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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구두닦이가 당당해 보인 건강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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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닦이가 당당해 보인 건강한 도시  



구두 잘 닦고 다니시나요?


한 여성 구두닦이가 열심히 구두를 닦고 있는 이곳은 칠레의 산티아고 중심가에 위치한 번화한 거리입니다. 구두를 닦는 동안 한 중년신사는 두 발을 구두닦이에게 편안하게 맡긴채 뭔가를 주시하며 생각에 잠긴 표정입니다. 손님이 두 발을 맡긴채 서비스를 받고있는 의자 부터 달라보이지요. 참고로 글쓴이가 이곳을 방문한 시각은 대략 오후 2시경인데요. 이때즘이면 이 거리를 지나치는 시민들이 폭주할 때 입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주변의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데요. 사람들은 그 시간을 이용하여 가까운 식당에서 햄버거를 사 먹는 등 점심을 먹습니다. 그때쯤  이 거리는 활기가 넘치고 대략 오후 8시 경 까지 엄청나게 붐비기 시작합니다. 거리를 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대단한 곳이기도 합니다. 한 여성 구두닦이가 구두를 닦고 있는 풍경은 그 때 쯤이며, 이 시각을 전후하여 이 거리에서 일하는 구두닦이의 하루 매출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직장인들이 구두를 닦을 수 있는 시각이 그때쯤인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런 풍경을 보면서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풍경을 본 지 오래됐고, 사라진 문화처럼 여겨졌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 사라진 풍속도 하나가 이곳에서는 성업중이었으니 말이죠. (아니시라고요?...)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의 일면인)구두닦이라는 말이 거슬렸는지, 구두닦이라는 말을 다르게 부르고 있는 거 압니다. 한국에서는 구두닦이를 다른 말로 부르기 시작했지요. 구두미화(협회)라는 직업이 그렇게 해서 생긴 게 아닌가요 .


 

구두를 닦는 일이 미화된 것이며, 오히려 이 직업을 더욱더 천하게 여길 정도로 평가절하한 조치가 '구두미화'라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죽으로 만든 구두에 구두약을 발라 광택을 내거나, 왁스를 바르는 등의 조치로 가죽신발을 더 오래 신게 만드는 일이 미화작업은 아닌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을 하시는 분들을 선택하여 길거리 곳곳에 구역을 할당하는 한편, 대로변의 철제 박스 속에 가두어 놓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정작 구두를 닦아야 할 시민들이 그분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구두닦이 문화는 찜질방이나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으므로, 궁여지책으로 자동 구두닦이 기계가 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바쁘게 사는 직장인들은 최소한 군대생활 중에 익힌 구두닦이 실력 조차 써 먹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으니, 구두에 광택이 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죠. 오히려 구두에 광택이 반질반질 거리면 무슨 조직 사회의 일원처럼 여길 정도로, 한국사회의 구두의 광택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거리 한 가운데 드러누워 있는 저 개는 죽은 듯 잠자고 있는 떠돌이 개 입니다. 너는 너, 나는 나...가 존중되고 있는 나라. ^^ 


그런데 산티아고의 중심가에서 성업중인 구두닦이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당당하게 영업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분들도 정해진 구역이 있었지만, 시민들이 붐비는 길거리 한쪽을 자연스럽게 차지하고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장면이 쉽게 목격되고 있었습니다. 구두를 닦는 일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주눅든 표정은 찾아볼 수 조차 없습니다. 


우리와 달리 구두 한 켤레를 닦는 동안 슬리퍼를 따로 신고 있는 게 아니라, 구두를 신은채로 구두를 닦고 있었습니다. 가격도 500빼소 정도로 착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길거리에서 여유로룬 표정으로 당당하게 일하는 구두닦이를 보니 기분이 좋아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천시되는 직업이 이곳에서는 그저 여러 직업군 중에 하나일 뿐, 직업의 귀천이 없는 곳이라고나 할까요. 



칠레의 직장인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직업군별 소득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은행원들의 월급이 대략 30만 빼소이므로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60~70만원 정도입니다. 웬만한 사무직의 월급이 이 정도 선이므로(물론 고급직은 많은 차이가 난다), 길거리에서 구두닦이를 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단박에 눈치채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구두닦이들을 여유롭게 만들고 있는 건,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할 뿐 직업의 귀천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 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된 이 도시의 장점이자, 우리나라에서 대우받지 못하거나 사라지고 있는 직업이 당당하게 대우받고 있는 현장의 모습인 것이죠. 그래서 구두 한 켤레라도 남들보다 잘 닦을 수 있다면 최소한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나라 내지 눈여겨 봐 두어야 할 문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구두닦이는 한 때 우리나라가 지지리도 못 살았을 때, 목숨이라도 부지할 요량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직업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 시민들이 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신고 다니는 한 반드시 필요한 게 구두를 닦는 일이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구두 닦는 일 만큼 귀찮은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구두 끄트머리에서 반질반질 광택이 나는 구두를 신고 출근길에 나서면서, 웬지 모를 행복이 충만했을 당시를 기억해 낼 수만 있다면,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 '느림의 미학'이 그 속에 숨어든 게 아닌가 싶군요. 그래서일까요. 구두를 닦는 이 분들은 구두만 닦는 게 아니라, 바쁘게 사는 도시인들을 잠시 붙들어 두고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도시의 철학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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