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ANTIAGO

속 보이는 방법도 특별한 100년 넘은 재래시장

Daum 블로거뉴스
 


속을 까 보인 '옥수수' 왜 그랬을까?
-속 보이는 방법도 특별한 100년 넘은 재래시장-


흠...이 장면 기억나시나요?...
산티아고에 100년 넘은 재래시장이 건재하고 있는 모습을 
먼저 포스팅 해 드렸습니다.
(
비닐봉지가 증명한 100년 역사...라고요.)

기억 나시나요?...!

남미 땅 칠레의 산티아고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매연도시라는 오명과 함께, 100년도 더 넘은 재래시장이 대형마트 부럽지 않게 당당하게 성업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풍경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산티아고에 마물면서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이 시장에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참 자랑스러운 풍경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장하나 쯤 가졌으면 하고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이 시장 보다 규모가 큰 가락시장이 있고 지방의 중소도시에도 재래시장이 즐비합니다만, 솔직히 '베가 센트랄 데 산띠아고'로 불리우는 이 시장 만큼 붐비지 않는 거 같습니다. 여긴 도소매를 동시에 하고 있지만 소매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도매가격에 팔리는 소매라고나 할까요.

이 시장에는 산티아고 시민들은 물론 멀리 북쪽 이끼께 지방에서 부터 남부의 파타고니아에 이르기 까지 그곳에 살고있는 시민들의 먹거리가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입니다. 그렇게 거래된 청과물은 비행기나 선박 내지 자동차에 실려, 세계에서 남북으로 제일 긴 나라 칠레 곳곳으로 운반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이 시장으로 유입되는 청과물로 인해 시장 근처는 늘 붐비기도 합니다.

이 포스트를 끄적이고 있는 시각은 일요일인데요.(한국은 월요일이군요.) 칠레노들은 주말을 주로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지내는 풍습이 있어서 시장이 일찍 문을 닫는 관계로 아침 산책을 마치고 급히 이 시장을 찾았습니다. 왠지 아십니까. 이 시장에는 요즘 '속 보이는 방법'도 특별한 청과물이 날개 돋힌듯 팔리고 있어서 배추와 쪽파와 감자와 치즈 등을 사러가는 길에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에서 속 보이는 방법은 어떻게 특별한지 한번 살펴볼까요. 
 




칠레 산티아고 '베가 센트랄 데 산티아고' 재래시장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청과물이 풍부하고 값이 엄청나게 싸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시장에도 꼬레아노 입 맛을 버린 야채가 있다.
바로 이 넘이다.
 


이름이 <쪽파>란 넘인데 대가리(?)가 커서 매우 먹음직 스러워 보였다. 여행 댕기면서 늘 이넘을 눈팅한지라 언제 한번 맞딱뜨리면 실컷 먹어주리라 마음 먹었던 야채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넘을 생산하려면 거의 불가능한지라 다 시든 쪽파 대가리 몇 개를 매우 비싼 가격에 사 먹어 본 적 있다. 가히 금파였다. 이빨사이에 끼어들기도 전에 입안에서 녹아들었으므로 맛은 커녕 존재감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150일 간 파타고니아 투어 중 '
칠레 쪽파'는 그렇게 귀한 존재였다. 

그래서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아예 파김치를 만들어 먹겠노라고 별렀다. 그리고 그 계획을 즉각 실행에 옮겼다. 맨 먼저 배추 한 포기를 구입하여 김치를 담그고 그 속에 그 잘난 넘을 썰어서 비벼 넣었다. 배낭 깊숙히 자리잡은 국산 고추가루를 이때 만큼은 양껏 비벼 넣었다. 그리고 맨 먼저 겉저리가 완성된 직후 겉저리에 섞인 그 잘난넘을 씹었다. 한국의 쪽파 내지 파김치를 생각하면서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이게 웬일인가. 어금니와 쪽파는 따로 놀았다. 미끄덩~
 



녀석은 대단히 질긴 넘이었다. 얼마나 질긴지 격투기 선수처럼 이빨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그 잘난 넘 때문에 입 맛을 버린 것이다. 그땐 쪽파 대가리만 먹었지 줄기를 먹어보지 못해  녀석의 정체 전부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야채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틀전 다시 이 시장에 들러 멜론 3개를 샀다. 3개 1000 빼소다. 한국돈 2200원 정도나 될까. 거저다. 한국에서 이런 물건(?)을 사려면 얼마나 줘야할까.

이 물건은 주인이 속을 드러내 놓고 팔고 있었다. 우리네 시장에서 수박을 쪼개놓고 잘 익은 속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잘 익은 멜론은 시민들이 들끓는 시장에서 요즘 한창인 과일들과 함께 상큼한 향기를 날리고 있었다. 1개 크기가 아이들 머리통(?)만 하니 칠레는 가히 청과물 천국이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많은 청과물 중에 우리의 추억을 나쁘게 만든 건 쪽파였을 뿐이다.

그러나 쪽파사건(?)이 있은 직후 우리는 이 시장에 들를 때 마다 매우 조심했다. 기왕이면 값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잘 고를 요량으로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고 다녔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게 이렇게 재밌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요즘 출하가 급증해 이 시장 곳곳에 쌓아두고 팔고있는 옥수수(이곳에서는 '초끌로,Choclo'라 부른다.)에 한 눈이 팔렸다. 칠레 옥수수는 얼마나 큰지 어른 팔뚝만했다. 
 




이런 모습이다.
 




옥수수 한 개 크기가 얼마나 큰지 이 가게 '세뇨라' 팔뚝과 비교해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속이 꽉찬 옥수수는 껍질 일부를 벗겨 알멩이가 꽉 차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갓 출하된 옥수수의 속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인 것이다. 100년도 더 넘은 이 시장에서도 여전히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렇듯 속을 보여줘야 하는 것일까. 
 




갓 출하된 옥수수는 껍질 절반을 벗겨놓고 옥수수 무더기 위에 진열해 두었다.

참 자주 보던 흔한 풍경이다.
 




팔뚝만한 옥수수는 이렇게 껍질이 벗겨진 채 시장 곳곳에 가득 쌓여있었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옥수수 속을 요렇게 정성들여 까 놓았다.(흠...이런 장면 보신적 있나요?)


시민들이 갓 출하된 옥수수의 품질을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한 배려였는 데, 그 모습이 사뭇 비장하기 까지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상의를 훌러덩 벗고 배꼽을 드러낸 채  시위를 하는 듯 했다. 그리하여 쪽파에 실망한 우리를 기분좋게 하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옥수수는 앞에서 본 팔뚝만한 옥수수와 달리 아이들 허벅지만큼 커 보였다. 그 장면을 한번 볼까.
 




(으랏차차!!...) 시장 한쪽에서는 한 여성이 큼~지막한 옥수수 대궁을 칼을 들고 차력시험을 보이듯 잘라내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참 익숙한듯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장면이다. 100년도 더 넘은 재래시장에서 속을 드러내 놓고 시민들을 불러모으는 모습이었다. 허벅지만한 이 옥수수는 또 얼마나 싼지 5개에 1000빼소 밖에 하지않았다. 
 




그리고 질 좋은 옥수수를 산더미 처럼 쌓아두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옥수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하는 식용 작물 중 하나로, 밀 다음으로 경지면적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메리카 땅에 살던 인디언들이 재배하여 인디언 콘(
 indian corn)이라고 부르는 데, 글쓴이가 옥수수를 가장 맛있게 먹은 추억은 페루에서 잉카트래일 중이었고, 아마존 강 상류의 '리오 마드레 데 디오스'를 투어 하던 중에 가이드로 부터 얻어 먹어본 옥수수였다. 팔뚝만큼 큼직한 그 옥수수는 갓 쪄낸 것이었는데 옥수수 표면이 끈적끈적 했으며 매우 고소했다. 그래서 꾸스꼬로 돌아간 이후 꾸스꼬 중앙시장에서  옥수수 알갱이가 붉은색 또는 파란색, 분홍색, 심지어 검은색 등 색깔이 화려한 옥수수에 매료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 옥수수들은 황색종(yellow corn)의 몇몇 변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안데스 인디오들에게는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주요 식량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옥수수의 원래 모습이 황색이나 여러 색깔로 변종된 것은, 시장에서 물건을 팔 때 시민들을 속이는 상인들의 마음 처럼 변해왔던 것일까. 남미 안데스의 중추에 자리잡은 산티아고의 재래시장에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량으로, 상인들이 옥수수 속을 요렇듯 까 보이며, 최소한 100년의 장구한 세월동안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들끓는 곳에는  넉넉한 '인심'과 함께 '신뢰'가 기본이 아닌가 싶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Отправить сообщение для Марта с помощью ICQ 이야기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SensitiveMedia 세상에서제일 작고강력하며너무 따뜻~한 Media 내가 꿈꾸는 그곳    
 www.tsori.net / 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
Daum 검색창에 내가 꿈꾸는 그곳을 검색해 보세요. '꿈과 희망'이 쏟아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