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구석구석을 엿본지 어느덧 20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파타고니아 투어를 위해 남미땅에 발을 들려놓은 이후
어느덧 6개월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만 되면 산 끄리스토발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해가 뉘엿 거리는 저녁이 되면 마포초 강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여행자 신분이 아니라 마치 산티아고 시민이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산티아고가 전혀 낮설지 않은 건 장장 150일 간의 파타고니아 투어가 매우 힘들었던 여정을 기분좋고 편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곳은 마포초 강이 산티아고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곳이었는데, 산티아고의 동쪽 안데스에서 발원한 마포초 강(Rio Mapocho)은 산티아고에 도착한 첫 날 부터 20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까지 언제봐도 흐름이 늦추어지지 않았다.
마포초 강은 우기의 겨울 부터 건기의 여름과 가을을 보내는 동안 여전히 쉼 없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은 안데스의 빙하가 사라지지 않는 한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강변의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 동안 이 도시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가슴 속을 늘 뜨겁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얼핏 보면 인공적으로 조성된 바닥 위로 붉은 황톳물이 흐르는 마포초 강은 거대한 하수구 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강물이 빙하가 녹은 물이란 걸 알 때 쯤이면, 이 도시에 살고있는 시민들의 가슴을 식혀주는 냉각수 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분지의 산티아고의 여름과 가을에 쏟아지는 땡볕은 상상 이상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 여겨지는 것이다. 특히 산티아고의 젊은이들은 해가 뉘엿거리는 저녁 때 쯤 뜨거운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포초 강변으로 꾸역꾸역 모여드는데, 산 끄리스토발 공원으로 이어지는 '까예 삐오노노(Calle Pio Nono)'는 대학생들과 젊은이들로 만원을 이룬다. 한 낮의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비람과 이들이 좋아하는 '에스꾸도(Escudo)' 맥주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의 신촌 풍경 일부를 옮겨다 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저녁 나절 마포초 강변을 떠들썩 하게 만들고 있는 이 거리를 지날 때 마다 눈에 띄는 한 장면이 우리 발길을 붙들고 놓아 주질 않는 것이다. 그곳에는 학생들과 여행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 까지 늘 줄지어 서 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맥주에 열광한 학생들 처럼 길거리표 버거에 열광하고 있었는데, 산티아고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이들이 길거리표 버거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우리는 버거 보다 밥을 더 좋아하는 촌스러운 여행자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음먹고 우리도 그들의 행렬에 동참했다. 이유가 있었다. 학생들이나 시민들이 받아 든 버거가 거의 환상적인 모습이었는데, 버거에 올려진 소스와 양념이 산티아고 시민들의 정열적인 삶과 마포초 강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쏙 빼 닮은듯 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한국은 봄이다. 그러나 칠레의 산티아고는 가을이다. 뜨거운 여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을이어서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버거와 음료수를 동시에 주문하곤 한다. 가격표를 참조하면 대략 1000빼소 내외의 가격이다.(한국돈 1500원 부터 2500원 정도의 가격) 현지의 주재상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화이트칼라들이 점심 때 애용하는 버거 가격이 1700 빼소에서 부터 2500 빼소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싸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칠레의 서민들이 주로 먹는 빵 가격에 비하면 턱 없이(?) 비싸 보이기도 한 게 길거리표 버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체로 칠레노들이 먹는 것 내지 입는 것에 대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버거는 또 매우 쌈직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쌈직하다고 다 잘 사먹는가. 아니다. 음식이란 무조건 맛이 있어야 한다. 그 뿐인가. 맨먼저 눈요기를 통해 소비자들의 유혹할 수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또 밥 밖에 모르는(?) 꼬레아노 여행자의 호기심 까지 충족 시킨다면 두 말 할 것도 없다.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이 줄어들면서 마침내 우리 차례가 가까워졌다. 버거를 만드는 과정이 한 눈에 보였다. 이 가게의 주인은 땀을 흘리며 주문한 버거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고, 알바로 보이는 두 학생이 거들어주고 있을 정도로 이 가게는 성업을 이루고 있었다. 줄지어선 행렬 너머로 나타난 양념의 특징은 원색 일색이었는데, 곁에서는 주문한 버거가 나오기 무섭게 입을 크게 벌려 한 입씩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 스럽고 군침이 돌았는데, 그 장면을 쳐다보는 시민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거의 실신 직전이었다.
이 여성을 보라. 주문한 버거를 만들고 있는 장면에 넋을 놓고 있는 장면이다. 그녀는 이미 버거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꼴깍...ㅜㅜ) 주문은 버거값을 선불로 지불한 다음 ,요렇게 주문표를 들고 줄을 선 다음 차례가 다가오면 쥔장께 표를 내밀고 버거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는 데, 그 시간은 불과 1~2분 정도나 될까. 이동식 패스트 푸드점이다. 포장마차로 꾸며진 이동식 버거가게의 주방에는 연신 고깃덩어리가 구어지고 있고, 싱싱한 야채로 만든 소스가 쥔장의 손에서 버거위로 마구 날아다니고(?) 있었다. 특히 '아보카도'라고 불리우는 녹색 소스는 붉은 살사소스 등과 보색 대비를 이루고 있었는데, 거기에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소스들이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더해지니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실신 직전인 것이다.
그래서 그 장면을 양해를 얻어 촬영해 보니 이런 모습들이다. 영상을 열어 맛 좀 보시기 바란다.ㅎ
(흠...별 거 아닌 거 같은 이 영상 한 개 올리는데, 길거리표 버거 10개 이상 만드는 시간이 소요됐으므로 귀하게 보시기 바란다.ㅜ )
산티아고의 저녁나절 마포초 강변을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을 떡실신 하게 만든 버거의 포스는 대략 이렇다.
흠...이 양반...한 입 크게 베어물고 난 다음 손가락으로 다시 소스를 찍어먹어 본다.
그 소스는 주문자의 입맛에 따라 맘껏 쳐(?) 바른다. 요게 주문자 마음대로 발라먹는 원색 소스인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노하우가 그대로 끼얹어진 버거가 마침내 우리 손아귀에 들어왔다.(우와...악!!) 월~매나 흥분했는지 카메라가 촛점을 상실할 정도다.
그리고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원~~~샷!!~~~
우리는 마포초 강변에서 원색적이자 환상적인 버거 때문에 잠시 행복했다. 한 낮의 땡볕을 식혀줄 마포초 강변의 버거사는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렇듯 원색적인 버거의 맛을 결정하는 주요 첨가물은 칠레노들이 열광하는 고소한 맛의 아보카도(Avocado) 열매였다. 녹색의 아보카도 열매 속살을 믹서에 갈아 잘게 선 토마토 위에 듬뿍 바른 다음 살사 소스 등을 차례로 끼얹는 방법이 마포초 강변의 시민들을 열광하게 만든 또 다른 볼거리였다. (산티아고의 풍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컴이 너무 늦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