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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우리가 터득한 아주 특별한 '이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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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터득한 아주 특별한 '이별' 방법  



만남은 반드시 이별을 동반하는 것일까.

이틀전 사정이 생겨 아내 혼자 산책길에 나섰다. 그리고 산책을 다녀와서 산티아고의 떠돌이 개 깜둥이에 대한 화재를 자연스럽게 늘어놓았다. 깜둥이는 어느새 우리들의 여행길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는데, 녀석은 매일 아침 산책에 나서는 우리와 함께 두 서너시간씩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산티아고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깜둥이와의 만나는 횟수도 많이짐에 따라,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산책로 입구 부근에서 매일 만나는 것이다. 

영상은 산책로에서 깜둥이가 우리를 발견하고 반갑게 달려드는 모습

녀석은 우리와 만나는 순간 얼마나 기뻐하는지 이방인인 우리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멀리서 우리를 먼저 발견하거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깜둥이를 향해 깜둥아~하고 부르기만 하면, 쏜살같이 달려와 품에 안기며 짖어대고 반가워 하는 것이다. 그 장면을 위 영상에 담아봤다. 깜둥이가 먼 곳에서 우리를 발견하고 뛰어오는 장면이다. 녀석은 하루종일 이 언덕 주변에서 혼자 지내다가 아침나절 한 때 우리를 만나 산책에 동행하며, 우리가 준비한 치즈 조각을 얻어먹는 습관에 차차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 깜둥이가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아침나절 산책길이었던 셈인데, 사정으로 혼자 산책길에 나섰던 이틀전 아침에는 깜둥이가 아내를 발견하고 그냥 빤히 쳐다보기만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더라는 것이다. 녀석은 '왜 혼자만 왔지?...'하는 표정을 지으며 의아해 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경과한 다음 산책에 동행했는데, 이날 만큼은 깜둥이가 시무룩하더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날은 아내가 치즈조각을 챙기는 것 까지 잊고 산책길에 나서서, 깜둥이는 최소한 두가지의 행복한 조건을 상실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즈조각도 없고 자신을 귀여워 해 주는 이방인 아저씨도 볼 수 없었으므로 깜둥이는 시무룩하게 아내를 배웅하며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아내로 부터 전해들은 직후 깜둥이의 측은한 모습이 하루종일 마음에 걸렸다. 녀석이 행복한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에서 겨우 두어시간 우리와 함께 산책에 동행하는 일이고, 날마다 산책로 입구에서 조우하는 기쁨과 함께 우리가 준비해 간 따끈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녀석은 치즈조각을 받아먹고 행복해 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 시간이 하루 이틀씩 쌓여가면서 우리도 모르게 정이들기 시작하여 깜둥이와 헤어지는 시간은 참 할 짓이 아닐 정도로 고역인 것이다.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산티아고의 '산 끄리스토발 공원' 입구에서 이별식을 해야 했던 것이다. 녀석은 우리를 따라 숙소로 함께 가고 싶어 했고,  우리는 녀석을 떼 놓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녀석과 이별을 할 때면 녀석이 머리를 땅으로 수그린채 시선을 깔고, 매우 측은한 모습으로 우리로 하여금 동정심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불쌍해 보이는 것이다. 어떤 날은 우리가 녀석을 꾸짖어 돌려보내는데도 불구하고 숙소 앞 까지 따라와 말썽(?)을 피울 정도였다. 이틀전 아내가 공원 앞에서 녀석과 이별식(?)을 치루고 난 후 돌아설 때는 '괜히 마음이 더 아프더라'며 깜둥이의 안부를 전해온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산책길에는 치즈를 좀 더 넉넉히 준비하고 산책길에 나서며, 매일 겪는 이별식을 보다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최소한 산티아고에 머무는 동안 녀석의 먹거리를 챙기는 것과 함께, 이별식을 보다 쿨~ 하게 할 필요를 느끼며 산책길에 나섰다. 깜둥이는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나를 발견한 깜둥이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


녀석은 낑낑 거리고 또 짖어대며 이틀 만에 만난 나를 반가워 했다. 그리고 다시 산책길에 동행했는데 다른 날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분좋아 했다. 그리고 다시 하산길에 접어들었는데, 이별식을 치르는(?) 산 끄리스토발 공원입구에서 이번에는 경고의 의미를 포함한 메세지를 전했다. 깜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깜둥아...더 따라나서면 내일 부터 안 올지도 몰라...내일 만나자. 옳지 착하지..."
 


깜둥이는 처음으로 공원입구 안내소 옆에서
이방인의 메세지를 전해들으며 우리를 배웅했다.

깜둥이와 우리가 가슴아파 하며 터득한
매우 특별한 이별방법이었다.


*떠돌이 개 관련 포스트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떠돌견'의 취침 자세기럭지 짧은 '깜둥이'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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