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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수의 '자살' 슬픈 건 마찬가지
기쁜소식을 찾아 보려고 뉴스를 뒤적 거리다가 눈길을 끄는 소식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 거렸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무거운 소식을 들고 나간다는 건 신물나는 정치 이야기 보다 더 무거운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되짚고 가야 할 것 같아서 한 사형수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알아 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연쇄살인범 정남규였고 그의 끔찍한 범행은 위키백과에 등재될 정도로 우리사회를 힘들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백과 등에 따르면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13명의 시민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었습니다. 2004년 1월, 경기도 부천시에서 초등학생 윤기현(11세)과 임영규(10세)를 납치 성폭행 한뒤 살해한 것을 비롯하여,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일대(주로 서남부 지역)를 돌아다니며 심야에 귀가하는 여성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거나 거주지에 침입하여 살인과 방화를 함께 저지르는 등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년여간 총 25건의 강도상해와 살인 행각을 벌여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2007년 4월 사형이 확정됐습니다.
정남규는 우연찮게도 2006년 4월 22일에 한 남성과의 싸움으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자백에 의해 유영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던 이문동 전위선(24세) 여인 살인사건의 진범임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2006년 6월 7일에 구속 기소되어, 9월 21일에 정남규는 성폭력여성피해자보호특별법률처벌위반으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2007년 4월 12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현재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사형은 단 한건도 집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고 2009년 현재, 정남규 포함 60명의 사형수가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어제(22일), 정남규는 서울구치소 내 1평 남짓한 4.0㎡ 규모 독거실 내에서 목을 맨 상태로 21일 오전 6시35분 교도관에게 발견됐고, 그는 쓰레기 비닐봉투로 끈을 만들어 105㎝ 높이의 TV 받침대를 이용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정남규의 이런 모습을 발견한 구치소 측은 곧바로 외부 병원으로 옮겼지만 정남규는 22일 오전 2시35분 숨졌다는 소식입니다. 의료진의 1차 소견은 저산소증(뇌 손상)과 심장쇼크로 나왔으나, 법무부는 다른 요인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는 통상적인 사망사건의 마지막 절차 모습입니다.
정남규가 자살을 위해 비닐끈으로 목을 메지 않았다면 그의 끔찍한 범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저만치 멀어져 있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가 사형집행이 아닌 구치소 내에서 자살의 모습으로 다시금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그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수감전 범행을 위해 들었을 도구도 없었으며, 우리는 그의 존재조차도 잊어버린채 하루 하루 살아가는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정남규 포함하여 60명에 이르는 사형수를 격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고사건은 줄을 잇고 있었으며, 범행의 모습은 이루 표현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갈수록 끔찍해 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적인 사건 등의 범행동기를 살펴보면 단순히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재산을 노린것과 같은 범행이었고, 보험금을 노린 살해 행위 등이 만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살해 모습이어서 더더욱 살해행위의 결과가 무섭게 느껴진 것입니다. 모두 돈 때문에 저질러진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한편 정남규의 범행을 종합해 보면 주로 여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 하게 했던 어린이 성폭행 살인 등과 같이 그 결과를 놓고 '화학적거세'등으로 범인들의 주거를 제한하는 동시에 성적충동을 억제하는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모두 사후약방과 같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같이 뒷북을 두드리는 모습과 다름없고, 사건의 원인을 제거하는 모습과 매우 동떨어진 모습입니다.
최소한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로 어떤 방법으로든지 살인은 저질러 왔고, 방법은 다를지라도 성폭행과 같은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질러 왔습니다. 개인이 개인을 살해하는 모습과 더불어 전쟁을 통한 대량 학살 등이 살인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게 그 모습일 것입니다. 그들 대부분의 살해 동기 내지 학살 동기 뒤에는 정치적 이익이 다수였고, 소수의 살해행위가 빈번한 사회조차 사회적 이익 분배에 따른 불만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컨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회의 소득격차나 신분격차에 따른 불만 등은 아무런 죄도 없는 연약한 어린이나 부녀자에게 화풀이가 되거나 아니면 갈 곳없는 사회구성원이 폐쇄된 공간에서 불필요한 상상을 증폭 시킨 건강하지 못한 사회구조가 그 원인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어느 사회나 이런 모습은 존재해 왔던 것을 감안하고 범죄자를 사회로 분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교도행정을 통해서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느꼈던 절망적인 생각들을 다시 희망적으로 바꾸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형제도가 10년 넘게 사실상 폐지되었다고 하고 범죄자 다수가 구치소를 들락 거리며 교도행정을 이수(?)했다고 하나 여전히 그들은 전과를 더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현재의 교도행정이 단지 인신을 일시적으로 구속하는 폐쇄적인 공간일 뿐, 그들이 다시금 사회의 일원으로 나갈 수 있는 조치는 여간 미흡해 보이지 않는데, 특히 사형수 등 중범죄들에 대한 구치소 내부의 대우(?)는 일반 수감자들과 달리 사실상 희망을 모두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체로 일반 수감자들의 경우 구치소 내에서 수감이후를 대비한 자활훈련 등을 받는 것과 달리, 중범죄자들은 주로 독방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다른 수감자들에게 범행수법 등을 전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런 모습은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되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죽게 내버려 두는 것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어제 자살로 삶을 마감한 연쇄살인범 정남규의 자살 동기는 '사형집행의 두려움'이 아닌가 하는 일반의 예측이 무성하지만, 원인은 제쳐두고 사회적으로 냉대 받을 수 밖에 없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가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지울수가 없습니다. 사형제도 존폐에 따른 여러 주장들이 있지만, 사형제도 폐지의 긍정적인 면을 되새겨 보면 보다 흉악한 범죄를 막는 장치는 우리사회가 보다 건전한 구조로 바뀌어야 함은 물론, 교도소 내의 교도행정이 보다 더 희망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남규의 범행에 따른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그를 도무지 용서할 수 없겠지만, 그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원한이 풀렸다고도 볼 수 없는 것은, 우리 사회 구조가 인과응보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가는 살벌한 사회가 아니라, 실수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매일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남규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듣고 그 또한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것과 함께 매일 혼자서 독방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를 되새겨 봤습니다. 정남규의 노트속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 문제가 다시…", "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
그는 여전히 살고 싶어한 한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대하며 슬픔을 느낀 건 사실이었지만, 결코 눈물을 끄집어 낼 정도로 그를 동정하지 못하고 있는 냉혹한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형수와 함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우리 사회의 슬픈 모습이 오버랩되고 있었고, 정치적으로 우리 사회를 황폐화 시키는 것도 모자라 온 국토를 황폐화 시키는 특정인들의 경제살리기가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해야하는 일이고 정치인들이 떠 맡아야 할 몫이자, 신물나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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