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괜히 기분좋은 '송화' 피기 시작해!
가까운 산 양지바른 곳에는 우수雨水를 알리는 새롬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절기상 우수는 입춘立春과 경칩驚蟄사이의 양력2월 19일 경인데 지금이 '우수'입니다.
아직 개구리들이 나타날만한 시기는 아닌 것 같구요.
매봉산 곁에 혹 봄소식이 있을까 하여 지나치는데 기분좋은 봄소식 하나를 접했습니다.
그 나무는 크기가 자그마한 소나무였는데 그 소나무 줄기 끝으로 '송화'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들여다 봤죠.
소나무는 우리민족의 나무와 같이 온갖풍상을 다 겪으며 우리와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나무라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를 대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마도 우리들 DNA속에는 소나무가 흩뿌린 물질들이 각인되어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소나무는 '테르펜'이라는 휘발성물질을 가지고 있다가 자신의 주변으로 이 물질을 날린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런 물질들은 주로 편백이나 소나무 같은 침엽수에 많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 테르펜이라는 물질 속에는 우리 인체에 좋은 '피톤치드'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테르펜은 싱그러운 향기와 살균살충 기능까지 갖추어
사람들의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정서적인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가 울창한 숲에만 가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던 것인데
특히 체내분비를 촉진하고 육체적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소나무 예찬론자들은 주장한다고 합니다.
얼마전 소실된 숭례문의 건축자재가 바로 이 소나무로 지어진것은 우연이 아니고
우리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던 나무이자 살균방충 역할까지 하고 있는 목재여서
남대문과 같은 樓를 건축할 때 주로 사용되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남대문을 드나들었던 옛사람들의 심성이 고왔던 것은 순전히 소나무 덕분이었던 같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요즘 지어지는 건축물들은 대부분 콘크리트를 비벼 만든 건물들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정서가 너무도 메마른 것 같고 무엇을 결정할 때도 쉽게 즉흥적으로 하는 것은 아닐까요?
얼마전 숭례문소실이 국민적아픔으로 번지자 문화재청에서는 이 건축물을 3년안에 복원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문화재청이 발표한 내용은 정말이지 문화재들을 잘 모르고 한 소리였더군요.
숭례문을 재건축할 소나무를 구할 수 있는지는 그 다음문재라 하더라도
150년 이상된 소나무를 구한다해도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하여 3년동안 건조를 해야한다는데
이 정도면 문화재청이라는 곳이 어떤 사람들이 일을 했던 곳인가를 알만 합니다.
우리들의 정서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문화재 관리를 했던 것이고
그들이 근무하던 곳이 콘크리트로 지어 둔 사무실이어서 정서가 고갈되었던 것인지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봄'을 재촉하는 우수가 다가왔고 곧 경칩이 다가옵니다.
입춘의 절기는 이렇듯 변화들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한 성과물을 가지고 세상에 나타납니다.
우리네 삶을 결정해 주는 정치적 움직임들도 너무 급작스런 변화는 옷깃을 여미게 할 뿐입니다.
얼마있지 않으면 송홧가루 날리는 '잔인한 계절'이라는 4월이 다가올 텐데
그때도 여전히 소나무는 제 자리를지키며 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들도 소나무와 같은 절개를 갖춘 사람들을 선택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면 볼수록 기분좋아지는 소나무가 피워대는 테르펜이나 피톤치드 처럼
우리들이 잘 알수도 없는 가운데 기분 좋아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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