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와 30초간 데이트
-brown-eared bulbul-
우린 너무 바쁘게 살고있는 나머지 바로 곁에 살고있는 이웃도 못보고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것일까요? 어제 오후 청계산 중턱에서 만난 직박구리가 그랬습니다. 녀석은 청계산에서 살고 있고 우리는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서로 자주 만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가끔 산행을 하다보면 멀찌감치에서 녀석의 존재 정도는 알고 있었고 녀석도 낮선 인간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한 저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사실 직박구리나 저나 인간들이 얼굴을 자주 본다는 건 불편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도시에서 가까운 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락 거리면서 조용하던 숲은 사람 발자국 소리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 게 틀림없으니 말이죠.
그러나 동물들이라곤 다람쥐만 겨우 모습을 나타내는 산에서 해를 끼치지 않는 무리들이 서로 어울려 살 수만 있다면 그것 보다 괜찮은 방법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청계산에 살고 있는 몸집이 아주 작은 박새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등산객들이 흘린 음식을 먹는 일이 잦아졌고 어떤곳에서는 아예 사람들이 내미는 음식물을 별로 경계심 없이 받아 먹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런 녀석들은 사람들이 산을 찾지 않는 날이면 심심할 뿐만 아니라 산에서 취할 수 없는 땅콩이나 과자 부스러기 등에 입맛을 들여 산새들의 본래 음식이었던 나무 열매 따위는 거들떠 보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재미로 녀석들에게 먹이를 주어서는 안될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청계산에 살고있는 여러 종류의 새들 가운데 직박구리는 박새와 달리 사람들 근처에서 눈에 띄기는 하지만 직박구리 처럼 노골적으로 구걸을 하며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데 어제 오후 녀석은 운 좋게도 제 카메라와 함께 약 30초간의 데이트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녀석과 제가 눈이 마주친 순간 녀석은 꽤 당황했을 터인데 제 모습을 예의 주시하며 포즈를 잡다가 몸을 이동하는 순간 휘리릭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녀석이 포즈를 취하고 자리를 뜬 시각은 찰라였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직박구리의 모습은 꽤나 우아했습니다. 참새똥을 연상시키리 만큼 이름은 촌스러웠지만 한파에 목도리를 두르듯 목에 두른 회색 점박이가 있는 회갈색 목도리 모습이나 짙은 갈색 깃털 사이로 삐져나온 털옷(?)은 귀품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렇듯 멋진 녀석과 30초 정도 데이트한 모습을 보시면 산행을 하면서 만나는 작은새의 모습을 통해 나의 모습도 자연 속에서는 그저 작은새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귀품이 느껴질 테죠? ^^*
녀석은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세계 경제의 침체가 청계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청계산 중턱에서 잠시 함숨을 돌리다가 눈 덮인 숲을 바라보는데 녀석의 모습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살금 살금 동작을 줄이며 카메라를 손에 쥐었습니다.
평소 녀석은 카메라를 손에 쥐는 순간 파다가 사라졌는데 녀석이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녀석과 거리는 약 5m도 안되는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숨을 죽이며 뷰파인더 속으로 녀석을 포착시켰습니다.
녀석은 산 아래에서 힘겹게 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2010년 1월 17일 청계산에는 먹을 게 동이나고 있는 모습이고
숲 속은 폭설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헉!...)녀석이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일까요?
그대로 앉아 고개를 홱 돌리는군요.
(흠...이유가 있어요. 날아가야 할지 말지...나도 당황했거덩요. 이렇게 가까이서 놀래키다니...ㅜ)
녀석의 곁눈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언제 파다닥 날아갈지 모릅니다.
녀석의 눈빛을 보니 결심이 보입니다.
(아저씨...빨리 찍으세요. 이제 5초만 보여주고 볼 일 보러 갈거예요.)
녀석은 정면으로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직박구리의 위풍당당한 모습입니다. ^^
셔터음이 부지런히 들리는 걸 녀석도 눈치를 채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우린 너무 오랜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었습니다.
(알긴...아시네요?...흥...)
녀석은 매우 도도해 보이는군요.
(흠...도도하다 마다요. 넷!...)
직박구리의 선명한 목줄이 근사한 겨울옷을 장만한듯 보입니다.
(빨리 찍어요...셋!...)
이렇듯 가까이에서 직박구리를 보고 있자니 ,
조류 촬영에 정신줄 놓고 사는(?) 포토그래퍼들의 심정을 알것만 같군요.
(그거...이제 알았어요?...세상에서 제일 멋진 동물들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우리거덩요. 둘!...)
녀석은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듯 짧은 데이트를 끝낼 결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욕심을 내어 자리를 이동하려고 걸음을 살며시 옮기자 마자 인정사정 볼 거 없었습니다.
(나 그럴줄 알았다니까요. 그만큼 보여줬으면 됐죠. 하나!...휘리릭!~~~)
녀석은 마치 카운트다운 하듯 제가 발걸음을 살며시 옮기자 마자 휘리릭 사라지며 마지막으로 남긴 모습입니다. 정말 잘 생긴 녀석이군요. 직박구리 brown-eared bulbul 참새목(―目 Passeriformes) 직박구리과(―科 Pycnonotidae)에 속하는 119종(種)의 아프리카·아시아산 조류(鳥類). '청색직박구리류'(greenbul)와 '갈색직박구리류'(brownbul)라고 불리는 조류를 포함한다. 몸길이가 14~28㎝이다. 활동적이며 소란스런 단조로운 색깔을 보이는 조류로 과수원에 해를 입히기도 한다. 직박구리속(―屬 Pycnonotus)에 속하는 47종 중 대표적인 조류는 몸길이가 18㎝ 정도의 회갈색을 띤 아프리카직박구리(P. barbatus:P. xanthopygos와 P. tricolor를 포함하기도 함)이다. 인도와 중국 남부가 원산지이며, 오스트레일리아와 플로리다 주 남부에 도입된 붉은수염직박구리(P. jocosus/Otocompsa jocosa)와 파키스탄에서 자바(원산지)와 피지 군도(도입종)에 분포하는 붉은배직박구리(P. cafer/Molpastes cafer) 등의 조류도 포함한다. 아프리카직박구리속(Phyllastrephus)의 22종은 아프리카의 열대에 흔하며 아시아 남서부에는 핀치부리직박구리속(Spizixos)이,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리까지에는 흰목직박구리(Criniger flaveolus)가 분포한다. 몸길이가 25㎝ 정도로 큰 종 중의 하나인 검은직박구리(Hypsipetes madagascariensis/Microscelis madagascariensis)는 마다가스카르, 인도양 군도, 아시아 남부에서 동쪽으로 타이완에 걸쳐 분포하는데 회색과 흑백을 띠는 종류가 있다.<다음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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