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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시장에서 만난 엽기적인 멜론과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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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 만난 엽기적인 멜론과 손님들


한 여성이 춤을 추는 듯한 이 장면은 
산티아고의 베가 중앙시장 풍경의 일부이다.

요즘도 그렇지만 베가 중앙시장은 산티아고에 약 두 달 머무는 동안, 이틀에 한 번 내지 사흘에 한 번은 꼭 찾게 되는 곳이다. 가능하면 숙소의 작은 냉장고를 가득 채워놓는 것 보다 싱싱한 청과물 등을 즉석에서 골라 사 먹는 게 좋았기 때문인데, 이 시장의 매력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청과물과 육류와 유제품 등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며, 무엇 보다 이 시장에 들르게 되면 사람들이 붐벼 사람사는 맛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이 시장에 들르게 되면 마치 산티아고 시민들은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처럼 느껴질 때가 적지않다. 날마다 반입되는 청과물들이 거의 매일 다른 모습으로 진열되고 있는 장면들을 보면 무서울 정도이다. 사람들은 정말 먹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그래서 칠레의 소시민들에게 따라다니는 별로 명예롭지 못한 루머들이 있다. 사람들은 칠레의 소시민들의 씀씀이를 일컬어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한 달 수입이 겨우 20~30만 빼소 남짓한 돈 거의 대부분을 먹고 마시고 입는 일에 사용하기 때문이며, 우리나라 처럼 저축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나마 이런 현상은 요즘들어 더욱더 심화되어 우리나라의 소비 풍속도를 닮아가기도 한다. 말이 소비풍속도이지 '외상'이나 다름없는 카드를 맘껏 긁어 쓰며 자신들의 삶을 카드에 맡기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하나 그런 일에 개의치 않는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미래'란 오히려 로또와 같은 허황된 꿈일지도 모른다. 

시장에서 만난 '엽기적인 멜론과 손님'들 속으로 

 

나...베가 시장의 베가냥이다옹~


뭐 이런 사정이 한국이라고 다르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서 북적대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다니면 여행자의 발길 또한 내일을 모르는 사람처럼 변하게 된다. 싱싱하고 빛깔 좋은 청과물을 보면 생각에도 없던 충동구매를 일삼으니, 우리도 어느덧 이 시장의 풍경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먹는 게 없다면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아. 

산티아고 베가 중앙시장에서 우리돈 천원 정도에 팔리는 옥수수...한 번 사 먹은 사람들은 두번 다시 안 사 먹는다. 이유는 묻지말라. ㅜㅜ


돈을 버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아니었던가 싶은 생각이 번득 들며, 오히려 산티아고 시민들의 구매욕구가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인터넷 풍경도 이와 같을까. 맛집을 찾아 다니는 블로거들도 그렇지만, 그들이 찾아낸 맛집의 요리에 클릭을 때리는 것만 봐도 '인간은 먹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 틀림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얼마나 엽기적인 생각을 가졌길래,...시장에 갈 때 마다 호기심어린 두 눈으로 늘 두리번 거리며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거 같다. 제 철에 나오는 청과물이 늘 똑같고 늘 먹던 치즈나 육류나 생선이 거기서 거기일 텐데, 혹시나 다른 게 있나 하고 찾아다는 것이다. 그런 사정은 글쓴이도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어쩌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되면 즐거워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들끓는 시장에 가면 그래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나는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엽기적인 풍경 앞에서 놀라고 말았다. 산티아고 베가 중앙시장에는 요즘 멜론과 수박이 한창 출하중인데 수박 가게를 기웃 거리다가 놀라운 풍경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놀라운 풍경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수박 가게에 들른 손님들의 헤어스타일(?)일이 수박과 너무 닮아있어서 깜짝놀랐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엽기적인 생각을 쫒아, 나 처럼 이 시장을 기웃거리는지 모르겠지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 시장에 출하되고 있는 청과물을 닮아가고 있었다. 공교롭게도...하필이면...운 좋게도 이 분들은 여행자의 엽기적 호기심을 충족 시키며 수박을 고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청과물을 닮아가는지 아니면 청과물들이 사람들을 닮아가는지, 상생을 위한 놀라운 진화가 시장에서 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이 장면과 맞딱 뜨리면서 '정말 엽기적인 멜론이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을까. 가게 주인이 잘 익은 멜론을 절반으로 뚝 잘라놓은 모습에 대해 별 생각없이 바라보면 매우 평범한 모습이지만, 이 멜론이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엽기적으로 진화를 했다면 얼마나 끔찍한 모습인가. (헉...멜론에 이빨이...ㅠㅠ)



참 평범해 보이는 멜론 하나라도 생각하기 나름이어서,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면 정말 엽기적인 멜론처럼 보이기도 하고, 향긋한 냄새가 폴폴 날리는 정말 맛있는 과일로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한편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인간들만 내일이 없는 것 처럼 먹고 마시는 일에 몰두 하는 게 아니라, 청과물들도 잘 먹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게 아닐까.



서두에 칠레의 소시민들을 일컬어 '내일이 없는 사람들' 처럼 끄적였지만, 알고보면 내일이 없는 소비행태의 원조국가는 우리나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외상을 너무 사랑한(?) 민족이었던지 그럴듯한 속담 하나를 남겼다. 이랬지 아마..."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산티아고 시민들이나 우리들의 먹거리 행진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일 뿐인 것 같다. <산티아고에서 블로거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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