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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7년 전 약속 지킨 '전설의 땅'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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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약속 지킨 '전설의 땅' 파타고니아  
-전설의 땅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가 불안했던 이유-
 




먼 여행길에 오르면,...
누구나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Daum view

2011년 10월 7일, 우리는 보딩패스가 끝난 후 인천공항의 면세점을 둘러보며 곧 이륙할 비행기 시간을 초조해 하고 있었다. 탑승할 때 까지 이직은 여유가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있었던 것이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것도 아닌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을 앞에 두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걱정은 마치 출전을 코 앞에 둔 검투사들의 심장박동을 닮았다고나 할까. 괜한 두근거림이 설레임으로 바뀔 때 까지는 꽤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 




 
탑승을 위해 이동하면서 바라본 인천공항의 풍경은 자주보던 풍경이었지만, 커다란 덩치의 쇳덩어리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장면은 언제봐도 낮선 풍경이자 설렘 가득한 도약이었다. 우리도 곧 저 비행기와  유사한 국적기를 타고 하늘로 솟구칠 텐데, 우리의 여정은 꽤나 길고 멀었다. 우리를 실은 비행기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미 땅이며 그곳에서도 남쪽으로 수 천 킬로미터 더 떨어진 빠따고니아 땅이었다. 그 먼 여정을 위해 우리는 이미 7년전 부터 출사표를 던져놓고 있었다.
 


7년 전 약속 지킨 '전설의 땅' 파타고니아 

[Flash] http://tsori.net/attachment/fk050000000005.swf



7년 전, 우리는 빠따고니아에서 한 전설을 듣게 됐다. 그 전설은 이 땅에 살던 원주민을 통해 전해져 오고있던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 전설은 빠따고니아 땅에 지천으로 널린
깔라파떼(Calafate)라는 한 열매로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7년 전 엘찰텐(El Chalten)의 세로 피츠로이(Cerro Fitz Roy)에서 그 열매를 처음 맛보게 됐는데 깔라파떼는 우리나라에 지천으로 널린 까마중 처럼 생긴 작은 열매였다. 다만, 까마중은 1년생이지만 깔라파떼 열매를 맺는 나무는 다년생으로 줄기 전체에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하게 박힌게 다른점이었다. 


까만 깔라파테를 주렁주렁 매단 깔라파테 나무 뒤로 Cerro Fitz Roy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인다.

또 깔라파떼는 까마중의 단맛 보다 대략 수 십배의 당도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까마중에서 느낄 수 없는 씬맛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딱딱한 씨앗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열매의 색소가 얼마나 강한지, 씬맛이 포함된 달콤한 맛에 빠져 몇 알갱이의 깔라파떼만 씹어도 입안은 온통 잘 지워지지 않는 검붉은 색소로 곧 도배되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7년 전 남미여행 당시에 맛 본 깔라파떼 때문에 우리의 기억 속에는 온통 깔라파떼의 색소 같은 전설이 도배될 정도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인천공항에서 탑승 통로를 따라 가면서 그 기억들은 수 천 수 만배로 증폭되고 있었다. 빠따고니아 땅에 널리 퍼져있던 전설이 한 몫 거든 것이다. 




그 전설은 이랬다. 빠따고니아 땅에 흔해빠진 "깔라파떼를 따 먹기만 하면 반드시 그 곳(장소)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7년 전 우리는 가시투성이인 깔라파떼 나무에서 그 열매를 따 먹으며 전설을 비웃고 있었다. 아니 우리 뿐만 아니라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다수의 사람들은 우리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가시 때문에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 나무 열매가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려 놓는 마력을 지녔다는 걸 누가 믿을 것인가. 


"흠...이 열매를 따 먹으면 이 땅에  다시 돌아온다고?...재미있는 전설이군!..."
 




우리를 태우고 갈 대한항공의 점보비행기는 이미 인천공항 활주로 근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비행기는 늘 보던 비행기지만 이륙을 코 앞에 둔 우리의 심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운명적 비행을 코 앞에 두고 두려운 마음이 엄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비행기가 추락을 할 위험성은 매우 낮다. 통계에 따르면 비행기가 추락을 할 개연성이 높을 때가 이착륙시라는 거 다 안다. 그게 조종사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데, 비행기가 추락할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는 주로 9월에서 12월 사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를 남미땅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가 하필이면 10월 중순의 어느날 이륙 할 예정이어서 불안했을까.





비행기가 추락한다고 해도 사망할 확률은 1100만분의 1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 우리가 포함되었다는 말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행기 보다 자동차로 여행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믿는 데, 항공시대가 열린 이래 항공기 관련사고는 자동차 관련 사망자 수 보다 훨씬 적을 뿐 아니라 30명 이상 탑승이 가능한 대형항공기는 그 보다 적은 항공기 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를 남미땅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는 점보비행기 아닌가. 그렇다면 두려움이 사라지는 걸까. 
 

  



주지하다시피 비행기가 추락할 당시 치명적 추락사고에 휘말릴 경우, 우리가 운명을 달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3분의 2라고 한다. 이 같은 기록을 정리해 둔 <위기탈출 생존교과서>에 따르면, 2005년 까지 비행기 추락 사고로 11만 1000여 명이 사망했으며 7만 80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숫자를 참고하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운송수단인 비행기라 할지라도 두려워서 탈 수가 있겠나. 하지만 우리가 무서워 한 건 비행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으로 부터 대략 7년 전, 우리가 따 먹은 몇 알갱이의 깔라파떼 때문이었다. 




보딩패스를 마치고 곧 이륙할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순간 깔라파떼의 전설이 오버랩 되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됐는데, 우리가 이 비행기에 탑승을 하는 순간 전설은 현실이 되는 것이며, 그 현실이 완성되는 순간 우리는 깔라파떼 전설 속 내지 빠따고니아의 전설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운명은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시간여행을 하게 될 것이라는 묵시적 암시를 깔라파떼가 전해주게 된 것일까.





전설은 곧 현실로 드러났다. 우리를 태운 대한항공의 점보비행기는 해가 뉘엿거리는 오후 7시 경에 마침내 이륙을 했고, 우리는 7년 전 빠따고니아 땅에서 듣게 된 인디오의 전설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리고 150일간의 여행을 통해 두려울 수 밖에 없었던 전설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티아고의 오래된 한 숙소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깔라파떼 열매 속에 숨겨져 있던 7년 전의 전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깔라파떼
의 전설 속으로 

[Flash] http://tsori.net/attachment/fk050000000005.swf

  
 2012년 1월 26일, 우리는 마침내 7년 전에 맛 본 깔라파떼 전설 속의 한 사람으로 남게 됐다. 전설은 참으로 감동적인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순간에 몸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엘찰텐의 '아길라 전망대'에서 울부짖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어께를 들먹이고 있었다. 그 소리는 마치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버지의 울부짖음과 다름없었는데, 우리가 오길 학수고대한 어버이의 통곡같았다. 7년 동안의 애잔한 그림움이 깔라파떼 열매 속에 녹아있었던지, 나는 대자연의 품에 안겨 오래토록 자리를 뜨지 못했다.


2012년 1월 26일, 파타고니아의 일출이 연출한 황금빛  Cerro FITZ ROY 모습
 

"잘 왔구나. 사랑하는 내 새끼들아!..."


깔라파떼의 전설이 서린 붉은 빛이 
엘챨텐의 세로 피츠로이를 비춘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찬 바람에 맞서 싸우다시피 한 그 짧은 시간 동안 대자연의 울부짖음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됐다. 이 땅은 아직도 사람들이 살 만한 곳이자, 장차 우리가 머리를 뉠 신성한 땅이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 귀중한 땅을 보잘것 없어 보이는 한 열매를 통해 전설 속에 감추어 두었다니, 이 또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깔라파떼의 전설에 따르면 7년간의 세월이 우리를 다시금 빠따고니아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천공항에서 탑승구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정작 우리를 두렵게 만든 건,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대자연의 경외로움 때문이었던 것이다. 전설의 땅 빠따고니아 이야기가 시작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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