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전 우리 올림픽 축구대표팀 박종우 선수의 동메달 보류 사건을 접하며 우울했다. 다 아시는 사건이지만 올림픽축구 3.4위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투혼을 발휘하여 일본팀에 이긴 직후,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독도 세레머니를 펼친 결과 IOC로 부터 동메달 보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감격하며 세레머니를 펼친게 IOC헌장 위배며 정치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참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건이자 비분강개할 사건이었다. 이런 기분은 글쓴이 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 언론에서도 관심이 폭발했다. 하필이면 이 사건은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이명박이 독도를 방문한 지 하루 뒤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명박의 독도 방문 의도와 함께 누리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사건이기도 했다. 따라서 관련 키워드 등으로 이 사건의 뒷이야기를 뒤적거리게 됐는데 글쓴이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기사 하나를 발견하게 됐다. 기사 내용은 이랬다.
"[서울신문]'우리 땅' 독도에 결연한 독도 수호 의지를 담은 '독도 수호 표지석'(위 독도 사진에 더빙된 그림)이 세워진다. 경북도는 제67회 광복절인 오는 15일 독도 동도에서 독도 수호 표지석 제막식을 갖는다고 12일 밝혔다. 표지석은 높이 1m 30㎝(좌대 포함), 가로 35㎝, 세로 20㎝ 크기로 앞면과 뒷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필 한글 '독도', '대한민국'이 각각 새겨져 있다. 오른쪽 윗부분에는 작은 글자로 '대한민국'을 새겼다. 또 표지석의 왼쪽 면에는 '대통령 이명박'이라는 휘호와 함께 '이천십이년 여름'이라고 새겨 제작 시기를 명시했다. 표지석은 충남 보령군에서 나온 오석(烏石)으로 만들어 검은색을 띠고 있다. 표지석은 지난해 7월 동도 망향대에 설치된 국기게양대(190㎡) 바로 옆에 세워진다. 독도에 우리 땅 영토임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친필과 휘호가 새겨진 표지석이 설치되기는 처음이다."
<출처 http://media.daum.net/issue/newsview?newsId=20120813033149697&issueId=276>
그림은 우리땅 독도(앞쪽 동도, 뒤쪽 서도)의 아름다운 풍광
위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독도 수호 표지석'은 경상북도가 오는 광복절(67회)을 맞이하여 독도(동도)에서 표지석 제막식을 갖겠다는 내용이다. 표지석에는 이명박의 친필 '독도'가 새겨진다. 이게 '우리 땅' 독도에 결연한 독도 수호 의지를 담은 표지석이라는 말인가. 이 사실을 아는 우리 국민들이 몇이나 된다고.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경상북도와 울릉군의 관련 기사를 찾아봤더니 2010년 8월 6일자 <영남일보>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내용은 이랬다.
천연기념물 독도(동도)에 허가한 문화재청의 이상한 옵션
"경북도와 울릉군은 지난해 10월 독도 동도 망향대 앞터 190㎡에 도비 1억원을 들여 태극기와 경북도기, 울릉군기를 나란히 걸 수 있는 게양대 3개의 설치를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울릉군이 게양대 3개 설치를 위해 신청한 독도 천연기념물 현상변경허가를 불허했다. 다만, 국기 게양대 설치는 허가했다. 문화재위원회는 불허 이유에 대해 "이미 독도에 태극기를 달 수 있는 게양대 두 곳(서도 주민숙소 인근, 동도 등대 앞)과 경비대 숙소 인근에 바닥형 태극기가 설치돼 있으며, 경북도기와 울릉군기를 걸 게양대를 추가 설치할 경우 독도 훼손이 우려된다"고밝혔다.
하지만 울릉군은 국기 게양대와 함께 경북도기 및 울릉군기 게양대를 설치하고자 하는 장소가 이미 시멘트로 포장됐기 때문에 추가 훼손의 우려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경북도기 및 울릉군기 게양대 설치는 독도 영유권 강화는 물론, 독도를 관리하는 경북도와 울릉군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문화재청의 허가대로 국기 게양대만 설치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출처 http://blog.daum.net/ul4603/110 >
참 속 보이는 기사내용이다. 경북도와 울릉군이 동도에 게양대 3개를 설치하고자 했을 때, 문화재위원회는 독도 훼손을 우려로 허가를 하지않았다. 그러나 경북도와 울릉군이 어떤 옵션을 달았는 지 의심해 볼만한 내용이 기사에 포함돼 있었다. 허가 조건에 '국기 게양대만 설치하지는 않겠다'라는 주문을 문화재위원회가 한 것이며, 그 사실이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표지석을 세우는 일이었을까. 오는 광복절에 제막식을 가질 표지석은 최소한 3년 전 부터 치밀하게 준비돼 온 것인데, 현재 독도에 세워진 각종 비석들을 참조하면 국민적 합의도 없는 표지석을 세워야 하는 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독도에는 영토표석 3기와 위령비 7기, 암각서 4기, 접안시설 준공표시석 1기등 4종 15기의 표석이 있다. 이중 3개의 영토 표지석은 현 정부들어 한승수 국무총리가 2008년 7월 독도를 방문해 세운 '동해의 우리땅 독도'라는 표석 등으로, 이대로 가다간 독도가 비석에 묻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문화재청의 지적 처럼 독도 훼손도 우려된다. 그리고 독도에 표지석 등을 세우려면 독도전체가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형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금번 표지석 제막식은 형평성을 잃은 특혜 의혹 또한 없지않다. 이같은 사실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기사가 있다.
"...독도최초 주민인 고 최종덕씨 비석이 대표적이다. 최종덕씨 기념사회업와 최씨의 유족들이 지난 2010년 독도 서도의 옛 문어건조장에 놓아둔 비석은, 2011년 6월 중순 제막도 못하고 허가를 받지 못해 독도 앞 바다에 수장되기도 했다. 가로 20cm, 세로 30cm 규모의 이 비석에는 '독도는 내가 지킨다 어부 최종덕'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경북도와 울릉군 및 문화재청은 어떤 이유로 '독도최초 주민 故최종덕씨'의 유족들도 하지못한 일을 추진하게 됐는 지 참 궁금하다. 독도에 살다가 독도에서 숨진 국민 1인의 주검이 땅에 묻히지 못하고 수장되었다고 한다면, 형평상 경북도와 울릉군 및 대통령 친필이 새겨진 표지석이라 할지라도 천연기념물 보호 등을 위해 수장 시키던 지 취소해야 마땅한 게 아닌가.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경북도와 문화재청 등이 앞장 선 형태의 '표지석 세우기'가 아니었다. 겉으로는 표지석이라 이름 붙였다 할지라도 <뼈 속 까지 친일 대통령>이라는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면 표지석은 단순한 표석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쇠말뚝' 내지 '말뚝박기'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도에 비석 하나 더 세운다고 문제가 될까.
문제가 된다. 일제강점기에 저지른 일제의 만행은 금수강산의 명당을 찾아 지기와 혈에 쇠말뚝 등을 박는 정도였지만, 친일 대통령이 우리 국토와 국민들에게 끼친 만행은 쇠말뚝 정도가 아니다. 국민적 반대를 외면한 4대강 사업을 통해 국토의 젖줄을 절단낸 것도 모자라, 친인척.측근을 통해 비리 종합세트를 만들며 국민들을 패닉상태로 몰아갔다. 그리하여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국민적 합의도 없이 독도에 표지석을 세우며 국민들의 정서를 더럽히고 있는 것인가. 정치적 시비가 끊이지 않는 독도에 친일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표석이 제막된다면 독도는 하루가 멀다하고 시비에 휩싸이지 않겠는가. 일제도 하지 못한 만행이 문화재청 등으로 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우리 땅' 독도에 결연한 독도 수호 의지를 담았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지석을 만든 사람들의 변명일 뿐 국민들의 의사와 의지에 반한다. 독도는 표지석을 세워야 지켜지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땅이기 때문에 따로 대통령의 이름을 새겨 표석을 세울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적 합의도 없는 표석 하나 때문에 국론 분열은 물론, 독도가 일본이 원하는 분쟁지역으로 비치기 십상이며 우리 국민들의 정서만 더럽힐 뿐이다. 독도 최초 주민이었던 故최종덕 씨의 비석이 수장된 사례 처럼, 독도를 훼손하거나 시비거리를 만드는 그 어떤 표석 따위도 불필요 해 보인다.우리 국민들이 전혀 원치도 않는 '현대판 말뚝박기'와 다름없는 독도 표지석 세우기는 당장 취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