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인 원시 정글 속 7번 국도
-파타고니아로 가는 또다른 길-
태초의 원시 자연으로 가는 길...
태초의 원시 자연으로 가는 길...
그 길은 뿌에르또 몬뜨에서부터 '비쟈 오이긴스(Villa O'Higgins )'까지 1,240km(779마일)로 이어지는 칠레의 '7번 국도'이며,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 CH-7)로 불리우는 길이다. 대략 대한민국(남한)의 3배 정도 되는 길이의 이 길은 피오르드(fjord,fiord-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와 형성된 너비가 좁고 긴 만)와 비포장도로로 길게 이어진 곳이다. 따라서 카훼리호와 자동차를 번갈아 갈아 타야 된다.
훼리와 자동차를 번갈아 갈아 타면서 보게 되는 건 피오르드와 눈을 하얗게 머리에 인 안데스산군(群)의 만년설과 바다와 빙하 그리고 끝도 없이 펼쳐진 원시 자연의 모습. 그곳은 필자가 늘 꿈꾸어 오던 땅이자 1520년 세계일주에 나선 마젤란 원정대에 의해 '빠따고니아(파타고니아,Patagonia)'로 불리게 된 곳이다.
훼리와 자동차를 번갈아 갈아 타면서 보게 되는 건 피오르드와 눈을 하얗게 머리에 인 안데스산군(群)의 만년설과 바다와 빙하 그리고 끝도 없이 펼쳐진 원시 자연의 모습. 그곳은 필자가 늘 꿈꾸어 오던 땅이자 1520년 세계일주에 나선 마젤란 원정대에 의해 '빠따고니아(파타고니아,Patagonia)'로 불리게 된 곳이다.
물론 처음부터 빠따고니아로 불리게 된 건 아니었다. 마젤란 원정대가 빠따고니아의 한 해안을 항해하던 도중에 만난 원주민 '떼우엘체족(테우엘체,Tehuelche)'을 처음 본 기록 때문이었다. 원정대의 안토니오 삐가훼떼(Antonio Pigafete)는 떼우엘체족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느날 우리는 불쑥 나타난 거인을 보게 됐다. 그는 거의 벌거벗은 채 해안에 나타나 춤을 추곤 머리에 모래를 끼얹곤 했다. 우리들 중 가장 키가 큰 선원도 그의 허리에 닿을 정도였다. 마젤란 선장은 이 족속을 일컬어 '발이 큰'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하여 '빠따고니아(pata큰+gon발=patagonia)'로 명명했다.
그들은 이집트 사람들 처럼 오두막집에 살며 날고기와 '까팍'이라는 식물 뿌리(Las raíces de las plantas)를 주로 먹고 살았다. 두 사람을 우리 배에 태우고 식사를 주었더니 커다란 광주리에 담긴 비스킷과 껍질도 벗기지 않은 쥐와 함께 반 동이의 물을 한 번에 먹어치웠다."
"어느날 우리는 불쑥 나타난 거인을 보게 됐다. 그는 거의 벌거벗은 채 해안에 나타나 춤을 추곤 머리에 모래를 끼얹곤 했다. 우리들 중 가장 키가 큰 선원도 그의 허리에 닿을 정도였다. 마젤란 선장은 이 족속을 일컬어 '발이 큰'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하여 '빠따고니아(pata큰+gon발=patagonia)'로 명명했다.
그들은 이집트 사람들 처럼 오두막집에 살며 날고기와 '까팍'이라는 식물 뿌리(Las raíces de las plantas)를 주로 먹고 살았다. 두 사람을 우리 배에 태우고 식사를 주었더니 커다란 광주리에 담긴 비스킷과 껍질도 벗기지 않은 쥐와 함께 반 동이의 물을 한 번에 먹어치웠다."
떼우엘체족의 신장은 대략 180cm로 큰 키의 체구였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마젤란 원정대의 키는 160cm가 채 못 됐다. 그곳은 오늘날 마젤란 해협으로 불리우는 남부 빠따고니아 지역(떼우엘체족은 마젤란 해협에서 네그로 강에 이르는 파타고니아 평원에 살았던 남아메리카 인디언)이며,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떼우엘체족은 씨가 말랐다.
스페인 원정대의 가혹한 살륙과 전염병 등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원주민 약 7500만 명이, 100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500만 명 이하로 대부분 사라지게 된 기막히고 황당하며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 당시 지구의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한다.
그러나 빠따고니아에 살던 원주민들은 사라졌지만 대부분의 원시 자연은 잘 보존되고 있는 곳. 그 원시 자연 속으로 칠레의 7번 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이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며, 그 길은 빠따고니아 남부 중심에서 끝나고 있는 것. 그 길의 시작이 두 주 동안 머물렀던 뿌에르또 몬뜨에서 시작돼 깔레따 또르뗄을 돌아 '비쟈 오이긴스'가 종점인 것.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는 곳은 7번 국도 초입에 위치한 '오르노삐렌(Hornopiren)'이며 이미 한 번 답사를 다녀온 곳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 7번 국도 주변 자료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실제 답사한 내용은 판이했다. 우리는 그저 '까르레떼라 오스뜨랄 트레일' 정도로 여겼지만, 깔레따 아레나 선착장을 시작으로 깔레따 뿌엘체 등으로 이어지는 피오르드와 원시 정글 속 7번 국도는,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 오르노삐렌에서 잠시 맛 본 대자연의 풍경과 향기는, 하루라도 빨리 짐을 챙겨 오르노삐렌과 중부 남부로 이어지는 빠따고니아를 향한 걸음을 재촉하게 만든 자극제였다. 그곳은 지금껏 전혀 상상 조차 해보지 못한 천국같은 곳. 뿌에르또 몬뜨에 살고있는 K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깔레따 아레나 선착장에 도착해 훼리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 오르노삐렌까지 동행할 버스이자 본격적인 빠따고니아 투어에 맨 처음 이용된 버스
우리가 떠나고 있는 이 루트는 여러분들이 다녀왔을지 모르겠지만, 웹을 뒤져봐도 마땅한 자료 조차 없었으므로 어쩌면 7번 국도변을 소개하는 최초의 자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부 빠따고니아로 이동하기 위해 이 길을 애용하지 않는다. 7번 국도변에는 세계에 널리 알려진 유명 관광지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관점의 차이였을 뿐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됐다. 또 북부 빠따고니아에서 남부 빠따고니아로 이어지는 또다른 흥미진진한 루트가, 우리가 이동하고 있는 7번 국도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면 이 루트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까.
Ruta7,Carretera Austral
-빠따고니아로 가는 또다른 길-
아레나 선착장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훼리호가 저만치서 나타났다. 선착장의 풍경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눈여겨 보면 선착장 주변에서 이곳 사람들이 즐겨먹는 '엠빠나다(Empanada)'라는 용어가 쉽게 눈에 띌 것. 남미지역의 인기식품이자 웬만한 장소에서는 다 만날 수 있는 이 식품은 우리나라의 김밥 처럼 손 쉽게 먹을 수 있는 식사대용 음식이다.
밀가루로 빚은 만두피 같이 생긴 속에 치즈나 다진 고기 등을 넣고 기름에 튀겨낸 것. 아레나 선착장에도 엠빠나다를 팔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뿌에르또 몬뜨 숙소에서 떠날 때 이미 치즈버거와 햄버거를 쇠고기 장조림을 습관처럼 지참해 왔다. 기름진 엠빠나다 보다 빵을 구워 얇게 저민 쇠고기 장조림과 토마토와 양파를 얹어 먹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며 영양가가 더 높아 보였다.
그건 그렇고 우리를 빠따고니아 중심부로 이어줄 7번 국도의 모습은 어떨까. 앞으로 꽤 오랫동안 연재될 7번 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의 지도를 위키백과에서 다운 받아보니 이렇게 잘 그려져 있다. 맨 위에 노란색(박스)으로 우리가 이동하고 있는 7번 국도를 표시해 뒀다. 1차 목적지는 오르노삐렌. 그 꿈 같은 대자연 속으로 첫 발을 디뎌본다.
빠따고니아로 가는 또다른 길
이곳은 여전히 로스 라고스 주 뿌에르또 몬뜨 지역이자 아레나 선착장(Caleta Arena) 앞의 모습. 멀리 앙꾸드만이 보이고 이날따라 바다는 쟝끼우에 호수 보다 더 고요하고 잠잠했다. 그러나 하늘은 우중충 하여 가끔씩 비를 흩뿌리고 있었다. 아직 우기가 덜 끝났다는 표시이며 우기가 끝나간다는 하늘의 징조이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두 주 동안 뭉기적거린 주요 이유가 이곳의 날씨 때문이었다. 우리는 늘 무거운 짐을 갖고 다녀야 할 '알뜰 세미배낭여행족'이다. 날씨가 구질구질 하면 이동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더 물게된다.
또 당시엔 습한 날씨가 빠따고니아의 봄을 별로 아름답게 연출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기우였다. 오히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는 빠따고니아를 선경으로 만들고 있었다. 생전처음 보는 풍광이었다. 하늘은 그런 풍광을 우리도 모르게 감추어 둔 것일까.
훼리호가 선착장을 떠나자마자 꾸물꾸물한 날씨는 (뷰파인더 속의)풍경을 더욱더 세밀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우리가 조금 전에 훼리호를 기다리던 선착장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선착장 뒤로 보이는 산은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러진 바위산. 앙꾸드만의 피오르드와 남부 빠따고니아의 피오르드는 주로 이런 암석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석군 사이에 적은 량의 흙들이 쌓여있는데 그곳에 나무와 이끼류 등이 태초의 원시 자연을 만들고 있는 것.
이곳은 흙이 적어 비교적 키가 작은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지만, 7번 국도변에는 태고적 원시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곳에 수령 3000년 이상된 고목이 여전히 잘 자라고 있기도 했다. 그런 풍경 등 귀한 장면을 곧 만나게 될 것이며 이제 막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이곳은 흙이 적어 비교적 키가 작은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지만, 7번 국도변에는 태고적 원시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곳에 수령 3000년 이상된 고목이 여전히 잘 자라고 있기도 했다. 그런 풍경 등 귀한 장면을 곧 만나게 될 것이며 이제 막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조금 전 떠났던 선착장이 조그맣게 보인다. 그리고 아르힐라가꽃의 노란색이 빠따고니아의 봄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그림같은 풍경들을 뒤로 하고 대략 30분 정도의 짧은 항해는 끝났다. 그동안 과정은 생략했다. (관련 포스트에서 아쉬움을 달래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뿌엘체 선착을 통해 원시 정글 속으로 뚫린 7번 국도를 향해 이동 중.
원시 정글 속 7번 국도
참고 하시기 바란다. 7번 국도를 통헤 이동 중에는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지저분한 창을 통해 촬영된 바깥 풍경이므로 화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점 참고하셔서 7번 국도변의 풍광을 감상하시기 바란다. 7번 국도변에는 전신주가 길게 이어져 있고 곳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 있다. 또 다리는 왜 그렇게 많은지. 골짜기 마다 작은 다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소개해 드린 태고적 식물인 '군네라 틴끄또리아'와 양치식물 등이 도로변에 길게 이어지며 마치 쥬라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영화 속 풍경 같이 낮선 풍경들. 그런 풍경들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봄비와 뽀얀 안개에 둘러싸여 몽환적인 세상을 만들어 놓곤 했다. 이런 모습들...
그리고 이미 소개해 드린 태고적 식물인 '군네라 틴끄또리아'와 양치식물 등이 도로변에 길게 이어지며 마치 쥬라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영화 속 풍경 같이 낮선 풍경들. 그런 풍경들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봄비와 뽀얀 안개에 둘러싸여 몽환적인 세상을 만들어 놓곤 했다. 이런 모습들...
마침내 오르노삐렌에 도착했다. 그리고 맨 먼저 가 본 곳은 얼마전 답사 때 본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던 곳. 해변의 샛노란 풀꽃들과 마을들은 온통 봄비에 젖어있고 하얀 안개구름이 오르노삐렌을 휘감고 있었다. 전에 못 본 풍경이자 기대하지 않았던 선경.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빠따고니아는 우리를 위해 깜짝놀랄 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냥 상상 속의 풀꽃 요정들이 아니라 이곳에 살고있던 소녀들이 반갑게 맞아준 것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쇼를 시작으로 오르노삐렌의 대자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계속>
그리고 빠따고니아는 우리를 위해 깜짝놀랄 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냥 상상 속의 풀꽃 요정들이 아니라 이곳에 살고있던 소녀들이 반갑게 맞아준 것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쇼를 시작으로 오르노삐렌의 대자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계속>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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