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소중했던 당신
-農心 깨닫게 해 준 애호박-
장맛비가 끝나자 마자
맨 먼저 가 본 곳이 텃밭이었다.
그곳에는 애지중지 키운 애호박이 덩그러니 달려있었는데 어제 첫 수확을 했다. 흔하디 흔한 애호박이었지만 내겐 너무 소중했던 '당신'이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애호박이 자란 텃밭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이른바 '자갈밭'이었다. 집 근처 황무지 일부를 개간하여 유기농 퇴비를 깔고 그 위에 호박 모종 네 그루를 정식했다. 물론 청양고추와 토마토 상추 등을 함께 심었다. 한달 전 쯤이었다.
그런데 이 텃밭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땅이 워낙 척박하여 수분을 머금지 못해 거의 매일 물을 져 날라야만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집에서 꽤 먼 곳에 위치한 텃밭에 물을 져 나르지 않으면 모종들이 자랄 수 없는 곳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흔한 물도 텃밭 근처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비를 기다렸다. 배낭 가득 물통을 담아 나르면서 속으로 기우제를 지내고 있었다.(비야 비야 어서 내려라. 그냥 내리지 말고 땅을 흠뻑 적실 정도로 쏟아졌으면 좋겠다)
기우제가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마침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연거푸 일주일 정도 마구마구 쏟아져 내렸다. 장맛비가 내리기 전에 잘 자라던 상추는 잎이 말라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 걱정이었다. 호박꽃이 피자마자 모두 떨어지며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 가운데 맨 먼저 달린 애호박 하나가 잘 자라나고 있었다. 어른 주먹보다 조금 더 크게 자란 애호박은 혹시나 상처가 날까봐 풀을 뜯어 베개를 받쳐주고 오며가며 살펴봤다.
식물들은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식물들이 사람들 처럼 눈과 귀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없으면 잘자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비가 오지 않아서 탈이었고 비가 너무 많이와서 탈이었던 텃밭의 식물들과 교감을 하는 동안 애호박 한개를 수확했다. 물론 청양고추도 한됫박 이상 수확했다. 정말 애지중지 하며 키운 농작물이라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돈으로 따지면 몇푼어치나 되겠나마는 나의 정성과 걱정과 보살핌이 포함된 애호박을 수확하고 보니 농심이 무엇인지 절로 깨닫게 된다.
장맛비가 끝나고 가 본 텃밭에서 노오란 호박꽃이 활짝 웃고 있었는데 한 호박꽃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내게 이 꽃들은 너무도 소중한 존재들인데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준 애호박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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