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ro Fitzroy(담배피우는 산)에서 만난 '톰과 제리'
Cerro Fitzroy로 가기 위해서 Rio Fitzroy곁에서 한동안 전설같은 같은 강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길을 재촉했는데
볕이 잘드는 한적한 산길에서 검은 고양이를 먼 발치에서 만났다. 산중에 혼자사는 '산냥이'였다.
건기의 안데스 끝자락에서 혼자 놀고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녀석은 혼자서 사뿐 거리며 무언가를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납짝 엎드렸다가 잽싸게 굴렸던 물건을 앞발을 이용해서 누르는가 했는데
산냥이에게 다가 설수록 그녀석이 가지고 노는 물건이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 쥐였다.
'고양이 앞의 쥐'란 이런 것!
산냥이의 오른발 앞에서 꼼짝 못하는 쥐가 '톰과 제리'를 보는듯하다.
Cerro Fitzroy와 Rio Fitzroy의 전설같은 그림속에서 '톰과 제리'가 공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놀고있는 산냥이의 놀이감은 쥐한마리였는데
그녀석은 운이 지독하게 없었던지 산냥이에게 나포되어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왠만하면 젖먹던 힘까지 발휘하여 냅따 달려볼 것 같았지만 그녀석은 그저 슬슬기고 있었을 뿐이고
산냥이가 날리는 가벼운 잽에도 몸을 뒹굴기가 일쑤였다.
아!...이녀석이 '제리'였다면 검은 산냥이를 맘껏 곯여주며 달아날 텐데...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뛰어봤자 산냥이 손바닥과 다름없는 천적관계가 이러했다.
앨범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촬영한 여러 그림들을 삭제한 게 슬슬 후회되기 시작했다.
당시엔 별 볼일없었던 산냥이의 '혼자놀기의 진수'였지만 삭제해 버린 그림이 되살아 나면
나는 '제리'의 '비굴한 활약상'을 좀 더 그려보며 현실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니매이션 속의 톰과 제리가 아닌 실물(?)이 담긴 산냥이와 쥐의 모습은
요즘 우리 국민들이 위정자들로 부터 당하고 있는 허탈감 내지는 전의상실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누가 톰인지 누가 제리인지 분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Cerro Fitzroy(담배피우는 산) 산기슭에서 한가로이 먹이감을 놓고 장난을 치는 톰이 가끔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제리는 죽을 맛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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