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1985, 독재자의 딸 꼭 봐야 할 영화
-합천에서 마주친 대한민국의 암울한 그림자,남영동-
대한민국을 암울하게 만드는 원인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얼마전 경남도민일보가 주최(갱상도 해딴에)한 합천팸투어를 다녀오면서 불편한 장면과 맞딱뜨리게 됐다. 그냥 지나쳐도 될 법 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면 두 번 다시 못 볼 장면들 같아서 자료사진으로 남겼다. 그건 합천의 영상테마파크에 시설된 (서울)남영동의 모형이었다. 드라마 세트장이 합천에 시설된 것인 데 마치 남영동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 했다. 그 풍경이 7080을 추억하게 만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일행과 저만치 떨어져서 세트장 속의 남영동을 둘러보게 됐다. 그곳에는 낮설지 않은 장면이 그대로 연출돼 있었는 데 그 속에서 눈에 띄는 게 '반공.방첩'이라는 표어였다. 반공이란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라는 뜻이고, 방첩이란 적의 첩보 활동을 막고, 비밀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남영동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세대는 이 표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며 세뇌됐다.
반공과 방첩은 동족인 북한을 의식한 표어였으며,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이 표어를 통해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피부빛깔이 빨갛고 머리에 뿔이 난 줄 알았다. 그래서 6.25날을 전후해 미술 시간에 그리는 그림 속에는 철조망을 너머 남한으로 돌진하는 탱크 곁에 북한군의 모습을 그려넣고 빨간 칠을 하며 머리에는 뿔을 그려넣기도 했다. 요즘 탈북자들이 '삐라'를 날려대는 세상에 이런 걸 추억해 보면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정말 웃기잖아.
그리고 드라마 세트장 골목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동안 '남영동 공안분실'이 머리 속에 오버랩되고 있었다. 그곳은 25년전 박종철 열사가 경찰의 '물고문'을 받아 숨졌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경찰청 남영동 공안분실(현재 경찰청 인권센터)이었다. 그리고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다 기억하고 있을 <고문기술자 이근안>이다. 세상에는 별의 별 기술자들이 다 있는 데 그 중에 하필이면 인간의 신체는 물론 정신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며 고통을 주는 '고문 기술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게 반공.방첩이라고 쓰여진 당시의 시대상과 어쩌면 그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지.
그 암울했던 장면들이 합천의 드라마 세트장에서 7080세대가 겪었던 애환이 오버랩되고 있었던 것이다. 참 묘한 건 당시 반공.방첩을 국시로 삼았던 유신독재자 내지 광주학살의 주범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누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독재자의 딸 박근혜와 전두환이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의 애비 박정희는 김재규에 의해 총살을당할 때까지 민주.애국지사를 괴롭혀 왔고, 박정희가 총살을 당한 후 대통령이 되었던 전두환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피비린내로 도배한 광주학살의 주범이었다.
이들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 건 표어가 반공.방첩이었으며, 남영동 공안분실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던 민주.애국지사들은, 요즘 이명박 정권의 한나라당에서 포장지만 바꾼 새누리당의 습관적 표현이 된 '좌빨'로 취급받았던 것이다. 동족을 적대시한 '이념'을 무기삼아 반정부 투쟁을 벌였던 사람들을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을 동원하여 괴롭힌 악명높은 곳이 남영동의 대공분실이었다. 그러나 민주.애국지사들의 희생적 노력으로 민주화가 얼마만큼 진행된 요즘 7080세대 이후의 세대들에게 이런 유산을 되물려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보리고개를 겪지도 않은 세대더러 배고픔을 강요하는 건 어른들이 할 짓이 아닌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므로 과거의 교훈을 잊고 산다면 언제인가 과거사에 발목이 붙들려 불행을 겪지 않을 수가 없는 게 역사가 가르쳐준 중요한 가르침이다. 합천팸투어에서 발견된 한 두가지 키워드가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남영동 굴다리가 잘 표현된 세트장은 합천에 있고 광주학살 주범의 고향이 또한 합천이므로 박정희에 이어 군정을 이어간 전두환이 절로 오버랩 되는 건 당연지사. 그리고 전두환과 함께 이어지는 키워드 속에는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아울러 한 사람의 재산은 29만원 밖에 없다며 국민을 우롱한 초라한(?) 신세지만, 또 한 여자는 장물인 정수장학회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암울한 그림자였으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가 아닌가.
범죄자가 뻔뻔스럽게도 떵떵거리며 살고있는 나라. 남의 재산을 강탈하여 사유재산처럼 여기고 있어도 누구 하나 말 못하는 나라. 장물을 기반으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는 나라. 또 그런 여자를 비호하기 위해 홍어좆을 입에 담으며 국민을 우롱하는 나라. 이게 국민들에게 반공.방첩을 강요하고 세뇌하며 챙긴 최후의 전리품일까.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이렇듯 중증 장애를 겪으며 현대사를 써 오는 동안 새로운 산업이 부차적으로 뒤따랐다. 이들 유신독재와 군정을 가능케한 게 언론산업이었으며, 경찰산업이었으며, 검찰산업이었으며, 국회의원산업이었으며, 공무원산업이었으며, 재벌산업이었으며, 최근에는 글쟁이산업도 생겼다. 오적이란 시로 세상을 비웃던 김지하도 알고보니 새로운 적에 포함돼야 옳은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세상이 이런 마당에 교육의 필요성이란 이들 산업 중 하나를 택하는 교육산업으로 변질 된 것이다. 세상이 이런 마당에 '가치'를 따져봤자 바보 축에나 낄 수 있지 어디에 써 먹을 수 있겠나.
그래서 능력이란 우리 사회에 널리 성행하고 있는 각종 산업의 일원이 돼야 가능한 것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게 반공.방첩을 국시로 삼았던 친일.숭미주의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니. 우리가 해방 이후 정리하지 못한 과거사가 물귀신처럼 최소한 67년 동안 대한민국의 발목을 붙들고 놔 주지 않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 반공.방첩의 산물인 5.16군사쿠데타와 인혁당사건과 정수장학회 문제 등에 자유롭지 못한 독재자의 딸을 어쩌자고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놓았는 지.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미래도 희망도 없는 나라인데, 우리가 가진 재산이라곤 사람 밖에 없는 나라가 사람의 교육과 사람의 보육에 힘을 쏟지않고, 오로지 강 바닥에 수 십조원을 쏟아붓는 대통령을 뽑아놓은 결과 어떻게 됐나. 우리가 돈에 미치지 않았던들, 미친 대통령, 미친 장차관, 미친 국회의원, 미친 군대, 미친 장성, 미친 정치인, 미친 재벌, 미친 검찰, 미친 경찰, 미친 교육자, 미친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겠나... 때마침 우리의 자화상을 담은 <남영동 1985> 시사회가 국회에서 열렸다고 한다. 영화는 우리가 잘 아는 故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영화였다. 시사회를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영화가 이 땅에서 제작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십시오."
아마도 적지않은 사람들은 고인이 겪은 고문 등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을 남의 일로 자조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의 미쳐 돌아가던 유신독재시절과 군정시절 남영동 공안분실에서는, 미쳐도 여간 미치지 않은 인간들이 멀쩡한 시민을 고문하며 거짓진술을 강요했다. 그게 남의 일이며 나를 제외한 이웃들만 겪어야 하는 불행인가.
글쓴이가 김근태 고문(왜 하필이면 '고문'이란 직책을...ㅜㅜ)을 만난 때는 2005년 가을 화천의 광덕리에 위치한 시골교회에서였다. 말이 교회이지 겉으로 교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조차 없는 작은 공동체였다. 그곳에서 농민운동의 대부였던 임락경 목사님의 출판기념회에 김근태 고문이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그곳에는 임 목사가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장애우들과 함께 농토를 일구며 살고있는 곳이었다. 행사 때 임 목사는 초청 인사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
"오늘 초청된 귀빈들은 늘 앞자리에 높은 자리에 앉으시는 분들이지만, 이곳의 식구들은 평생 앞자리나 높은 자리에 앉아볼 수 없는 식구들입니다. 그래서 오늘 만큼은 이 식구들이 맨 앞자리 의자에 앉고 귀빈들은 바닥에 깔아둔 멍석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임 목사께서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일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도착한 김근태 고문은 행사를 돕고자 곁에 있던 글쓴이에게 악수를 나누는 등,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주변의 손님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철퍼덕 멍석에 앉았다. 힘 없어 보이는 하얀 피부에 해맑은 얼굴의 당신께서, 이름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한 '남영동 공안분실'의 고문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내게 있어서 합천의 영상테마파크 드라마 세트인 남영동의 모습은 암울한 추억이자,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로 물려주고 싶지않은 '끔찍한 유산'이었다. 오죽하면 이 영화를 본 시민들이 "다시는 이런 영화가 이 땅에서 제작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십시오."라고 당부하겠는가.
하지만 독재자의 딸과 그녀를 추종하는 무리들은 보통 사람들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과거사를 떠올리는 장소를 방문하여 눈물을 훔치는 것과 달리, 독재자의 딸의 눈에서 눈물을 발견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냉혹한 포식자의 모습으로 또다른 불행을 잉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대한민국을 암울하게 만든 당사자들이 총집결해 있는 새누리당과 독재자의 딸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았다면, 영화 <남영동 1985>를 반드시 관람하고 대한민국에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당신들이 그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한 시민의 경고이자 충고다. 마지막 남은 반성의 기회가 금번 대선이란 점 명심해야 한다. 동족을 팔아 연명한다면 그건 금수의 나라에서 조차 패륜이다.
그래서 일행과 저만치 떨어져서 세트장 속의 남영동을 둘러보게 됐다. 그곳에는 낮설지 않은 장면이 그대로 연출돼 있었는 데 그 속에서 눈에 띄는 게 '반공.방첩'이라는 표어였다. 반공이란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라는 뜻이고, 방첩이란 적의 첩보 활동을 막고, 비밀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남영동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세대는 이 표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며 세뇌됐다.
반공과 방첩은 동족인 북한을 의식한 표어였으며,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이 표어를 통해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피부빛깔이 빨갛고 머리에 뿔이 난 줄 알았다. 그래서 6.25날을 전후해 미술 시간에 그리는 그림 속에는 철조망을 너머 남한으로 돌진하는 탱크 곁에 북한군의 모습을 그려넣고 빨간 칠을 하며 머리에는 뿔을 그려넣기도 했다. 요즘 탈북자들이 '삐라'를 날려대는 세상에 이런 걸 추억해 보면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정말 웃기잖아.
그리고 드라마 세트장 골목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동안 '남영동 공안분실'이 머리 속에 오버랩되고 있었다. 그곳은 25년전 박종철 열사가 경찰의 '물고문'을 받아 숨졌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경찰청 남영동 공안분실(현재 경찰청 인권센터)이었다. 그리고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다 기억하고 있을 <고문기술자 이근안>이다. 세상에는 별의 별 기술자들이 다 있는 데 그 중에 하필이면 인간의 신체는 물론 정신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며 고통을 주는 '고문 기술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게 반공.방첩이라고 쓰여진 당시의 시대상과 어쩌면 그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지.
그 암울했던 장면들이 합천의 드라마 세트장에서 7080세대가 겪었던 애환이 오버랩되고 있었던 것이다. 참 묘한 건 당시 반공.방첩을 국시로 삼았던 유신독재자 내지 광주학살의 주범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누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독재자의 딸 박근혜와 전두환이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의 애비 박정희는 김재규에 의해 총살을당할 때까지 민주.애국지사를 괴롭혀 왔고, 박정희가 총살을 당한 후 대통령이 되었던 전두환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피비린내로 도배한 광주학살의 주범이었다.
이들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 건 표어가 반공.방첩이었으며, 남영동 공안분실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던 민주.애국지사들은, 요즘 이명박 정권의 한나라당에서 포장지만 바꾼 새누리당의 습관적 표현이 된 '좌빨'로 취급받았던 것이다. 동족을 적대시한 '이념'을 무기삼아 반정부 투쟁을 벌였던 사람들을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을 동원하여 괴롭힌 악명높은 곳이 남영동의 대공분실이었다. 그러나 민주.애국지사들의 희생적 노력으로 민주화가 얼마만큼 진행된 요즘 7080세대 이후의 세대들에게 이런 유산을 되물려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보리고개를 겪지도 않은 세대더러 배고픔을 강요하는 건 어른들이 할 짓이 아닌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므로 과거의 교훈을 잊고 산다면 언제인가 과거사에 발목이 붙들려 불행을 겪지 않을 수가 없는 게 역사가 가르쳐준 중요한 가르침이다. 합천팸투어에서 발견된 한 두가지 키워드가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남영동 굴다리가 잘 표현된 세트장은 합천에 있고 광주학살 주범의 고향이 또한 합천이므로 박정희에 이어 군정을 이어간 전두환이 절로 오버랩 되는 건 당연지사. 그리고 전두환과 함께 이어지는 키워드 속에는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아울러 한 사람의 재산은 29만원 밖에 없다며 국민을 우롱한 초라한(?) 신세지만, 또 한 여자는 장물인 정수장학회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암울한 그림자였으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가 아닌가.
범죄자가 뻔뻔스럽게도 떵떵거리며 살고있는 나라. 남의 재산을 강탈하여 사유재산처럼 여기고 있어도 누구 하나 말 못하는 나라. 장물을 기반으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는 나라. 또 그런 여자를 비호하기 위해 홍어좆을 입에 담으며 국민을 우롱하는 나라. 이게 국민들에게 반공.방첩을 강요하고 세뇌하며 챙긴 최후의 전리품일까.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이렇듯 중증 장애를 겪으며 현대사를 써 오는 동안 새로운 산업이 부차적으로 뒤따랐다. 이들 유신독재와 군정을 가능케한 게 언론산업이었으며, 경찰산업이었으며, 검찰산업이었으며, 국회의원산업이었으며, 공무원산업이었으며, 재벌산업이었으며, 최근에는 글쟁이산업도 생겼다. 오적이란 시로 세상을 비웃던 김지하도 알고보니 새로운 적에 포함돼야 옳은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세상이 이런 마당에 교육의 필요성이란 이들 산업 중 하나를 택하는 교육산업으로 변질 된 것이다. 세상이 이런 마당에 '가치'를 따져봤자 바보 축에나 낄 수 있지 어디에 써 먹을 수 있겠나.
그래서 능력이란 우리 사회에 널리 성행하고 있는 각종 산업의 일원이 돼야 가능한 것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게 반공.방첩을 국시로 삼았던 친일.숭미주의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니. 우리가 해방 이후 정리하지 못한 과거사가 물귀신처럼 최소한 67년 동안 대한민국의 발목을 붙들고 놔 주지 않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 반공.방첩의 산물인 5.16군사쿠데타와 인혁당사건과 정수장학회 문제 등에 자유롭지 못한 독재자의 딸을 어쩌자고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놓았는 지.
합천영상테마파크 남영동 세트 곁에 있던 탱크 위에 누구인가 '유신잔당'이라는 피켓을 꽂아두었다. 그 잔당들이란 누구인가?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미래도 희망도 없는 나라인데, 우리가 가진 재산이라곤 사람 밖에 없는 나라가 사람의 교육과 사람의 보육에 힘을 쏟지않고, 오로지 강 바닥에 수 십조원을 쏟아붓는 대통령을 뽑아놓은 결과 어떻게 됐나. 우리가 돈에 미치지 않았던들, 미친 대통령, 미친 장차관, 미친 국회의원, 미친 군대, 미친 장성, 미친 정치인, 미친 재벌, 미친 검찰, 미친 경찰, 미친 교육자, 미친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겠나... 때마침 우리의 자화상을 담은 <남영동 1985> 시사회가 국회에서 열렸다고 한다. 영화는 우리가 잘 아는 故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영화였다. 시사회를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영화가 이 땅에서 제작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십시오."
아마도 적지않은 사람들은 고인이 겪은 고문 등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을 남의 일로 자조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의 미쳐 돌아가던 유신독재시절과 군정시절 남영동 공안분실에서는, 미쳐도 여간 미치지 않은 인간들이 멀쩡한 시민을 고문하며 거짓진술을 강요했다. 그게 남의 일이며 나를 제외한 이웃들만 겪어야 하는 불행인가.
글쓴이가 김근태 고문(왜 하필이면 '고문'이란 직책을...ㅜㅜ)을 만난 때는 2005년 가을 화천의 광덕리에 위치한 시골교회에서였다. 말이 교회이지 겉으로 교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조차 없는 작은 공동체였다. 그곳에서 농민운동의 대부였던 임락경 목사님의 출판기념회에 김근태 고문이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그곳에는 임 목사가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장애우들과 함께 농토를 일구며 살고있는 곳이었다. 행사 때 임 목사는 초청 인사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
"오늘 초청된 귀빈들은 늘 앞자리에 높은 자리에 앉으시는 분들이지만, 이곳의 식구들은 평생 앞자리나 높은 자리에 앉아볼 수 없는 식구들입니다. 그래서 오늘 만큼은 이 식구들이 맨 앞자리 의자에 앉고 귀빈들은 바닥에 깔아둔 멍석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임 목사께서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일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도착한 김근태 고문은 행사를 돕고자 곁에 있던 글쓴이에게 악수를 나누는 등,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주변의 손님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철퍼덕 멍석에 앉았다. 힘 없어 보이는 하얀 피부에 해맑은 얼굴의 당신께서, 이름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한 '남영동 공안분실'의 고문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내게 있어서 합천의 영상테마파크 드라마 세트인 남영동의 모습은 암울한 추억이자,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로 물려주고 싶지않은 '끔찍한 유산'이었다. 오죽하면 이 영화를 본 시민들이 "다시는 이런 영화가 이 땅에서 제작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십시오."라고 당부하겠는가.
하지만 독재자의 딸과 그녀를 추종하는 무리들은 보통 사람들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과거사를 떠올리는 장소를 방문하여 눈물을 훔치는 것과 달리, 독재자의 딸의 눈에서 눈물을 발견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냉혹한 포식자의 모습으로 또다른 불행을 잉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대한민국을 암울하게 만든 당사자들이 총집결해 있는 새누리당과 독재자의 딸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았다면, 영화 <남영동 1985>를 반드시 관람하고 대한민국에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당신들이 그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한 시민의 경고이자 충고다. 마지막 남은 반성의 기회가 금번 대선이란 점 명심해야 한다. 동족을 팔아 연명한다면 그건 금수의 나라에서 조차 패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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