 오르노삐렌 앞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그림 같았다. 이곳 사람들은 강과 바다가 잘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 여유가 있었다면 그 집 마당에서 언덕 아래를 굽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 때 언덕 위에서 아이들이 '비석치기'를 하고 노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아직까지 비석치기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

아메리카 대륙에는 우리와 닮은 몽골로이드 놀이문화의 흔적 등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우리 선조인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놀이문화가 곳곳에 남아있었던 것. 한 때 이 땅을 침탈한 에스파냐인 등으로부터 전멸 당하다시피 한 인디오들의 후손들은, 비록 피가 섞이긴 했지만 그들 선조들이 전해준 놀이문화를 간직하고 있었던지.우리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추다시피한 비석치기를 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우리가 외래문화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잊어버린 전통 육아방법인 '단동십훈(檀童十訓)'이나, 우리의 전통 놀이를 잃어버린 것과 대조적인 한 장면이 지구반대편 로스 라고스 지방 우알라우에-오르노삐렌(Hornopiren, Comuna Hualaihue - Región de Los Lagos)의 마을에서 발견된 것. 참 반가웠다. 이런 장면에서 문화의 동질성을 느끼게 되다니.




최소한 필자의 유년기만 해도 비석치기나 재기차기 윷놀이 등은 거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서 그런 놀이는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재미없는 놀이'이자 공부를 방해하는 '쓸데없는 짓' 정도로 여기는 것일까. 요즘은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고 집으로 돌아오면 인터넷에 로그인 하는 게 일상이 됐다.우리의 아날로그 전통은 디지털에 밀려 뒷전에 쳐진 것. 





그런데 우리가 오르노삐렌에 다시 돌아와 아이들이 노는 장면을 지나치자마자 이곳에 올 때 발견하지 못한 피씨방이 눈에 띈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대자연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디지털사회로 변한 우리와 달리, 이곳은 원시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이 디지털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 신기하지 않은가. 




오르노삐렌 버스 터미널(터미널이라 해 봤자 달랑 매표소 창구 하나가 전부)로 걸어가는 동안 눈에 띈 풍경은 주로 이러한 모습. 마을 한복판에만 포장된 도로 옆 담장에는 누가 일부러 심지않았지만 원시형태의 식물과 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모습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한 장면이랄까.  




인터넷 안 될 것 같은 PC방

우리는 오르노삐렌의 언덕 위에서 리오네그로 강과 갯벌을 바라보면서 당장 마음을 굳혔다. 우리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원시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든 것.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잃어버린 나(我)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첫 여정이 오르노삐렌에서 시작된 것이며, 그곳에는 노란 풀꽃의 요정들과 해맑은 미소를 품은 천사같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띈 문제(?)의 피씨방...^^
 



규모로 보나 생김새로 보나 위치로 보나 어느곳 하나 우리나라의 피씨방과 비교해 볼 만한 곳이 안 보였다. 마을 중심의 '콜센터(Centro de llamados)'인 이곳에서 (칠레) 전국 각지는 물론 전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은 물론 국제전화 써비스를 하는 곳. 이 시설은 드넓은 땅에 흩어져 살고있는 이곳 주민들 중에 주로 신세대들과 여행자들이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이곳은 칠레 남부 빠따고니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관문이자, 주변에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국립공원과 오래된 촌락(Comuna Hualaihue)이 있는 곳이어서, 관광객들이나 여행자들이 거쳐가는 정거장 정도되는 요지이다. 그러나 당시 필자의 눈에 띈 여행자들은 거의 없었고(현지인들은 바캉스 시즌에 몰려 다닌다) 이 마을 사람들도 별로 눈에 띄지않았다. 사업성 없어 보이는 피씨방이 나홀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런 곳에 들어앉아 느려터져도 보통 느려터지지 않은 PC를 붙들고 도를 닦을 필요가 있을까. (ㅋ 상황설정을 해 놓고 보니 웃음이 절로난다.^^) 그래서 '이 집은 머지않아 망하게 될 것'이라는 쓸데없는 망상이 끼어들기도 한 곳이다. 참 발칙한 상상 이상. 그러나 이런 시설을 그냥 봐 넘길 건 아니다.

특히 먼 여행지를 떠난 여행자들에게 신변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를 일이어서 여행지 곳곳에 시설되어 있는 이런 PC방은 눈여겨 봐 둘 필요가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스카이프(skype)'를 통해 인터넷전화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1분당 가격은 100빼소(우리돈 200원 정도)를 받고 있었다.




필자의 포스팅을 통해 오르노삐렌의 대자연에 빠져보신 분들은 이런 풍경이 낮설지도 모르겠다. PC방 근처의 풍경이자 마을 중심지의 모습은 주로 이렇다. 참 한적한 모습. 그런데 이 마을을 벗어나면 천혜의 대자연이 펼져진 곳이지만,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낮익은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다. 위성 DMB 장치는 물론 휴대폰 송수신 장치가 곳곳에 눈에 띄고, 전신주와 인터넷 케이블이 얼기설기 엉켜있는 곳.
 



이곳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풍경이 지배적이었지만, 디지털 사회는 어느덧 사람들에게 '편리'라는 욕구를 제공하며 인간만이 지닌 욕망을 마구 부추기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필자와 아내는 가능한한 편리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그게 빠따고니아 투어에 나선 이유 중 하나이며, 그렇게 해야만 좁아터지고 숨막히는 일상을 떠나 잠시나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디지털문화가 여행자에게 불필요했던 것이라고나 할까.




Patagonia,디지털문화 잠시 버리면 대자연은 내 것

여행중에 만난 적지않은 분들은 여전히 여행을 떠나기 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사정상 시간에 쫒기는 분들이 패키지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분들은 투어가 끝날 때까지 배낭 속에서 꺼낸 우리 음식을 탐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툭 하면 편리한 세상에서 길들여진 습관을 불편하기 짝이없는 여행지와 비교하며 불만을 호소했다.(어쩌라고...ㅜㅜ)


그 분들이 남미여행을 위해 들인 시간은 대략 한 달 정도이고 비용은 1천만 원 정도였다. 남미여행 한 달에 거금 천만 원을 투자한 것. 경제도 어려운 요즘 천만 원을 저축하려면 그야말로 뼈빠지게 피땀 흘려야 가능한 액수다. 그런 알토란 같은 비용을 들인 여행이니 보다 더 편리하고 눈요기 충만한 관광이라야 제 맛이라는 걸까.




필자는 관련 포스트를 통해 지구반대편의 남미땅으로 여행을 하려면 보다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준비하시라고 권유했다. 이곳은 동남아 패키지여행처럼 잠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못 된다. 최소한 비행기 속에서만 1박 2일 동안 머물러야 되는 곳이자 그야말로 낮설고 물 선 곳. 평생을 통해 '죽기 전에 한 번은 다녀와야 할 곳'이라는 게 세계인들이 알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편리한 관광을 바라는 건 '우물 곁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권력자들과 재벌들은 이곳에 쉽게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발품을 팔고 온 몸으로 떼워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귀하신 몸'은 제한된 장소에서 관광에 몰두하는 것. 그런데 비하면 이곳을 찾은 세계의 젊은이들은 이미 세상을 다 차지한 새로운 재벌이자 권력자들이다. 가슴 속에 빠따고니아의 청정한 대자연을 품은 사람들이기 때문. 따라서 지구별 최고의 청정지역인 빠따고니아가 죽기전에 반드시 다녀와야 할 여행지로 여겨진다면, 편리한 세상에서 길들여진 습관은 버려야 하는 것. 그렇다면 무엇을 버리란 말인가.


오르노삐렌 광장(
plaza de Hornopirén)에서 한 어린이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곳에서는 귀한 선물


맨 먼저 인터넷 등 디지털 문명으로부터 멀어지시라. 당신의 24시간을 지배하고 있던 디지털문화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면 아날로그의 소중한 가치가 눈에 띄지않는다. 남미땅은 아날로그의 보고이자 빠따고니아는 아날로그의 본고장이며 천국이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문화를 찾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 그것도 비싼 돈 들이고 고생해 가면서 그럴 필요가 있는가 하는 말이다.

집 떠나면 잠시 불편할 것이며 늘 마주치던 풍경과 음식이 없어서 불편할 것이다. 또 손도 닿기 전에 자동으로 돌아가던 세상은 이곳에 없다. 그래서 잠시는 금연을 한 것 처럼 '문화의 금단현상'이 당신을 괴롭힐 것. 그러나 그런 금단현상은 잠시 잠깐일 뿐. 디지털 문화를 잠시 로그아웃 해 놓고 아날로그 문화에 심취할 충분한 여유를 가지라고 권유하고 싶다. 
 



이곳은 지구반대편, 홧김(?)에 서방질 하듯 다녀올만한 여행지가 못 되는 까닭이다. 따라서 몸이 근질거리지만 (평소 마음에도 없던)스페인어 몇마디 배워놓고 목적지를 정해놓은 다음, 관련 정보들을 하나 둘씩 챙기는 것 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여행지에 가 있을 것. 우리의 경험담. 그런데 한국땅에서 취득한 정보들 보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물 등 대자연은 우리가 상상한 이상 정도...가 아니라 별천지였다.

그걸 공유하고 싶어서 지루한 '아날로그식 여행기'를 끼적이고 있는 것. 어쨌거나 '좋은 건 나누어야 제 맛' 아닌가. ^^ 차차 소개해 드리겠지만 그렇게 준비를 해 간 결과, 일반인들이 패키지투어에 들인 비용 1천만 원 정도면 현지에서 6개월 이상을 (알뜰하게)지낼 수 있는 비용이라는 거 꼭 기억해 두자. 비록 다소 시간은 경과했지만 우리가 체험한 <150일간의 빠따고니아 투어>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여행지의 모습은 외장하드에 빼곡하게 기록되어 다시 인터넷에 재생되고 있다. 여행 중에 인터넷으로부터 잠시 멀어져도 괜찮다. 오르노삐레의 한 PC방을 목격하면서...<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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