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가 만난 그녀는 몹시 잘난 인물이었다. 최소한 내가 발견한 날개 달린 조류 중에서 꽤나 잘 나가는 조류였던 것이다. 여행자가 산책길에 나서면, 그녀는 늘 요정처럼 곁에서 시중을 들곤 했다. 여행자의 시중을 돕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저 길동무 정도라고나 할까. 여행자의 심심풀이 정도의 역할을 한 게 참새를 닮은 작은 새였다. 크기가 박새만 했다.
그녀는 평소 친구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내 앞에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이 날 만큼은 달랐다. 무슨 마음의 변화가 생겼던지 아침나절 단독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그동안 산길을 홀로 다니는 여행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참새를 닮은 작은 새는 모습이 특이하여 시선을 끌었는데, 카메라를 겨누기만 하면 푸드득~ 금새 날아가 버린곤 했다.
그래서 정말 잘난 이 참새(흠...그렇게 부르자. 조류 전문가가 아니므로)를 포착할 찬스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틀전 이 참새는 내게 처음으로 도도함을 벗어던진 채 도도한 모습으로 단 수 초간 촬영을 허락했다. 대충 카메라 앞에 서는 평범한 모델은 근처에 얼씬 거리기도 못하게 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녀는 도도해 지기로 작정을 한 것인지 아이샤도우는 물론 짙은 볼 터치로 참새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 글쓴이가 늘 산책에 나설 때 본 그 모습 보다 진일보한 화장술을 선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녀는 최고의 아티스트를 고용한 미용실을 다녀왔던지, 머리카락을 곧추세운 매우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정면에서 보면 근사하고 우아한 모자를 쓴 것 같았지.
참새가 몹시 잘난 체하여 거만하다는 평을 듣고도 남을 정도의 도도함이었다. 그 도도함을 증폭 시킨 게 늦가을 최고의 빠숑인 외투를 걸쳤다는 거 아닌가. 누가 봐도 그냥 대충 걸친 외투가 아니라, 그녀는 옷깃을 풀 먹인듯 빠닥빠닥 세우고, 혹시나 목 너머 부드러운 속살을 탐하는 가을바람을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그녀는 단 한마디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래...잘난 것들은 다 잘난 체하며 거만하다지. 넌 도도한 참새녀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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