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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손님에게 칼 내미는 가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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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게 칼 내미는 가게도 있다
-장사 잘 되는 치즈 가게, 5그램의 노하우-
 


흠...포스트 제목이 심상치 않다.
불황에 손님들 한테 잘 대해줘도 시원찮을 가게에
 칼을 내미는 가게도 있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

그런데 알고보니 손님에게 칼을 들이미는 이 가게가
년 중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30년도 더 된 치즈가게라는 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무시무시한 현장(?)을 고발한다.

치즈 좋아하시는가. 위 그림을 포함하여 이 포스트에 포함된 그림들은 농축산물의 왕국이나 다름없는 남미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유명한 시장에서 이틀전에 촬영된 그림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인데 이런 모습은 칠레 전역 어디를 가나 흔하게 마주치는 풍경이다. 치렐 어디를 가나 소를 방목하여 기르는 아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것 처럼, 칠레의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 내지 촌락 곳곳에는 치즈를 파는 곳이 널려있다. 그래서 치즈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칠레의 파타고니아 등 자연을 만끽하는 동안 치즈 맛을 동시에 만끽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칠레는 농업국가이며 치즈가 풍성한 곳이라고나 할까.

농축산물이 풍부한 칠레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지 농축산물이 매우 싼 편이다. 남미에서는 비교적 물가가 비싼 곳으로 알려진 칠레지만,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농축산물은 매우 싼 편이다. 따라서 산티아고 등지의 시장에서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글쓴이가 방문한 산티아고의 최대 재래시장 베가 센트랄 데 산티아고에 위치한 치즈 가게가 그러했다. 그런데 이 가게는 장사가 잘 되기로 유명한 곳이고, 우리가 이 시장에 들락거리면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어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며 사람들으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가게였다. 그러니까 장사를 디~게 잘 하는 치즈가게로 그들만의 노하우를 선보이며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그 현장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린다. 그럼 그 현장을 한번 열어보실까요.


먼 발치에서 이 가게를 바라볼 때와 달리 맨 먼저 내 눈을 놀라게 한 녀석은 말로만 듣던 '푸른치즈'다. 치즈 표면에 실핏줄 처럼 묻어난 푸른색이 푸른치즈를 만든 곰팡이들이다. 치즈는 수분 함량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해 놓는데  이 치즈는 그 중 '세미소프트 치즈'에 해당한다. 우리가 많이 먹는 피자치즈는 모짜렐라 치즈인데 경질에 따라 분류하면 '연질치즈'로 '경질치즈'나 '초경질치즈'와 많이도 다른 모습이다.

대체로 초경질은 수분 함량이 34% 이하이고, 경질은 39% 이하의 치즈를 말하는 데 이 가게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치즈들은 경질치즈로 이름이 다양하게 적혀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글쓴이를 포함하여 적지않은 분들이 이런 정보들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우리만의 발효식품인 된장 고추장 김치 등에 훨씬 더 매료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콩을 잘 가공하여 두부로 만들어 먹고 있는 우리의 식생활 문화 때문에 푸른색이 감도는 치즈를 보자마자 얼핏 떠오른 생각은 검은콩으로 만든 두부 처럼 생긴 모습이었다. (촌넘이 따로 없었다. ㅜㅜ )


그러나 오래전 익혀둔 짧은 서반아어 속에서 아술(Azul)이라는 단어를 발견하자 마자 당장 이 가게가 맘에 쏙 들었다. 아울러 우리에게 익숙한 치즈라는 단어는 치즈의 원어가 라틴어로 부터 출발했음을 말해주고 있는 데, 남미에서는 치즈라고 부르지 않고 께소(Queso)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니까 푸른 곰팡이 때문에 파랗게 변한 치즈(Cheese) 이름을 께소 아술( Queso Azul)로 부르는 것이다. 나는 이 가게 앞에서 얼쩡거리면서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그런 한편 손님들이 물건을 사고나면 우리 차례가 올 것으로 생각했는 데, 아뿔사 촌넘이 따로 없었다. 이 가게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번호표'를 뽑아야 께소를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난 괜히 이 '세뇨라(아줌마)' 옆에서 가게 안을 훔쳐보며 얼쩡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게 한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서둘러 뽑아들고 있는 번호표를 발견하고, 가게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서 있는 사람들이 그냥 서 있는 게 아니라 번호표를 뽑아들고 서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바보 아냐?...ㅜ) 


이 세뇨라는 우리보다 더 늦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얼쩡거리는 사이에 번호표를 먼저 뽑아들었다.


내가 뽑아 든 번호표에 쓰여진 숫자는 88번으로 그제서야 주인이 번호를 일일이 호명하면 번호표를 내밀고 주문이 시작되는 것이란 걸 알았다. 그 동안 치즈에만 한눈이 팔려 이 가게에서 물건 사는 법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건 대형마트에서 축산물을 구입할 때 흔한 일인 데 치즈에 홀딱 빠져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남미 투어에 나선 여행자들은 참고하시기 바라는 의미에서 몇 자 더 끄적거렸다.


이 가게에서 번호표를 뽑는 장면은 이랬는데 번호표 윗쪽에 쓰여있는 문구를 보면 놀랍다. 이 가게는 30년도 더 된 가게라는 게 눈에 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 이 가게 주인 앞에 섰다. 우리는 번호표를 보여주며 경질치즈 두개를 
각각 500그램씩 주문했다. 그리고 기다렸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칼이 쑥 나왔다. (헉!...이게 뭐람)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가게 주인이 내 앞으로 칼을 내밀었는 데 칼 끝에는 치즈가 꽂혀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주인이 내게 맛을 보라고 준 치즈인줄 알고 씨익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 치즈 조각은 대략 5그램 정도나 될까. 이 가게 주인은 손님들이 치즈, 종류대로 주문을 하면 포장에 앞서 치즈맛을 보여주는 데 약 5그램의 치즈를 칼 끝에 꽂아 작은 가게 창구 앞으로 내밀었던 것이다.


-장사 잘 되는 치즈 가게, 5그램의 노하우-

나는 그제서야 이 가게에 왜 이렇게 손님들이 많은지 알게 됐다. 30년도 더 된 이 께소가게에서는 그 바쁜 와중에도 손님들이 주문한 상품 마다 일일이 5그램 정도를 먼저 썬 다음 칼 끝에 꽂아 손님 앞에 내미는 것이다. 그러니까 장사잘 되는 께소가게의 노하우는 손님들에게 5그램을 먼저 맛 보여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한국에서도 대형마트 등지에서는 손님들에게 먼저 맛을 보여주며 판촉전을 벌이는 데 이 가게는 이미 오래전 부터 변질되기 쉬운 치즈를 일일이 맛을 보여주며 꾸준한 신뢰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바쁜 중에 꼬레아노 블로거 1인이 가당치않은 주문을 더 했다.

"그 자세 그대로 한번 더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그랬더니 이 가게주인이 다른 치즈 조각 하나를 더 썰어 카메라 앞에 내 밀었다. (흠...그런데 쳐다보는 손님들이 너무 많았던지 촛점이 흐리다.ㅜ) 이게 30년 이상 이 가게를 지탱해 온 이 가게만의 노하우라느 점 잘 봐 두시기 바란다. 그리고 꼬레아노 블로거 1인은 주문 하나를 추가로 더 했다. 가게에서 제일 비싼 경질께소를 500그램 더 주문하면서 치즈 덩어리 써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싶어 하니까 포즈를 잡아주었다. 
 


바로 이 장면이다. 두부판 만큼이나 큼직한 께소 덩어리를 절반으로 자른 다음 손님들에게 내밀었던 그 칼을 께소 덩어리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이 가게에는 주인 포함 3명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손님들께 칼을 내미는 놀라운 행위(?)를 통해 남미에서 제일 북적대는 산티아고 재래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손님에게 칼을 내미는 께소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이 가게 앞에만 서면 괜히 흔훈한 정이 흐르는듯 하다.

가게 주인이 내민 칼 끝의 께소를 맛 본 다음, 계산은 창구에서 따로한다.

남미 여행중에 산티아고에 들르실 일이 생기면 산티아고 '베가 중앙시장'에 꼭 한번 들러보시기 바란다. 이 께소 가게에 들르면 께소 특유의 맛과 함께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진풍경 앞에서 행복해 할 것이다. 께소가게 주인이 내미는 칼 끝의 치즈 한조각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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