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한 '새까만 과일'의 정체에 놀라다
흠...과일 좋아하세요?
여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위치한 '베가 중앙시장'이다.
100년도 더 넘은 재래시장인 베가 중앙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건 청과물인데
농축산물도 동시에 거래되고 있는 곳이다.
가히 농산물의 천국이 베가 중앙시장인 셈인데, 요즘 이 시장에서는 제 철 만난 과일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코 끝을 찌르는 과일향 때문에 정신이 몽롱할 정도이다. 뿐만 아니다. 형형색색의 과일들 때문에 '푸룻홀릭'에 빠져들 정도이다. 그래서 과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 시장에 들르면, 눈팅만으로도 행복에 겨워 눈물을 펑펑 쏟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요게 이 시장에 요즘 출하되고 있는 석류다.
산티아고에서 라이브로 쏘아 올리는 포스팅임으로
이 포스트를 열어본 당신의 침샘 한 구석으로
침이 샐샐 고이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찌감치 침샘을 자극한 석류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잘 익은 천도복숭아는 물론 생긴 모습이 특이한 배 까지
또 단내가 폴폴 풍기는 자두와 오렌지 파인애플과 함께 레몬이 철철 넘친다.
제 철 만난 과일들이 물량만 철철 넘치는 게 아니다.
현지에서 '산디야'로 불리우는 수박은 물론
이국적인 향긋한 식감을 자랑하는 멜론의 가격표시를 잘 보시라.
아이들 머리통(?)만한 멜론 3개 가격이 우리돈 2000원 남짓이다.
그래서 이 시장에 들르기만 하면, 착한 가격에 질 좋은 과일을 푸짐하게 맛 볼 수 있어서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맨 처음 "...과일 좋아하세요?"라며 과일 고픈 분들에게 염장지를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여행자 신분으로 산티아고에 머무르고 있는 글쓴이에게 나쁜 추억을 준 과일도 이 시장에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생선과 함께 과일을 너무 좋아하지만 빛깔이 도무지 과일같지 않은 과일 때문에 시장 곳곳에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이 과일을 보자마자 '요것만 빼 놓고 다 좋아하는 과일'로 불러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일이 새까만 모습으로 베가 중앙시장 바닥 또는 가게 마다 철철 넘치고 있는 것이다.
요게...숲속의 버터라고 불리우는 '아보카도(Avocado)'라는 열매며
겉껍질이 새까맣게 생겨 그냥 봐도 '맛짜가리' 디~게 없게 생긴 과일인 것이다.
어떻게 과일 껍질 색깔이 이모양인가 싶은 것인데 맛을 보면 더욱더 실망이다.
뭐...아보카도는 국내에도 많이 수입되어 모르시는 분들이 적지않지만,
잘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그 맛 내지 식감을 설명해 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흠...미끄덩...느~끼~~~...함...(이게 과일 맞나?...ㅜ)"
아보카도를 맨 처음 대하시는 분들 내지 글쓴이가 맨 먼저 이 과일을 먹는 방법은 대체로 동일하다. 그냥 껍질을 까서 한 입 베어물던지 냄새를 맡던지 또는 칼 끝으로 조금 떼 내어 맛을 보게 될것이다. 그때 느끼는 식감이 느끼함 외 아무것도 없다. 오죽하면 이 열매를 숲속의 버터라고 불렀겠나. 차라리 버터라면 그르려니 하고 맛을 보지만, 웬 과일 맛이 버터 보다 더 느끼하니 조선사람들(?) 입 맛에는 이 열매를 도무지 과일로 쳐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데...(왝~퉤!~)를 반복하며 미간을 찌푸리며 까만 껍질 속의 육질을 째려보게 되는 것이다.
아보카도의 맛을 본 첫 느낌은 주로 이러한 것이다. 그래서 아예 이 열매를 먹어볼 엄두 조차 내지 못한 채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서울에 살면서 웬만한 거 다 먹어본 촌넘이 이 정도니 이 열매를 처음 맛 본 사람들은 당장 겉어 차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그렇게 맛 없는 열매(?)가 100년도 더 넘은 재래시장인 산티아고 중앙시장에 가득 쌓여있다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자신의 입맛을 재점검 해 보거나 이 과일에 대해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할 게 아닌가.
그래서 겉 껍질은 새까맣지만 속살은 의외로 먹음직해 보이는 아보카도를
50mm 단렌즈로 가까이서 촬영해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정말 겉다르고 속다른 넘이 새까만 껍질을 뒤집어 쓴 아보카도다.
먹음직해 보이는 속살이 혀 끝에 닿는 순간 느끼함이 확~전해지지만
철저하게 이국적인 아보카도는 인내를 요구한다.
아주 짧은 순간의 느끼한 통과의례를 겪은 즉시
이 열매는 자신을 먹어주는 동물들에게 기막힌 선물을 해 준다.
그게 이 식물의 생존전략이었던 것이다.그게 뭘까.
(흐흐...이거 너무 고소해!!...ㅜㅜ)
그 열매가 여행자의 손 안에 들어와 있다. 산티아고 시민들이라면 요즘 이런 열매를 집안 가득 쌓아두고(?) 먹는데, 이들은 이 열매를 믹서에 가는 등 가공하여, 멕시코인들이 즐겨먹는 과까몰래(Guacamole)라는 소스를 만들어 버거나 샌드위치 등에 발라 먹는다. 그 맛은 거의 환상적이어서 젊은층에서는 환장할 정도이다. 그 정도가 얼마 정도인가 하면 관련 포스트에 등장하는 자료사진 한 장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흠...누가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라고 말했던가.
아보카도의 첫 맛은 엄청 느끼하고 뒷 맛은 무진장 고소했다.
그래서 이 맛을 보다 확실하게 느끼기 위해선 적당한 간이 필요했다. 우린 산티아고에 머무는 동안 이 새까만 열매의 맛에 홀딱 반해, 경질 치즈 조각과 함께 날로 먹거나 아니면 아침 산책길에 빵 속에 넣어 먹곤한다. 글쓴이가 정말 싫어한 새까만 과일과 친해지는 과정이 주로 이랬는데, 아보카도를 과까몰래(guacamole)소스로 만들어 먹으면 기쁨이 배가될 게 틀림없다. 만드는 방법은 너무 간단하다.
재료는 아보카도 한 개 또는 반쪽(1/2) 분량에 양파 조금(2T), 토마토 한 개 또는 반쪽 분량에 레몬즙과 소금 후추 약간만 있으면 된다. 남미여행에 나선 분들이 이 포스트를 보시게 된다면 호스텔 등지에서 즉각 요리를 해 보시기 바란다. 아보카도의 씨를 빼 내고 스푼이나 포크를 이용하여 으깨거나 잘게 썬 다음, 같은 방법으로 썰어둔 토마토와 양파에 레몬즙 한 두방울을 넣고, 소금 후추를 톡톡 쳐 넣어 간을 맞추어 비벼주기만 하면 끝이다. 세상에 이렇게 간단한 요리가 또 있나. 이렇게 만든 소스는 그냥 숟가락으로 퍼 먹어도 좋고 빵에 넣어 먹어도 좋다. 이게 맛만 좋은 게 아니란 거 다 안다.
뿐만 아니라 노화를 방지하는 '리코펜'이나 '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성분이 아보카도에 많아 아보카드에 풍부한 불포화지방과 동시에 섭취할 때 흡수가 훨씬 더 잘된다고 하므로, 맛있는 음식으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고 싶은 분들은 요렇듯 새까만 열매를 잘 봐 두셨다가 날이면 날마다 하나씩 드시기 바란다.
아보카도라는 말이 그냥 된 게 아니다. 전해져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아보카도란 '남성의 고환'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므로 또 얼마나 섹시한 열매인가. 그래서 점잖은 아즈테카인들은 정력에 좋거나 최음 효과가 있다고 하여 괜히 못본척 했다나 뭐라나. (흠...호박씨는 뒤로 혼자 까면서 말이다.) 그 열매가 여행자의 눈 앞에 쫙 펼쳐진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달콤하고 새콤한 풋과일을 여전히 좋아한다. 사정이 이런 정도이므로 아보카도의 식감이 좋아질 리가 없다. 그러나 오랜 여행을 하는 동안 지친 여독을 푸는 데 아보카도 만큼 더 좋은 열매가 또 있을까. 미끄덩 거리고 느끼한 아보카도에 새콤 달콤한 맛을 첨가하면 기막힌 샐러드 내지 소스가 된다. 그게 멕시코인 등 안데스에 기댄채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이 즐겨먹는 과까몰래(guacamole)소스이다.
과일의 겉껍질은 새까맣고 속 또한 느끼하지만,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준 과일이 내가 정말 싫어했던 과일이라니.
인간이나 과일 조차 겉 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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