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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둘은 내 것이런만 둘은 뉘 것인고? 상자에 담긴 '발' 섬찟!

둘은 내 것이런만 둘은 뉘 것인고? 상자에 담긴 '발' 섬찟!


 신라의 처용가處容歌(신라향가)에 대해서...

"삼국유사 권2 처용랑 망해사(處容郞望海寺)조에 전한다. 헌강왕이 개운포(開雲浦) 바닷가로 놀이를 나갔다 돌아가는 길에 물가에서 쉬고 있는데 동해 용왕이 조화를 부렸다. 왕이 용을 위해 절을 지으라고 명하자 조화를 멈춘 용은 왕 앞에 나와 인사했다. 동해 용의 일곱 아들 중 1명이 왕을 따라 서울에와 정사를 보좌했는데 그의 이름이 처용이었다. 왕은 그의 마음을 잡아두기 위해 미녀를 아내로 맺어주고 급간(級干) 벼슬을 내렸다. 처용의 아내는 매우 아름다워 역신(疫神)이 사모했다. 역신은 사람으로 변해 처용이 없는 밤에 그의 아내를 찾아와 동침했다. 처용이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와보니 자기 아내의 잠자리에 두 사람이 누워 있었다. 이에 〈처용가〉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면서 그 자리를 물러나왔다. 처용이 물러나자 역신은 모습을 드러내 무릎을 꿇고 "제가 공의 아내를 사모해 오늘 밤 범했습니다. 그런데도 공은 성난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감복했습니다. 맹세하건대 이후로는 공의 모습을 그린 화상만 보아도 그 문 안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문간에 처용의 얼굴을 그려 붙여 사귀(邪鬼)를 물리치고 경복(慶福)을 맞아들였다고 한다."<다음백과>



오래전,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이 처용가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매우 부끄러워했는데 당시 처용가를 제게 가르쳐 주신분은 미모의 여자 선생님이었습니다.특별히 신라향가의 처용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날 선생님은 학습계획에 따라서 '처용가'를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혼자 부끄러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조숙한 아이들은 선생님을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지만 지금도 그 선생님이 부끄러워 하는 표정이 생생합니다.조숙한 급우들은 선생님께 처용가를 낭송(?)해 주기를 청했고 순진한 선생님은 처용가를 나직히 읊조렸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발개졌습니다.


"동경 밝은 달에/밤드리 노닐다가/들어와 자리 보니/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 것이런만/둘은 뉘 것인고/본디 내 것이다만/빼앗긴 걸 어찌하릿고."



아내의 간통현장을 목격한 심정을 노래한 글입니다. 글에서 말하는 것 처럼 처용은 미모의 아내를 역신에게 빼앗겼지만
그는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도 '빼앗긴 걸 어찌하릿고'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아마 요즘 같으면 저런 꼴을 목격한 사내들 같으면 간통죄로 고소는 물론이고 죽이려 달라 들 것이며 이혼도 불사할 것이지만
이미 '물건너 간' 사실에 대해서 초연한(?) 처용의 모습이 너무도 불쌍해 보입니다.

처용설화는 역설적으로 체념이 가져다 준 또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미모의 국어 선생님이 처용가를 읊조리며 스스로 남긴 부끄러움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습니다.
처용설화에 대해서 훗날 다시 연구(?)를 해도 고등학교 시절에 들려준 선생님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처용가였습니다.



그때는 이미 세상을 조금 더 알고 있었고 이성에 대해서 눈을 더 뜬 나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성장해서 처용가를 들으면 더 실감나고 좋을 것 같았지만
 상상속에서 그려진 처용의 모습과 그의 아내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던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망각할 때가 있는것 같은데
얼마전 한 살인자의 살인동기를 보면서 페쇄된 공간에서 홀로 살아 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내 뿜는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생각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하는 끔찍한 일들이
아마도 처용설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처용이 그의 아내를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가 결코 부정해서가 아니라
그의 아내를 간통한 역신이 품은 그릇된 성품을 이해하면서 일 것입니다.
간통이라기 보다 성추행이며 강간과 다름없는 간통의 현장이었던 것입니다.



 강남의 대치동에서 지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상자에 담긴 '발'들은 그런 끔찍한 상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모습이건만 유독 상자속에 누워 있는듯한 '발'들의 정체는 불필요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고
상상속의 모습들은 한 살인자가 현장검증을 통해서 사체를 절단하는 모습으로 비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상상'이 현실속의 한 사물을 보면서 떠 올랐던 것입니다.

세상은 잘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의지와 의사와 관계없이 살아지는 삶이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남을 짓밟고 기망하며 착취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삶 속에서 그들은 처용과 같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역신과 같은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가 우리들 앞에 닥친다 할지라도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상자에 담긴 발을 보면서 떠 올린 처용설화의 '역신'의 모습입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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