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자신의 몸을 던져 불로 뛰어드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지진의 나라 칠레의 비냐 델 마르에서 산티아고로 돌아오는 68번 국도는 한 순간 불덩어리 속에 갇힌 듯 붉게 타올랐으나 불기운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참 이상도 하지. 불덩어리 속에 갇혀있는 느낌이 전신에 느껴지는 데 무섭거나 두려운 생각 보다 황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어떻게 된 일일까.
산티아고에 약 4개월 정도 머무는 동안 우리는 4차례 정도의 지진을 느끼게 됐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늘 남의 나라 일 처럼 생각된 지진을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무섭고 두려웠다. 땅이 신음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지축을 요동치게 만드는 지진의 강도는 칠레가 지진의 나라라는 걸 실감시키고 있었다. 남반구의 가을이 끝나고 곧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계절이었다. 산티아고의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늘 개인 상태에서 겨울을 맞이하면서, 동무를 부르듯 한 점 한 점 구름을 모으기 시작한 때 였다.
전설의 땅 파타고니아로 떠나고 싶으세요?
(차창을 뜨겁게(?) 달군 불타는 일몰에 잠시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
세상을 온통 불바다 속에 가두어 둔 황홀한 일몰은 그 때 쯤 생긴 것이며 비냐 델 마르에서 귀가하는 시각 버스 속에서 체험한 놀라운 광경이었다. 버스 속이 아니었드라면 보다 선명한 화질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건만 차창이 필터링을 한 황홀한 장면은 생각 보다 리얼한 맛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창가로 이동하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는 한 마리 불나방이 되어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