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참 친숙한 식물이며 한 때는 왠만한 가정의 화분 하나를 차지했던 식물이 있다. 생명력이 얼마나 강인한지 백년을 산다고 해서 백년초라고도 불리우며, 천년을 산다고 해서 천년초라고 부르기도 한 식물이 '손바닥선인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르는 선인장이다. 한국에서는 이 선인장의 열매가 가진 약리작용으로 인해 열매나 잎 또는 줄기 뿌리를 취하여 식용 또는 여성들의 미용재료 등으로 사용해 온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작은 가시가 촘촘히 박힌 손바닥 선인장의 성분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비타민C,무기질,아미노산,사포닌,복합다당류,칼슘 등이 일반 식품 보다 두 세배 더 많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화분에 기르던 화초가 손바닥선인장이다. 손바닥선인장이라는 이름을 짓고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 백년초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꽃이 지고 열매를 맺은 모습을 보니 마치 곰 발바닥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래 그림을 한번 살펴보면 그럴 게다.
손바닥이라기 보다 발바닥 같지않은가.ㅋ 곰 발바닥 말이다. 나는 백년초.천년초라고도 불리우는 발바닥선인장에 대한 해묵은 추억 하나를 가슴에 간직하고 산다. 그 추억을 대략 끄적여보니 이렇다. 어릴적 친구와 함께 놀다가 집 근처 백년초 화분을 잘 키우는 친구 어머님의 화분을 박살나게 한 죄가 해묵은 추억인데, 화분을 깨뜨린 대가를 톡톡히 문 사건이다. 가시돋힌 발바닥선인장의 강력한 보호본능이 나를 공격하여 엉덩이가 만신창이가 된 사건이다. 친구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다가 그만 발바닥 선인장 화분 위에 풀썩 주저앉고만 사건인데 상상이 가시는가. 나는 거의 자지러질 뻔 한 모습으로 엄니께 나의 엉덩이를 까 보였다.
"...아이쿠 이넘아 궁디(엉덩이)가 이게 뭐꼬...(퍽!...ㅜㅜ)"
어머니께서는 나를 무릅에 엎어 놓고 작은 가시가 무수히 박힌 예쁜(?)엉덩이 수술에 돌입했다. 바늘로 일일이 가시를 끄집어 낸 것이다. 그동안 난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는데, 파타고니아 투어를 마치고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와 산끄리스또발 언덕으로 가는 길에 문득 그 추억이 다시 생각나면서 발바닥선인장에 대한 추억과 함께 돌아가신 어머니의 정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백년초는 크기가 작아 아이들 엉덩이를 공격(?)할 정도이지만, 남미땅 칠레의 백년초는 규모가 어머어마 하여 어릴때와 같은 사건이 한번 더 발생하면 초죽음이 될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가시는 또 얼마나 억센지 백년초 열매가 너무도 먹음직 스러워 곁에 떨어진 열매 하나를 줏다가 다시금 손가락에 박히고서야 어릴적 사건을 떠 올릴 수 있었다.산티아고의 백년초 열매는 한국의 제주도 등지에서 재배되는 것과 달리 열매가 큰 건 어른 주먹만큼 컷고 달콤한 향기가 진동을 했다. 그러니 임자도 없는(?) 이 열매가 왜 탐나지 않았겠는가.ㅋ
나는 참 평범한 진리 앞에서 혼자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를테면 모양과 빛깔이 참 아름답고 향기가 그윽한 장미를 지켜주는 게 장미가시인 것 처럼, 손바닥선인장이 척박한 환경에서 백년초나 천년초로 불리우면서 강인하게 잘 자랄 수 있었던 건 요런 가시들 때문이 아닌가.
파타고니아를 한바퀴 돌아 다시금 남미의 관문 산티아고에 입성하여 짐을 푼지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칠레에 살고있는 우리 교민 댁에서 묵으며 여독을 풀고 있는 사이 새로운 꿈을 꾸게 됐는데, 처음 10개월로 예정된 여행의 후반은 남미땅에서 다채로운 소식을 고국으로 쏘아올리는 일로 대강 압축했다. 귀국하는 날 까지 산티아고나 칠레 등 남미의 소식을 여행.문화.시사(국제) 등으로 송고할 작정이다.
작동이 느려터진 컴을 정비하고나서 산끄리스또발 언덕으로 아침 산책길에 나서서 가시돋힌 손바닥선인장 그림과 함께, 달콤한 남미땅의 표정 등을 무시로 고국에 쏘아 올리는 동안, 급변하는 고국의 정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네티즌들이 <내가 꿈꾸는 그곳>에서 쉼을 얻으며 새로운 영감을 되찾아 임진년 한 해를 풍요롭게 장식했으면 싶다. 손바닥선인장 가시에 엉덩이가 무참하게 망가진 추억을 시작으로 내가 꿈꾸는 그곳의 포토 이야기가 시작된다. 많은 성원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