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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첫사랑 떠 올린 '폭설 속' 우편 배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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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떠 올린 '폭설 속' 우편 배달부
- 눈폭탄 속 배달 나선 '우체부' 오토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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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여러분들 께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어떤 것인지 기억하고 계시는지요?...까마득히 오래된 제 기억 속에는 아직도 그 감동적인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사춘기 때 아무나 겪는 지독한 열병인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그 사랑은 무색무취 하나 제게 숨겨진 오감 일부를 간지럽히며 흥분하게 하여 마침내 그 상태가 사랑의 열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주의 별과 별을 잇는 매개체 같은 한 통의 편지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제 가슴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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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지 봉투는 분홍빛이었으며 편지지도 분홍빛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쓰여진 깨알같은 글씨는 녹색 잉크로 여학생이 남학생인 제게 보낸 '사랑의 편지'였습니다. 이름하여 '분홍빛 러브레터'였습니다. 아마 그녀도 지금쯤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겠지만 그녀는 제게 첫사랑이었던 것이며 그때 그 편지를 뜯어보던 그 심정을 말로 표현하라고 하면 도무지 형용 할 수 없을 정도인데, 굳이 그 느낌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그냥 '분홍빛'을 닮은 그저 촌스러운 모습일 뿐입니다. ^^
 
그때 제게 첫사랑이었던(우린 정말 손 밖에 잡아보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남들은 키스도 해 봤다는데...ㅜ ^^*) 그녀는 분홍빛 편지지에 초록색 글씨로 또박 또박 써 내려간 글 속에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으나 일부만 소개해 드리면 이렇습니다. (인터넷 버전으로 옮길 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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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미랑님! 지금은 제가 싫어하는 수업시간이예요. 교수님은 앞에서 열심히 강의하고 있지만 저는 보라미랑님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그저께 공원에서 만났던 시간 너무 행복했어요. 지금 이 시간에도 보라미랑님 생각외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요. 저는요. 이 다음에 바닷가에 조그만 집 하나 지어놓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꿈을 꾸고 있거덩요. 요즘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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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런 편지를 받아 본 남성들 같으면 시쳇말로 뻑 갈 수 밖에 없었고, 그녀의 편지를 읽는 순간 "흠...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이 편지를 제게 전해준 사람은 다름아닌 저의 형수님이었고 자칫 동서가 될 뻔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포스팅의 내용과 같이 우리는 편지를 주고 받던 이후 현재 까지 서로의 소식에 대해 전혀 무관심 하며 살다가, 나흘전 서울에 폭설이 쏟아지던 날 폭설속에서 오토바이로 배달에 나선 우체부를 만나면서 불현듯 떠 올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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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분홍빛 러브레터를 전해 준 사람은 우체부 였고 당시 우체부는 제게 우상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는 우체부 아저씨가 배낭을 어께에 매고 걸어 다녔지만, 요즘은 오토바이로 다닌다는 것과 함께 그나마 인터넷 수단의 등장으로 '전자메일' 등으로 연락수단이 바뀌어 우체부 아저씨들의 할 일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체부는 택배 물건을 나르는 한편 각종 고지서 등을 배달하고 있는데, 서울에 폭설이 쏟아지던 날 대부분의 교통수단들이 멈춰 서거나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고, 특히 2륜차의 경우 운행 자체가 매우 힘든데, 폭설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제 앞으로 우체부가 힘겹게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지나치는 모습이 저를 감동 시키며, 오래전 부터 제 가슴속에 숨어있던 애뜻한 감정을 슬슬 건드리며 저를 깨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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