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과 빵집이 어께를 맞대고 있고 사람들은 두 음식점을 등 뒤로 하고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참 재밌는 풍경입니다. 이곳은 마산어시장에서 가까운 한 대로변의 모습인데요.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디리면서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자니 김밥집과 빵집 둘 중에 어느곳이 장사가 더 잘 될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최후의 만찬(Last Supper 또는 Lord's Supper)'을 떠올렸습니다.
사진 속의 '신씨네 김밥'집과 '쁘띠 프랑스' 빵집의 매출에 대해서는 물어본 바 없어 잘 모릅니다. 그러나 대로변에서 차(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 두 집의 영업 상황이 어떨 지 한눈에 드러난다고나 할까요. 그냥 대충 보면 잘 알 수 없지만 두 집 앞의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김밥집과 빵집 두 곳 모두 힘든 상황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두 집 앞의 사람들은 전부 아주머니 내지 할머니 입니다. 이 분들이 가지고 계신 짐을 보면 근처 시장에서 조금전 장을 본 것이지요. 옷차림도 대도시의 여성분들과 차이가 납니다. 새끼들을 위해 고군분투 하신 노력의 흔적이 역력한 것이지요. 이런 분들이 김밥집이나 빵집 앞에서 쉽게 호주머니를 연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따라서 사진 속의 '신씨네 김밥'집과 '쁘띠 프랑스' 빵집의 사장님께서는 야속한 마음이 들며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한 '배신자'를 떠 올릴 법도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이틀 전 두 명의 제자들을 보내 식사를 준비토록 했고, 다락방에서 모든 제자들을 마지막으로 만난 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는 제자들을 향해 "...이들 중 한 사람이 나를 팔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자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서로를 쳐다보며 그가(예수를 팔아넘길 제자) 누구인 지 궁금해 하는 장면이 'Domenico Ghirlandajo가 그린 프레스코 <최후의 만찬,1480>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예수를 팔아넘긴 자는 '가롯 유다(Judas Iscariot)'였고, 은전 30닢을 받고 예수의 거처를 알려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스승을 배반한 제자였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김밥집과 빵집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시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 분들께 물어본 건 아니지만 오래전 어머니의 심정을 통해서 알게 된 속사정에 따르면 정말 사 먹고 싶었던 게 김밥과 빵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난전에서 팔던 음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서 새끼들 공부 시키려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참고 또 참아야 했던 시절입니다. 배반자가 누구신지 아셨나요. 당신의 허기를 배반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 위대한 어머니들께서 두 음식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최후의 만찬이 신씨네 김밥집과 쁘띠 프랑스 빵집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신씨네 김밥집과 쁘띠 프랑스 빵집,그리고 우리 어머님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