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금슬좋은 가마우지'와 메일 한통

파타고니아의 '금슬좋은 가마우지'와 메일 한통

오늘 아침 한통의 메일이 날아 왔습니다.
발송인은 오스트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국내에서 오랜동안 후학들을 가르쳐 온 한 지인이었습니다.
그가 보내 온 메일 속에 지금 흐르는 'Take Me Home '라는 아름다운 곡이 실려있었습니다.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아침에 이 음악을 들으며 제가 아껴 두었던(?) 사진이 떠 올랐습니다.
그 사진은 남극이 지척에 있는 파타고니아 비글해협에 사는 특이한 붉은눈 가마우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이 가마우지를 만나면서 느꼈던 것은 두어가지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은 너무도 청정한 곳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물속에 널린 물고기들을 아무때나 잡아 먹을 수 있는 곳인데,
 
최근에는 이곳 주변에 사람들이 자주 출몰하면서 이들의 생활터전이 위협받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이들이 거주하는 바닷가 언덕위의 둥지는 불안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도 착하고 순진하며 부부의 금슬이 좋아 보여서
가난한 우리이웃의 금술좋은 부부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도 사회적 신분이 분명한 것 같아서
어떤 가마우지는 둥지 같지 않은 둥지에 몸을 부비며 살고 있고
어떤 가마우지는 제법 근사한(?) 둥지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둥지에 살던 오손도손 정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이 음악을 들으면서 떠 올랐습니다.

극지방 가까운 곳에 사는 이 가마우지들은 작은섬 해안에 수십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서 살고 있었는데
그들이 살고 있는 둥지를 자세히 보면  둥지가 해초류와 그들의 배설물인 '구아노'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 근처에 접근하자 배설물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촬영을 하고자 이들 가까이 접근해도 도망도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조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구아노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바 이 희귀한 種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 바닷가 언덕에서 인간들 보다 더 오랜세월을 살아 오면서 자연과 함께 살아 왔는데
그들이 돌아 갈 곳 또한 이곳이라 생각하니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던 것은 전혀 욕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과
부부가 너무도 금슬이 좋아 보였다는 것입니다.

수컷이 연체류나 갑각류의 오징어나 물고기들을 사냥(잠수)하러 나간 사이 암컷은 둥지에서 알을 품고 그들의 2세를 키워 나가고
물속에서 잠수를 하면서 사냥을 하고 있을 수컷은 저 둥지로 갈 생각밖에 없고
둥지에서 그를 기다리는 암컷은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텐데,

너무도 평범한 이 모습과 음악이 떠 오른 것은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오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부터 입니다.

이틀전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에 한 블로거가 아내의 실종을 송고해 오면서
그가 아내를 찾고자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뉴스를 타고 전해 지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누구하나 안타까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한결같이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 했는데
요즘 뉴스를 접하면서 의외로 이와 유사한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웃들의 불행이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세상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이들이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이유도 모른 채 가출하고 도 실종된 이웃들이 주변에 너무도 많습니다.

저는 그들 모두가 하루속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거나
가족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족과 가정이란, 사회의 작은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연을 안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돌아갈 수 없는 알 수 없는 여건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되돌아 가야 할 작은 공간인데,
 우리사회는 이들 가족과 가정을 쉽게 허물고 있는 구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아무런 욕심도 없이 살아가고 있어 보이는 저 가마우지도 우리와 같을까요?...
가난한 가운데 욕심없이 금슬좋게 살아가는 우리이웃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작은욕심이 가리고 있는 금술...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한주... 집으로 돌아 갈 때 마다 신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
나들이 한 가족을 위해서 건강하게 돌아오길 기도하는 귀한 시간이었으면 하는 아침입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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