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저...'농림부장관'되고 싶어요!...
-아름다운 호박이 있는 농촌-
아래의 호박들은 그 모습들이 너무도 앙증맞고 귀여워 한입 덥석 깨물면 너무도 맛있어 보인다.
호박이 호박답지 않고 마치 과일을 닮은 이 호박은 호박이라고 하면 믿지 못할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뭇사람들을 현혹하는데
이 호박들은 먹지 못하는 관상용호박이다.
그러니까 눈으로 보며 즐기는 호박이지 먹을 수 없는 호박이다.
아무렴 먹지 못하는 호박일까만 이 호박으로 조리를하면 정말 맛없는 호박임을 알 수 있다.
호박은 꽃 조차 홀대를 받으나 그 맛은 가히 호박다운 맛을 보이건만
이 호박들의 맛이란 정말 '아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호박에 금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못하는 것 처럼 이 호박이 제아무리 예뻐도 속맛은 형편없던 것인데
이 호박의 출처가 궁금하여 춘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아우에게 이 호박의 출처를 물었다.
그랬더니 이 호박은 독일에서 돌아 온 한 지인으로 부터 받은 씨앗을 발아시켜 키운 것이라 했고
이 호박이 자라는 모습을 본 동호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호박씨를 자신의 농장에 심고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아우는 이렇게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하여 농가의 수입원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며
장차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자신도 이런 농사를 통해서
우리 농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6년째 소작농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으며
농사를 지어서 생활을 유지하기란 너무도 힘들어서 제수씨는 날품을 팔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에 제수씨가 날품이라도 팔지 않았다면 그 조카들의 교육은 커녕 생계조차도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담박에 알 수 있었는데
그가 술이 취한 다음에 토로한 말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형님...저...농림부장관이 되고 싶어요!..."
나는 아우님의 말을 듣고 피식 웃고 말았지만 되돌아 보면 그가 한 말의 속 뜻은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이 아우는 동학혁명과 같은 농민들의 난을 이제야 겨우 이해 하겠다는 말을 했다.
농민들의 마음을 너무도 모르는 정부의정책들에 대한 하소연이었고
이 아우는 농사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농업을 일으켜 보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농업에 뛰어 든 것이며
그 햇수가 벌써6년이 되었는데 신기루 조차도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우님은 술이 거나하게 취했고 나는 그의 면전에 대고 대뜸 말했다.
"...야!...정신차려!...농림부장관이 되면 아우같은 농부들이 없을 거 같아?..."
"...아니...형님...무슨놈의 장관이 농촌의 현실도 모른 데서야 말이 됩니까?..."
'...안들...무슨대책을 세울 수 있느냐고..."
그가 농촌에서 6년을 뼈빠지게 소작농으로 일하며 깨달은 건 다름이 아니다.
정부나 그 하부조직들이 농촌의 실상을 잘못 알고 있거나 설령 알고 있어도 그 어떤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고
그가 특용작물을 통하여 지원 받고자 한 영농자금 조차도 알만한 사람에게만 지원되더라는 것이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땅뙤기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 아우에 견주면 부농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영농자금이나 신기술을 적용시키면 그들을 지원한 공무원들의 실적이 눈에 띄는 것이라
전시행정이라는 말이며 농촌을 부흥시키는 것 하고는거리가 멀다는 지적이었다.
티비에 등장하는 대규모 하우스나 농장 등은 소작농들이 꿈도 꿀 수 없는 시설이었고
그런 시설을 소유한 사람들 조차도 빚을 내어 하는 농업이라 얼마 가지못해서 도탄에 빠진다고 하는데
농촌의실상을 부풀리는 사람들이 언론이며 그 언론들의 이면에는 농촌에 관계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농한기에 농사를 마다하고 시위에 나선 농부들은 정치인들이 부추기는 집회에 참석하고 목청을 돋구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면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고
농부와 농촌을 위한다는 '농촌공사'라는 곳도 이벤트만 벌이는 단체에 불과하여
그 이벤트에 참여한 농부들이 도지사나 국회의원을 찾아가 혼줄을 내는 꼴 사나운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그런 꼴사나운 일도 한번이면 족하지만
이상하게도 순진한 농부들은 정치인들의 꼬드김에 아무런 이득도 없던 과거를 금방잊고 그들이 유도하는 집회에 나가기도 하는데
농사보다 더 힘든 게 정치인들이 만드는 이벤트에 동조 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농촌을 지켜온 연로한 분들은 너무도 순박하여
이렇게 해야 된다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야 된다면 저렇게 하는 사람들이다.
아우님이 농림부장관이 된다는것을 가정한다면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정말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농사에 전념하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였다.
요즘 블로거뉴스의 이슈를 만들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곳에는 몇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들어 있다.
미리 말하자면 이 글은 차기정부의 정책에 동조한다거나 참여정부의 실정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못 보고 있는 정책의 단면만 비추고자 할 뿐인 것이다.
어차피 과거나 미래의 정부는 농촌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그 어려움 속에는 농민들의 한맺힌 사연 외에도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이 가져다 줄 폐해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는 작은정부를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부처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농촌진흥청과 같은 농민과 농촌과 직결된 관청을 폐지 또는 민영화 하겠다는 추진을 하고 있고 그 뜻을 굽히려 하지않고 있다.
이에 질세라 농촌진흥청은 폐지의 부당함을 통하여 농촌진흥청의 설립역사로 부터 그동안의 업적을 나열하며
농촌진흥청이 폐지되면 안된다는 당위성을 말하고 최근 8천명에 가까운 농부들의 상경 시위소식을 전했다.
농진청 소식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터라 나는 이 소식을 보며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마찬가지로 상경한 농부들의 손에 쥔 호소문이 적힌 현수막이나 피켓들은
하나같이 정교하게 인쇄한 것들이고 조직적인 집회이나 농민들의 관심밖에 있는 내용들이다.
뿐만아니라 이 농부들을 흥분하게 만든 것은 농촌진흥청을 폐지하려는 이명박 차기정부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기득권을 잃은 농촌진흥청 관계자들이 만든 정치적집회라는 인상이 너무도 짙다는 느낌이다.
무슨일이든지 규모는 있어야 될 것이나 한미FTA체결 반대시위 때도 그랬지만
그들의 시위가 일과성으로 그친 반면에는 정치적협상이 없었다고 말 할 수도 없는 것이
시간이 경과하면 이런 시위는 찾아볼래야 볼 수 없고 농민들의삶은 늘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한미FTA체결과 농촌진흥청의 폐지가 무슨관계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노무현정부가 가장 실패한 정책이 농촌의 정책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노무현정부 안에는 농민운동의 세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김근태의원이 있었고,
참여정부 초기 강원도 화천의 한 농민지도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근태의원
그는 참여정부 초기 농민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임모 목사의 출판기념식에 참여하여
농촌의 실상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한 메세지를 전달했으나 결국 FTA비준에 동의를 한 참여정부의 인사였다.
아마 이 당시에 농촌진흥청이나 농림부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 줄 수 있는 적임자가 나타났다고 환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불과 몇년 후의 일들은 농촌진흥청이나 농가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세월 저편으로 흘러가는 정권이 되고 말았고,
다수의 농부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농촌진흥청 조차 홀대를 받고 있는데
혹시라도 농촌진흥청이나 유사한 부처가 본업을 잊은 채 정치적으로 처신을 하지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농촌진흥청의 주장과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한미FTA체결 반대'운동은
농촌진흥청이 해서는 안되는 운동이아니라 진작에 목소리를 높여야 했던 운동이며
이 운동에는 농촌진흥청 뿐만 아니라 농촌공사 포함하여 전 농민 이익단체들이 끊임없이 주장을 해야 마땅했던 것인데,
하필이면 정권이 교체 될 시점에 맞추어 그것도 농진청이폐지된다고 하여 급조한 집회라는데 씁쓸 한 웃음이나는 것이다.
농진청을 폐지하지 않으면 한미FTA체결은 용서(?)한다는 뜻인지...
만약에 농진청이 폐지된다는 소식이 없다면 한미FTA체결와 같은 구호가 등장이나 했을 법하며
정권이 바뀌어 설 자리가 없던 참여정부의한 실세가 자신의자리가 보장이라도 되면
자신이 속한 참여정부에서 스스로 만든 이 법안에 대해서 감히 한미FTA체결반대라는 구호를 외칠 수 있었던가 말이다.
아우가 농림부장관이 되고 싶었던 것은 그의 순수한마음이 돋보인 포부였다.
농사를 지어보니 농촌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농촌의실상을 알고보니 농정이 형편없더라는 것이어서
농촌을 잘 아는 자신이 농림부장관이 되면 농부들과 농촌의 형편을 잘 헤아린 정책을 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농촌의 현실을 너무도 잘 알 것 같은 농촌진흥청...
혹시라도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서 철밥통이라는 환상의 밥줄을 거머쥐고 농촌을 잘못 돌보지 않았나 반성해 보시기 바란다.
위 그림의 저 호박들과 다수의 특용작물들은 아우님이나 동호인들이 스스로 개발한 특용작물이며
농촌진흥청의 도움을 빌리지 않은 작품들이다.
그들이 농진청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면 수익도 나지 않는 저런 관상용 호박이나 특용작물에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며
관청이 주도하거나 위정자들이 주도하는 집회에만 전념했을 것이다.
겉보기에 너무도 보기좋은 저 호박은 실제로 먹어보면 너무도 맛이없다.
오늘날 농촌이나 농부를 위한다는 정부나 부처들이 겉으로 뺀질하며 보기좋은 저 호박을 닮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시길 바라고,
통폐합되거나 폐지되며 민영화 된다고 해서 반드시 농민들이나 농촌을 위한 정책이 없어진다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차제에 어떤 모습으로 우리 농촌을 되살리려는 정책을 입안하더라도
다수의 소외된 농민들을 돌아보는 정책을 꼭 입안 하시길 바란다.
형님!...저...농림부장관이 되고 싶어요!...
이 말은 우리 농촌에 살고 있는 농부들이 가지고 있는 꿈이며
농촌의 실상을 너무도 모르는 정부와 부처들이 만든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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