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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나와 우리덜

원산지 '포도상자' 눈요기 만으로 행복

Daum 블로거뉴스
 


원산지 '포도상자' 눈요기 만으로 행복
-박정희.피노체트 두 독재자의 나라 어떻게 달라졌나-



한국과 칠레의 정치.경제 사정 일부만 비교해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Daum view


잠시 머리도 식힐 겸 포도상자 그림을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 그림은 불과 두 달 전 글쓴이가 머물렀던 칠레 산티아고의 '베가 중앙시장'에 출하된 먹음직 스러운 포도다. 베가 중앙시장은 100년도 더 된 재래시장인 데 이 시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절로 행복해 진다. 그런 느낌은 글쓴이 뿐만 아니라 다수 산티아고 시민들이 공감할 텐데 시장에 출하된 농축산물은 싸고 질 좋기로 유명하다. 대략 우리돈 1만 원 정도(약5000뻬소)만 들고 시장에 들르게 되면 한 보따리를 들고 나오게 된다. 

 
그 중 출하가 한창이었던 포도는 질 좋고 너무 착한 가격이다. 당도는 두말할 나위 없고 한 알 떼 내어 입에 물면 아삭거리는 식감이 기막힌 포도다. 이 포도 가격은 1kg/600~1200 빼소 정도로 (여행자의 판단에는)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품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돈으로 대략 몇 천원 정도만 지불하면, 배 터지도록 먹을 수 있는 게 칠레산 포도다. 그런 포도가 나무상자에 담긴 채 베가 중앙시장 입구에서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포도송이 마다 종이 봉지에 담아 내다 파는 것과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이런 풍경은 산티아고에서 가까운 포도농장을 방문해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땡볕 아래 포도밭이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포도를 탐낸)아르헨티나가 포도 삼매경에 빠져 '띠에르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 땅을 내 주고 안데스 자락 '멘도사(
Mendoza)'를 사수할 정도였겠는가.멘도사는 아르헨티나의 포도주용 포도 대부분을 생산하는 지역인데, 산티아고 근교에서도 대규모 포도밭을 구경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포도는 포도주로 만들어지고 일부는 나무상자에 담겨 시장에 출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방인의 눈에 비친 포도가 아무렇게나(?) 나무상자에 담긴 게 신기했던 것이다.  




대략 두 달 전 부터 이런 풍경 등 글쓴이가 여행지의 풍물을 끄적이는 일을 잠시 접어둔 이유는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와 무관하지 않았다. 마치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같은 느낌 내지 정부의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채 사람들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가중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판에 '신경 쓰지 않으면 될 게 아닌가'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속 편히 살고 있는 사람들일까. 이미 단골메뉴가 돼 버린 대통령의 친인척.측근비리 등 이명박 정권이 4년 반 만에 저지른 실정은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이들 비리들을 숨기거나 희석 시켜보고자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게 요즘 한창 유행 중인 '독도타령'이다. 한일 두 나라의 내셔널리즘을 부추켜 물타기를 시도하며 독도 뒤로 숨어지내는 것이다. 참 답답하고 한심한 정부다. 그런데 실패한 정권이 독도 이슈 뒤에 숨어서 국민들의 눈치를 보고있는 동안 또다른 문제가 삐거덕 거리고 있었다. 
친인척 측근 비리 등으로 제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 동안 물가는 안 오른게 없을 정도로 전방위로 서민들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도 고상한 '애그플래이션(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용어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전체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에 생활물가가 덩달아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당 4천100원에 거래되던 시금치는 이달(17일) 8천400원까지 뛰어올랐다. 다다기오이, 가시오이, 취청오이 등 오이류도 한 달 새 44~104% 급등했다. 또 100g당 680~700원이었던 상추류 가격은 900원가량으로 뛰었으며 열무와 깻잎도 각각 18%, 16% 뛰어올랐다. 포기당 2천700원에 못 미치던 배추 가격은 지금은 3천원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다. 일년전 4㎏ 한 상자에 6만3천원이던 갈치 도매가격은 최근 11만원까지 올랐다. 명태 10㎏ 한 상자는 4만8천원에서 7만3천원으로 상승했다. 8천원이던 굴(2㎏) 가격은 1만1천원으로 치솟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른 물가는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말이면 더 큰 폭으로 오른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옥수수, 밀, 콩의 국제 가격이 이달 들어 폭등했는데, 수입 가격은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는 자장면, 빵, 국수, 맥주 등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음식재료이며, 사료 가격의 급등은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기껏 열심히 땀흘려 번 돈을 치솟는 물가에 다 퍼붓는 꼴이다. <자료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8/18/0200000000AKR20120818030100002.HTML?did=1179m > 
 



이러한 현상을 잘 반영해 주는 지표가 8월 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한 조치이다. 경기가 엄청나게(또는 디~게) 나빠졌다는 신호다. 한국은행이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하여 기준금리를 낮춘 것이다. 대통령의 친인척.측근들은 4대강 사업 담합 비리나 저축은행 비리 등으로 수 천억원대 이상의 돈이 행방불명되는 데 눈감아 주고 있었으므로, 경기가 좋든 나쁘던 별로 관계도 없어보인다.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서민들은 사정이 다르다. 물가가 폭등하면 맨 밥이나 먹어야 할 판 아닌가. 갈치?...명태?...시금치?...다 남의 나라 일이나 다름없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적지않은 사람들이 얕잡아 본 남미의 칠레는 8월 초 기준금리를 5%로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칠레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고 경제성장세도 
견실하다면서 앞으로 최소 23개월간 칠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칠레의 지난 6월 경제성장률은 6.2%로 전문가 예상치인 5.2%를 훨씬 웃돌았다. 대한민국이 세계경제 9위라며 으시대는 동안 1차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칠레가 탄탄한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칠레는 국가청렴도지수에서 우리나라 보다 우위에 있었다. 2010년 기준 국가청렴도지수에서 한국은 칠레(25위) 보다 한참 아래(39위)였다. 중동의 오만 보다 한 수 위였는 데 한국이 오만을 부렸던 것일까.  


이게 런던올림픽에서 종합순위 5위를 달성해 낸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나라(정부)가 여간 썩어자빠진 게 아니라는 말이며 경제지표가 그렇게 반영돼 있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747 공약 등으로 국민들에게 장미빛 (거짓)약속을 하며 경제살리기 등 선진국 진입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4년 반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이들이 국민 앞에 보여준 건 '칠(7) 수 있는 사기(4)는 다 친(7)'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3.0% 동결 조치가 말해주는 것 처럼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외면한 것 내지 전혀 능력도 없었던 것이며, 4대강 사업이나 저축은행 비리 등으로 대통령의 친인척.측근들과 건설사 만을 위한 일을 해 왔다고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닐 정도다.   




우리나라와 칠레 두 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비슷했던 적 있다. 박통(박근혜 애비)을 존경했다던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라는 독재자는 무려 17년 동안 박통 흉내 이상의 공포적인 통치를 감행했다. 그가 대통령 재임 기간(1974년~1990년) 중에 공식 보고된 숫자로만 3,197명이 정치적 이유로 살해되었고, 수 천 명이 불법 감금된 채 고문당하고 강제추방되었으며, 1천 여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로 남아 있는 등 독재자의 악명을 떨친바 있다. 그러나 피노체트는 유신헌법과 비슷한 조치(1980년 9월 국민투표로 장기집권을 노린 신헌법을 성립)를 감행한 이후,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국민투표) 등에 따라 1990년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리하여 칠레는 정치.경제적으로 안정을 되찾게 됐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됐나. 두 말 할 것도 없다. 1979년 중정부장 김재규의 총에 사살된 박통 이후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에 이어 3당 합당으로 등장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IMF를 불러왔고, 마침내 문민정부 10년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10년은 너무 짧았다. 10년의 세월은 우리 국민들이 겨우 민주주의를 맛 볼 수 있는 정도의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틈을 노린 게 747공약 등 비비케이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을 현혹 시킨 이명박 정권의 탄생이었다. 돌이켜 보면 문민정부 10년이 무너진 일련의 과정이 너무도 허술했다. 


민주화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우리사회를 양분하고 있던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멀어보였던 것이다. 국민들의 경제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 게 문민정부를 내 준 빌미가 되었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었다. 불과 4년 반 전 글쓴이가 살고있는 동네에서는 글쓴이더러 '좌빨'이라는 알 수 없는 꼬리표를 달아주었다. 졸지에 강남좌파가 된 셈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4년 반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글쓴이가 비판하고 비난했던 이명박 정권의 실정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어두운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한편 글쓴이는 쓸데없는 누명(?)으로 부터 자유롭게 됐다. 특정 정권에 대해 비판만 하면 좌빨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 X들이 죽일 X'이라며 앞장서서 지탄하고 나섰다. 새로운 강남좌파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강남스타일'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 쯤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껑충 치솟기라도 한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게 뻔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그럴 일이 일어날 확률은 별로 없을 거 같다. 최근 치솟는 물가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등 침체된 세계경제가 시사하는 바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세계최고의 청정지역 파타고니아를 소유한 칠레를 처음으로 부러워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첫 째, 인구 1천 7백만 정도가 사는 길고 널찍한 땅과 비옥한 농토를 간직한 게 부러웠다. 둘 째, 정치적으로 안정된 게 무엇 보다 부러웠다. 현재 칠레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칠레에서는 
최소한 피노체트와 같은 사악한 독재자를 만나지 않아도 될 것이며, 국토를 절단내며 국부를 축내는 4대강 사업 따위는 절대로 하지않아도 될 나라였다. 또 우리나라 처럼 이명박이나 박근혜 등 실패한 정권에서 외치는 허무한 '개혁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특정 정권의 비리가 터질 때 마다 재탕 삼탕하는 독도타령은 더더욱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글쓴이 한테 칠레는 천국같은 땅이기도 했다. 그 땅에서 한 없이 쏟아지는 포도송이를 기억해 낼 수 있다면,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불합리'는 환멸 외 더도 덜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어둠의 세력들이 반성이나 하고 있었나. 아니었다. 우선 이들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포장지 부터 바꿨을 뿐이다. 그들에게 다시 5년을 맡기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도무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 아니겠나. 글쓴이는 칠레산 포도송이만 보면 불과 두 달 전 산티아고에 머물렀던 4개월 정도의 짧았던 시간을 추억하며 행복해 한다. 하필이면 그곳이 내가 꿈꾸는 땅이자 장차 우리가 돌아가거나 맞이해야 할 꿈 같은 땅으로 변하고 있다니. 서글픈 현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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