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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남미여행, 서두르면 실패하는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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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따고니아,서두르면 실패하는 여행지
-150일간의 빠따고니아 여행 이렇게 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빠따고니아...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필자가 빠따고니아 투어를 마치고 산티아고에 머물때나, 7개월 전 귀국한 이후 현재까지 적지않은 분들이 빠따고니아 투어에 대해 문의를 해 오셨다. 그 분들은 낮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분들도 있고 귀국 후에는 주로 지인들이 입소문을 통해 빠따고니아에 관심을 가지고 꼬치꼬치 케 묻는 것이다. 빠따고니아는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자, 곶감 빼먹듯 두고두고 행복해 할 추억을 안겨주는 곳이다. 필자는 이 포스트를 끼적이며 몇 장의 사진을 편집하는 동안에도 다시 빠따고니아로 발길을 돌리고 싶은 충동이 굴뚝같다. 필자가 온 몸으로 느껴본 빠따고니아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내를 통해서 또는 직접 빠따고니아 여행에 대해 문의를 하면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여행이 될 것'이라고 뀌뜸해 준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본 포스트 서문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선 왜 'Patagonia'를 '파타고니아'로 읽지 않고 '빠따고니아'로 읽는 지 의아해 하실분들도 있을 것이다. 영어식 발음과 스페인어(서반아어)식 발음의 차이이다. 빠따고니아로 떠나기 전 맨 먼저 챙겨야 할 게 바로 언어(습관)이다.


 

주지하다시피 중남미는 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빠따고니아 투어 중에 토플을 만점 받고 영어를 본토인 처럼 유창하게 말해도 별로 큰 도움이 안 된다. 그곳은 대한민국 처럼 죽자살자 영어 공부 할 필요를 전혀 못 느끼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또 우리는 글로벌 시대를 외치며 남한땅에 들어앉아 살지만, 그들도 결코 한국땅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꼬레아노'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 또 영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그게 빠따고니아 내지 남미여행을 할 때 배워두면 200배 즐거운 여행을 하게 해 주는 매우 중요한 팁이다.

참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인터넷 등지에서는 이같은 (언어)사정을 알 필요를 못 느끼는지, 스페인어 표기를 거의 대부분 영어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빠따고니아가 아니라 파타고니아로 '빼루'가 아니라 '페루'로 '뿌에르또 몬뜨'를 '푸에르토 몬트' 등으로 발음하고있는 것. 이런 언어 습관에 길들여져 있으면 단기 코스로 남미여행을 통해 몇 마디를 구사해 봤자. 상대가 말하는 뜻이 전혀 파악 안 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종국에는 '바디랭귀지'가 훨씬 더 소통에 유리해 지는 것. 이런 원시적인 소통방법이 남미여행의 참 맛을 떨어뜨리는 건 사실이다.

따라서 필자에게 빠따고니아 등 남미여행을 문의해 오시는 분들에게 맨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게 '스페인어 입문'을 권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주로 "한 달 정도 다녀오고 싶은데..."라고 말한다. 그러면 필자는 두 말 하지않고 "그냥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세요"라고 말하며, 투덜거리듯 "그렇게 하면 후회할 텐데요..."라며 조언해 준다. 남미여행 내지 빠따고니아 여행은 단기간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다. 



 

필자가 느끼고 깨달은 남미여행은 물 한 번 끼얹는 샤워가 아니라, 이를테면 뜨끈뜨끈한 온천욕 내지 사우나로 몸을 푹 담궈 뼈 속까지 남미를 체험해 봐야 그게 진짜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것. 왜 그런지 크게 따져볼 것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조급할 뿐만 아니라 '관광과 여행'을 구분하지 않더라는 것. 그래서 간단하게 '패키지 여행'과 '(세미)배낭여행'의 차이점에 대해 관광과 여행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패키지 여행(상품)은 그냥 여행사에 일정한 여행비용을 지불하고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며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고오면 그만이다. 필요에 따라 좋은 호텔에서 맛있는 (고급)요리를 맛 보는 정도.

그러나 남미여행에 나선 세계인들(주로 젊은세대)에게 이런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의 모습을 좀 심하게 표현하면 '거지꼴' 내지 '노숙자' 꼴이다. 먼지를 뒤집어 쓴 꽤재재한 모습은 영락없는 거지꼴. 그러나 이들의 프로필에 대해 알아보면 의외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꽤 괜찮은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나 교수는 물론 그 가운데는 억만장자도 포함돼 있었다.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세계적 브랜드의 직원들도 포함돼 있는 것.
 
이들 여행자들은 발품을 팔며 100년 동안 둘러봐도 다 볼 수 없는 남미여행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것. 그런데 남미여행 중에 만난 우리나라 관광객들은(배낭여행자 빼고) 한국에서 출발 할 때부터 김치와 김은 물론 고추장 등 한국에서 먹던 식품과 식습관을 고스란히 챙겨 간다. (물론 준비해 가면 좋다. 그러나 현지식에 적응하면 더더욱 좋다는 것.) 그리고 패키지팀에 합류된 사람들은 틈만나면 "숙소가 호텔이라고 해 놓고 하숙집 수준이라 카더라..."는 푸념 등을 늘어놓는 것. 필자는 그저 웃고 말았다. 황당했던 것이다.

최소한 빠따고니아에는 그런 호텔이 몇군데 밖에 없다. 그리고 그곳은 이미 1년 전부터 (성수기)예약이 완료된 상태일 것. 특히 빠따고니아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호텔'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파타고니아 투어를 마치고 산티아고로 돌아올 때 쯤, 빠따고니아 중부지역의 기막히게 아름다운 도시 '꼬자이께(Coyhayque)'에 근사한 호텔 하나가 준공을 눈 앞에 두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곳은 고급호텔이자 사전 예약이 없으면 호텔에서 묵을 수 없다. 그 대신 침대 스프링이 있는 지 없는 지. 그것도 아니면 침대에 드러눕자 마자 마치 커다란 웅덩이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드는 낡아빠진 침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험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동남아나 유럽 관광을 하며 느낀 호사스러움을 호소하면 어떡하란 말인가. 그래서 한국에서 출발해 남미로 이동한 패키지팀은 인솔자(가이드라 부르지 않고 '길잡이'라고 불렀다.) 그게 그 말 같았지만 길잡이가 하는 역할이 주로 스페인어가 가능한 '통역'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그런 분에게 여행 전부를 맡기고 가므로 길잡이는 물론 따라나선 관광객들은 오죽 불안하겠나. 길잡이는 관광객 이탈하지 못하도록 챙겨야지. 관광객들은 자유시간을 통해 좀 더 많은 사진을 찍든지 현지 풍물을 맛 봐야 하는 데, 그게 가능하기나 한지. 

그래서 평생 한 번 가 볼까 말까 한 곳. 그러나 죽기전에 꼭 가 봐야 할 빠따고니아 여행을 꿈꾸신다면, 필자의 포스트를 참조하면서 가능하면 오랜동안 여행준비를 하시고 마음가짐도 철저해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온천욕을 할 때 무턱대고 (뜨거운 물에)풍덩 뛰어들었다간 통닭 신세 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라겠는가. 그러니까 탕 속에 들어가기 전, 발부터 적셔가며 차근차근 탕 속에 몸 전체를 담구는 느긋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필자의 여행기는 그런 과정을 여러분들께 고스란히 보여드리며 언제일지 모르지만 따나야 직성이 풀릴 빠따고니아 여행의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싶은 것. 그래서 여행기를 참조하는 동안 혓바닥부터 잘 굴러가게 혓바닥 마시지 좀 받으시거나, 스스로 '따르릉' 소리를 내며(스페인어 발음을 할 때 'r' 또는 'rr'발음이 그렇다.예컨데 여권을 발음할 때 '패스포트'가 아니라 '빠세뽀르떼'라는 발음이 그렇다는 것. ) 곧 다가올 미지의 세계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시라고 권유해 드리고 싶은 것.


 

포스트를 읽어 내려오시는 동안 몇 장의 사진이 눈에 띌 것이다. 몇 장의 사진을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다. 여행 중에 그냥 남긴 사진이 아니라 빠따고니아 여행에 앞서 워밍업을 하고 있었던 장면이라고 보시면 된다. 파따고니아 지도 위에 (돋보기)안경을 올려놓은 사진과, 허름한 창틀에 끼워둔 통나무 조각 사진이나 양철지붕 너머로 보이는 누더기 같은 집 외벽만 참조해도, 이곳이 어떤 곳이라는 게 짐작될 것이다. 이곳은 칠레의 로스라고스 주의 수도 뿌에르또 몬뜨라는 곳이며, 뿌에르또 몬뜨 시내에서 언덕으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나타나는 '민박집(Hospedahe)'의 내.외부 모습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2층집이며 뿌에르또 몬뜨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한국에서 지구반대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할 때 쯤 그곳은 봄이 막 끝나고 있었다. 우리는 7년 전 빠따고니아 투어를 통해 빠따고니아의 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 데 산티아고에 도착해 보니 봄은 점점 더 남쪽지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산티아고에 도착한 직후 시차 적응을 마치고 부랴부랴 산티아고에서 뿌에르또 몬뜨로 이동한 것. 칠레 북부로부터 남부로이어지는 5번 국도변은 노란꽃들의 향연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7년 전 우리 추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해 보니 이곳 또한 봄이 저만치 달아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래된 언덕 곳곳에는 풀꽃들과 벚꽃들이 만발하고 있었던 것.

우리는 이 허름한 목조건물 2층집에서 빠따고니아 투어를 위한 베이스켐프로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꽤 오랜동안 익혀온 이미지트레이닝과, 현지에서 취득한 여행정보를 비교해 보며 빠따고니아의 실체를 살피고 있었던 것. 그곳은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못한 지역이자 평생토록 잊지못할 추억을 남긴 곳이다. 그 길은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Ostral)'이라고 불리우는, 빠따고니아 남부를 가로지르는 비포장 도로였다. 그 길의 시작이 필자와 아내가 함께 머물렀던 허름한 목조건물 2층집이었던 것. 우리는 이곳에서 두 주간의 시간을 보내며 뿌에르또 몬뜨의 익숙한 풍광을 다시 한 번 더 만끽하며 곧 다가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꿈을 부풀리고 있었다.



 

위 사진에서 시간차가 느껴지시는가. 맨 아래 사진은 두 주 동안 민박집에 머물려 샤워를 하던 욕실 창틀 사이로 바라본 풍경이다. 이게 뿌에르또 몬뜨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단면이다.

 
우리를 빠따고니아 투어의 꿈에 부풀게 만들었던 이 집은 '마리아 후레시아'라는 한 할머니를 만나 2주간 묵게된 민박집이었는 데 재밌는 일화가 있다. 그게 짧은 실력이지만 스페인어 때문에 가능했던 것. 2주 동안 머물게 된 목조건물 2층집은 겉으로 허름해 보였지만, 내부는 비교적 깨끗하게 정돈된 집이었는 데 1일 1인 숙박비가 4000빼소(우리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8000원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러니까 (조식 포함)하루 숙박비는 2인/16000원 정도가 소비된 것.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게 '흥정' 때문이었다. 산티아고에서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하자 마자 터미널에서 만난 '세뇨라(마리아 후레시아)'와 나눈 대화 몇마디로 빠따고니아 투어 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었던 것.

"흠...우린 하루 이틀 묵을 게 아니거덩요. 좀 싸게 안 될까요. 어쩌면 한 달을 묵을 지도...^^"

"...씨~세뇰.되다마다 요. 일단 우리 집부터 구경하세요. 호호호...무~챠 그라샤!...헤헤 ^^"
 
마리아 후레시아 할머니는 좋아 죽는 모습이었다. 성수기 때와 달리 비수기때는 민박 손님이 없는 데 절로 굴러들어 온 떡 아닌가. 우리는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를 마리아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목조건물 2층집에 도착한 것. 비수기 때 장기숙박은 여행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성수기 때는 웃돈을 줘도 방을 구하지 못하며, 버스나 비행기편은 사전에 예약을 해 둬야 가능하던 지, 고생을 덜 하게 된다는 점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 2주 후 우리가 빠따고니아로 떠날 때 쯤 매일 헤헤 거리던 마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동안 고마웠다며 방값을 지불하는 데 마리아의 퉁명스러운 답변이 이어진 것.

"짱(필자와 친해지며 부르게 된 이름)!...한 달 묵기로 한 거 아녜요?..."

"NO!!...마리아 잘 생각해 보세요. 한 달 묵을지도 모른다고 했지요. 뭔 말씀인 지...알아듣겠어요. 마리아...?"

"...한 달 묵기로 해놓고...(궁시렁궁시렁)..."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방 값을 지불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빠따고니아로 출발했던 것. 말만 잘 하면 비용도 절감되고 현지 문화를 금새 익힐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쫒겨가며 거금을 날려버리는 패키지여행자들 한테 필자의 권유가 귀에 쏙 들어오겠는가. 빠따고니아 여행이든 남미여행은 서두르면 절대로 실패한다. 그냥 사진이나 찍고 올 거면 몰라도.<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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