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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소녀의 눈에 비친 어느 사진작가


Daum 블로거뉴스
 


소녀의 눈에 비친 어느 사진작가
-창동예술촌,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 라상호 사진작가와 어느 소녀-



행복한 사람들의 표정은 어떤 모습일까.

Daum view


햋볕이 따사로운 오후, 마산 창동예술촌의 '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를 막 나서는 순간 한 소녀가 종종걸음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너무 짧은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순간을 '찰라'로 말하며 사진을 이야기 할 때 흔히들 사용하는 표현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자 찰라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순간을 포착하는 절묘한 타이밍이 맞아떨어질 때 사진에 생명이 깃든다고나 할까.


한 소녀의 발걸음이 종종걸음으로 사라지기 전 까지 우리는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에서 라상호 사진작가를 만나 미얀마의 이야기와 사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곳에는 어느 소녀의 꿈꾸는 듯한 표정이 담겨져 있었는 데, 창동예술촌에 입촌한 사진작가 라상호님은 유난히도 그 사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에 걸려있는 사진들은 라 작가가 불교국가인 미얀마(옛 버마)를 여행하면서 촬영해 온 것들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주제가 붙은 작품들이었다. 어느 소녀의 꿈꾸는 듯한 표정은 그 중 한 작품이었다. 
 




그 소녀는 탁발에 나선 스님들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유난히도 큰 눈동자에 비친 스님들의 탁발 모습은 어느 소녀의 꿈이자 어느 사진 작가의 꿈이었을까. 사진 속에서 한 소녀는 스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소녀를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라상호 사진작가였다. 그는 소녀를 바라보며 행복해 했고 그 소녀는 스님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뭘까. 
 




궁금했다. 그래서 라상호 작가께 "혹시...불교신자세요?..."라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됐다. 그는 개신교도였지만 "신(神)의 놀라움에 매료되어 이 사진을 촬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라 작가의 눈에 비친 미얀마 사람들은 비록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누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게 행복의 척도는 될 수 없었다. 

"...미얀마 스님들은 '석가모니 수행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작품 앞에서 붓다의 나라 미얀마 등을 설명하고 있는 라상호 사진작가 

라 작가는 오늘날 종교인들의 신앙생활을 넌지시 비판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편리하고 실용적으로 바꾸기 좋아하는 현대인의 삶이 사진 한 장으로 비판될 수 있는 상황이, 창동예술촌 팸투어에 나선 블로거 일행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라 작가는 사진을 통해 행복해 하고 있었고 우리는 다시 라 작가의 사진 강의를 들으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라 작가의 눈에 비친 피사체를 통해 불국토를 본 것이며, 우리는 다시 라 작가의 좋은 사진 촬영법에 따라 '주제를 강하게 심도는 깊이있게' 촬영한 사진 한 장을 앞에 두고 행복해지는 사진 촬영법 입문에 들어갔다고나 할까.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에서 작품을 살펴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

라 작가가 언급한 석가모니 수행법이 궁금했다. 한 소녀가 발우(나무를 대접처럼 깎아서 칠을 한 승려의 공양 그릇)를 들고 탁발공양에 나선 스님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본 라 작가는 평소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때도 그런 눈이었을 것이다. 뷰파인더를 통해 피사체를 그윽히 바라보는 눈길이 포토그래퍼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 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아마도 그 동작은 석가모니 수행법과 매우 유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가모니의 초기 수행방법이 잘 기록되어 있는 초기경전(팔리어로된 쌍윳따니까야)의 번역본을 살펴보니 세존(석가모니)의 한 말씀이 라 작가의 내공을 실감케 했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삼개월동안 홀로 머물며 명상하고자 한다. 
한 사람이 발우에 음식을 나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곳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라 작가는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를 방문한 일행들에게 자신이 인도와 네팔 등 불교국가를 여행하면서 촬영한 작품을 설명하면서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는데 그가 말한 피사체의 '주제와 심도'가  석가모니의 초기 수행방법과 너무 닮아있었던 것이다. 사진이 예술로 승화되려면 우선 사진에 대한 철학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 같다. 세존은 수행자들에게 호흡을 통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쳤지만 라 작가는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가르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세존이 수행자들에게 가르친 호흡법이 어떤 지 살펴볼까.




세존이 수행자들에게 가르친 호흡법

"수행승들이여, 나는 깊이 새겨 숨을 들이쉬고 깊이 새겨 숨을 내쉰다.  길게 숨을 들이 쉴 때는 나는 길게 숨을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길게 숨을 내쉴 때는 나는 길게 숨을 내 쉰다고 분명히 안다. 짧게 숨을 들이 쉴 때는 나는 짧게 숨을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짧게 숨을 내 쉴 때는 나는 짧게 숨을 내 쉰다고 분명히 안다. 온 몸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온 몸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내 쉰다고 배운다. 몸의 형성을 멈추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몸의 형성을 멈추면서 나는 숨을 내 쉰다고 배운다. 

 희열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희열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고 배운다. 지복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지복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고 배운다. 마음의 형성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마음의 형성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고 배운다. 마음의 형성을 멈추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마음의 형성을 멈추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고 배운다. 마음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마음을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내 쉰다고 배운다. 


창동예술촌 팸투어에  나선 일행들이 라 작가의 사진관(寫眞觀)을 경청하고 있다.
 

 마음을 희열로 채우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마음을 희열로 채우면서 나는 숨을 내 쉰다고 배운다. 마음을 집중시키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마음을 집중시키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고 배운다. 마음을 해탈시키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마음을 해탈시키면서 나는 숨을 내 쉰다고 배운다. 무상함을 관찰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무상함을 관찰하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고 배운다. 사라짐을 관찰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사라짐을 관찰하면서 나는 숨을 내 쉰다고 배운다. 


 라상호 작가의 도록에 빠진 블로거 오스틴님 

소멸함을 관찰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소멸함을 관찰하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고 배운다. 보내버림을 관찰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배우고 보내버림을 관찰하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고 배운다. 수행승들이여, 거룩한 삶, 청정한 삶을 영위하는 여래의 삶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올바로 말한다면 거룩한 삶, 청정한 삶을 영위하는 여래의 삶이라고 하는 것은 곧 호흡새김에 대하여 집중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출처: 오늘 부처님께 묻는다면, http://cafe.daum.net/koreanashram>"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호흡의 연속성 때문이다. 한 순간 호흡이 멈춘다면 죽음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호흡이란 삶을 지탱해 주는 매우 중요하고 값진 행위여서 한 호흡 한 호흡이 그저 숨 쉬는 동작이 아니라 우주와 소통하는 심오한 철학이 깃든 것이라고나 할까. 한 호흡을 통해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인생은 또 얼마나 행복해지는 것인 지. 평생의 호흡을 세존의 호흡법에 대비해 보면 단지 수십년 이상을 사는 것 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을 깨닫게 된다. 



라상호 작가가 가장 아끼는 작품 앞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

따라서 라 작가가 언급한 '석가모니 수행법'을 카메라의 뷰파인더와 셔터 등 카메라의 메카니즘에 대비해 보니, 너무 행복한 나머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한 소녀의 표정이 담긴 필름이 암실에서 네가티브로 인화되어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은, 마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창조 과정 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철학을 무시한 채 그저 '사진에 미친' 정도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미친(?) 마니아의 표정을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 라 작가와 그의 아드님의 표정을 살펴보면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 처럼 보이지 않는가.



행복한 표정의 라상호 작가와 그의 아들, 그리고 꿈을 꾸는 듯한 미얀마의 어느 소녀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는 정말 꿈을 꾸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는 꿈을 꾸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라 작가는 사진을 촬영하는 본업(?) 외에도 카메라 수집에 열광하는 분이었다.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는 연식이 오래된 카메라들은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존되고 있었는 데, 이 멋진 물건(?)들은 장차 라 작가의 꿈인 '사진의 역사'를 재연 할 때 매우 중요한 자료로 등장할 예정이었다.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대는 후배들을 위해 '조화롭고 질서있는 사진'이 어떤 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행복을 전염시켜 함께 행복을 누리고 싶은 대가 다운 면모가 당신의 꿈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며, 그 꿈은 붓다의 나라에서 마주친 한 소녀의 눈을 통해 발현 된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라 작가는 뷰파인더를 통해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한 소녀의 눈망울을 통해 탁발 스님의 공양의식이 무엇인 지 깨닫게 되며 그 모습을 다시 바라보는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 지 카메라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게 순간의 미학이자 찰라의 예술로 변하는 카메라의 마법이라니.


마산르네상스 포토갤러리(2층)로 올라가는  입구

한 순간 한 호흡이 그렇게 중요한 지 카메라와 함께 카메라에 미친 마니아 라상호 작가(연락처 010-3581-7997)의 눈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은 우리가 또는 라 작가가 어느 소녀를 본 게 아니라, 어느 소녀의 눈에 비친 모습이 '우리'라는 걸 알게 될 즈음 카메라의 메카니즘이나 삶의 소통 방식이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는 걸 깨달으며 행복해 지겠지. 창동예술촌을 꽃밭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라 작가의 야심이 그저 된 게 아니어서 미래의 창동예술촌이 어떤 모습일 지 벌써 부터 기대된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할 지 모르겠지만 탁발 공양에 나선 사람들의 표정이 깃든 행복이 넘쳐나는 공간이 아니겠나. 라 작가는 그 모습이 대략 1년 후 정도면 본괘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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