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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행인들 소름돋게 만든 거리의 프리마돈나 표정도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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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들 소름돋게 만든 거리의 프리마돈나  



프로와 아마추어어 차이는 무엇일까?...


이틀전 산티아고의 중심가에 있는 한 거리에서 행인들의 발길을 붙들어 놓는 대단한 콘서트가 열렸다. 한 여성의 가늘고 박력있으며 아름다운 소프라노 때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녀는 '베르디'를 좋아했던지 오페라 나부코(Nabucco) 중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Chorus Of The Hebrew Slaves)'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열창했다. 그녀는 표정연기와 함께 잘 다듬어진 목소리 때문에 행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자칫 눈물이 날 뻔한 단독 콘서트라고나 할까. 




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때문에 문득 한국땅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녀의 목소리 속에 숨겨진 위대한 카리스마가 향수를 불러오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의 노랫말은 유대인들이 유프라테스강변에서 노역하면서 부르는 합창곡인데 옛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라는 거 다 아실것이다. 그녀는 베르디를 너무도 좋하했던지 아니면 베르디가 작곡한 곡이 너무 좋았던지 베르디의 곡을 너무도 아름답게 불러주었는데,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있다 보니 무엇인지도 모를 슬픔이 물밀듯이 전해져 오며 소름이 돋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소프라노는 거침없었다. 어떤 때는 실바람 처럼 가늘게 떨리다가 또 어떤 때는 우렁찬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 했다.


(아...이 장면을 오페라 극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그녀 앞에 쪼구리고 앉아 그녀의 카리스마 깊숙한 곳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고급스럽고 위대한 공연이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이 대상이라니 언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녀의 열창을 돕는 건 허름한 카세트에서 울려나오는 반주곡이 전부였으며 가끔 낡은 카세트라디오에서 들리는 잡음이 귀에 거슬릴 정도로 프리마돈나를 위한 오케스트라는 빈약했다. 그녀의 실력을 감안하면 이런 반주는 도무지 어울리지 못하는 낡은 기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거리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가늘게 떠는 바이브레이션이 연주될 즈음이면, 사람들이 발걸음을 낮추거나 숨을 죽이며  그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녀는 낡은 카세트 같은 건 아랑곳 하지않았다. 관객이라고는 이 거리를 지나치는 행인들이 전부라고 할지언정, 그녀는 최선을 다해 프리마돈나와 같은 연기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 순간 발길을 멈추고 그녀의 목소리에 빠졌던 행인들은 박수로 화답을 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놓인 작은 모자 위에 동전을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길거리 공연에 나선 프리마돈나


그런 한편 대단한 실력을 가진 한 성악가가 무슨 이유로 행인들을 상대로 구걸을 할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녀 앞에 놓인 작은 가방 위에는 그녀가 만든 '씨디(CD)'를 올려두었는데, 가격이 2000빼소로 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그녀의 연주가 끝나면 사람들은 동전이나 지폐를 대가로 내밀었는데 어떤이들은 씨디를 구입해 가고있었다. 그렇다면 길거리 콘스트에 나선 프리마돈나는 주로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동전이나 구걸하며 씨디를 팔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우선 그녀 한테 홀딱 반해(?) 촬영한 길거리 공연 모습 몇 컷을 살펴보자.











흠...어떻게 보셨나요? 


우리는 레파토리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박수를 치며 행복해 했습니다. 그녀는 베르디의 나부코 외에도 디 까뿌아의 '오 솔레미오'와 비제의 '라 아바네라' 등 주옥 같은 곡을 길거리의 행인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쪼구리고 앉아 감상한 곡은 다섯 곡 정도 됐는데요. 그녀 앞에서 박수만 치고 있으려니 자꾸만 민망한 마음이 드는 거 있죠. 도무지 공짜로 들을 수 없드라고요. 그래서 씨디 한 장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씨디를 뜯어보니 씨디에 그녀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는데요. 그녀의 이름은 '베로니카(VERONICA)'였습니다. 그 씨디 속에는 슈베르트의 '아베아리아' 외 베로니카가 녹음한 주옥같은 레파토리 10곡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씨디가 베로니카가 길거리 콘서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팔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주로 동전 몇 닢을 모자에 정중히 담고 있었습니다. 한 레파토리가 끝날 때 마다 이런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시민들은 그녀에게 다가가 고마움을 표시하며 "(현금을) 이렇게 건네 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죠. 저는 성악가수가 길거리 공연에 나서는 것도 못 봤지만, 이렇게 길거리에서 흉허물 없이 거래(?)를 하는 장면도 처음 봤습니다. 정말 이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감동적이었던지요. 긴 여정의 여독이 눈 녹듯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저 아주머니가 베로니카에게 건네고 있는 돈은 우리돈의 가치로 환산하면 2만원 정도되는 10,000빼소 짜리 지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더 보실까요.









정말 흐뭇한 이 장면들은 길거리 콘서트를 다 감상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야 진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베로니카는 산티아고에서 오페라 등 성악가수로 활동하며 명성을 떨치고 있던 프로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씨디에 그녀의 사이트(http://www.liricachile.cl/)가 적혀있었는데 그곳을 방문해 보니 그녀의 활동을 담은 영상과 사진들이 잘 정리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특이한 점은 그녀의 사이트에서는 그녀의 파트너 등과 함께 콘서트에 나설 경우 시간당(분당) 비용이 적혀있더군요. 그녀는 프로 성악가였습니다. 


자신의 실력에 걸맞는 비용을 책정해 두었던 것인데요. 제가 놀란 건 다름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까칠하기로 소문난(?) 클래식 전공자들이 베로니카 처럼 길거리 콘서트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배짱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든 것이지요. 저희는 맨 처음 베로니카의 길거리 콘서트를 감상하면서 "이렇게 위대한 성악가가 어쩌다가 망가졌나"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얼마나 촌스럽고 어리석으며 시건방진 생각입니까. 


행인들 만든 거리의 프리마돈나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를 감동시킨 위대한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때문에 베로니카의 진면모를 알게 되었지 뭡니까. 정말 그녀는 프로답게 당당하고 감동적인 길거리 공연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녀는 결코 동전을 얻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게 아니라, 그녀 자신의 예술혼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며 그들과 함께 행복해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만약 그녀가 동전 몇 닢을 얻기 위해 길거리 콘서트를 열었다면, 베르디의 그 유명한 '노예들의 합창'이 프리마돈나의 초라한 자화상 처럼 비쳤을 것이며, 시민들은 감동하지 못했겠지요. 영상을 열어보시면 베로니카의 진면목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흠...영상을 열어보셨나요. ^^ )그러셨다면 베로니카의 표정 연기가 압권인 피날레를 보시면서 글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연로하신 이 분은 요. 베로니카의 길거리 공연에 푹 빠져 꼼짝달싹도 하지않은 채 공연이 끝날 때 까지 이러고 계셨습니다. 이 분이 깔고 앉은 건 의자가 아니란 거 아시죠. 아마도 이 어르신은 베로니카의 목소리를 평생 가슴 속에서 지우지 못할 거 같습니다. (우리가 그랬거든요. ^^) 우리는 숙소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베로니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그 느낌이 얼마나 향기롭던지 대통령궁에서 가까운 산티아고의 중심지의 거리를 다시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말 있잖아요. 프로는 여행가이고 아마추어는 관광객이라는 말 말입니다. 우리는 관광객이 아니라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꿈을 찾아서 다시 떠나보려는 겁니다. 프로 성악가인 베로니카의 길거리 공연이 우리에게 남긴 감동이 그랬습니다. 그러고 보니 프로는 시민들을 찾아 나서지만, 아마추어는 찾아올 때 까지 기다리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베로니카는 정말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위대한 예술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산티아고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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