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2박 3일 동안 지구반대편으로 이동한 우리는 남미의 관문인 칠레의 산티아고에 여장을 푼 뒤 시차 조절을 하고 있었다. 장차 다가올 미지의 세계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인터넷을 뒤져 파타고니아에 대한 정보 얼마를 챙기긴 했지만, 그곳은 여전히 베일에 가린 미지의 세계였다. 우리가 챙긴 건 한국의 칠레 대사관에서 챙긴 작은 지도가 전부였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칠레의 지도 처럼 작은 지도는 여러번 접혀 작은 책 처럼 보였다.
그 작은 로드맵에 따르면 파타고니아는 칠레(아르헨티나) 남부지역이며 칠레를 크게 3등분 하여 세 조각으로 나누었을 때 남부지역이었다. 그곳은 대략 오소르노 화산(Volcan Osorno)이 위치한 장끼후에(llanquihue) 호수 근처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로 부터 시작되는 곳이었다. 뿌에르또 몬뜨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뿌에르또 몬뜨로 부터 육로를 따라가면 신비의 도시 또르뗄(Tortel,Patagonia)로 이어지는 파타고니아 끄트머리는 자동차와 선박을 번갈아 갈아타야 하는 루트였다.
파타고니아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 게 바로 이 루트였다. 로드맵을 살펴보면 그 루트는 일반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곳 같았다. 그러나 우리가 막상 그 길을 선택하여 걸음을 옮기자 세상에는 길이 없는 곳이 없었다. 우리가 그 길을 따라 150일간의 투어를 하며 천상의 꿈을 꾸게 될 줄 꿈에도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파타고니아는 그런 곳이었다. 그에 앞서 산티아고에서 5번 국도를 따라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에는 장차 다가올 천상의 낙원을 예고라도 하듯이 떠돌이 개들이 꽃밭에 누워 꿈을 꾸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떠돌이 개들도 천상의 꿈을 꾸는 것일까.
당초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투어 여행기는 산티아고에서 끄적거리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들로 부터 천상의 나라로 지목된 파타고니아를 숙명처럼 껴 안고 살고있는 칠레는 동시에 디지털문화를 거부하고 있었다. 천상의 나라는 디지털문명과 동떨어진 곳이며 아날로그문명이 원시의 옷을 늘 걸치고 사는 곳라고나 할까.
파타고니아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 파타고니아 향기 일부를 간직한 뿌에르또 몬뜨 앙헬모(Angelmo)에서 꽃밭에서 놀고 있는 떠돌이 개들을 만났다. 흔한 장면이 아니었다. 그곳에 가면 주인없는 떠돌이 개들도 천상의 꿈을 꾸는 것인 지. 우리가 잊고 살던 천상의 나라는 멀디 먼 하늘나라에 있는 게 아니었다. 그곳에는 천상의 나라를 간 보듯 살짝 엿본 장면들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새 파타고니아에 발을 담그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