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 보냈던 잊혀진 가을 명소
가을이 어느덧 10월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눈소식이 들리는 순간 곧 겨울 소식이 다가오겠지요.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입니다. 가을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로 치닫고 있으니 말이죠.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잊고 사는 것도 참 많은데 여러분들은 깊어만 가는 가을에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 한군데 쯤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어떤 기억들은 너무도 아픈 기억들이어서 평생 떠 올리고 싶지 않겠지만, 10월의 마지막 밤과 같이 낭만적인 밤이 없었드라면 어쩌면 영원히 가슴속에 가시처럼 남아 무시로 아픔을 만들었을 아픈 기억을 뒤로 하고, 다행히도 가슴벅찬 환희를 만끽할 수 있었던 잊혀진 가을 명소 하나 꼭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은 도로사정이 너무 좋아 서울에서 강원도 동해 방향으로 이동하기가 너무 쉬워졌고 귀경길 또한 잘 만들어진 도로 때문에 속초나 주문진 등지를 다녀오는 시간도 짧고 편리해 졌습니다. 따라서 요즘처럼 단풍이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는 때라면 단풍객이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늦은 저녁이면 단풍구경 실컷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부지런 하면 가까운 산행 후 동해산 생선회 맛을 보고 와도 충분한 시간이죠.
하지만 불과 몇해전만 해도 한계령이나 미시령이나 진부령을 너머 동해로 진출한 후 귀경길에 오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동해의 어느쪽에서든지 태백산맥을 넘어야 했고 한계령이나 미시령 진부령을 넘는 것도 넘치는 차량 때문에 뭉기적 거리기 일쑤였고, 겨우 고개를 넘었나 싶으면 인제나 원통지역에서 부터 정체된 차량들은 경춘가도에 줄줄이 서서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었습니다. 씨디를 열어 음악을 듣고 라디오를 켜고 군것질을 하는 등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도 정체된 자동차 속은 피곤을 가중 시킬 뿐이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샤워라도 하고 싶지요. 그렇게 미사리를 통과할 때 쯤이면 8시간이 소요된 때도 있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강원도의 단풍 구경 등 가을나들이를 나설 때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생각이 '차는 잘 빠지려나?'하는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경험이 있었겠지만 도로사정이 이렇듯 답답하면 운전자들은 너도 나도 지름길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때 기억 저편에 있던 한 도로를 떠 올릴 텐데요. 그 도로는 제가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던 잊혀진 가을 명소 구룡령입니다.^^
구룡령은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서 홍천군 내면 명개리로 이어지는 56번 국도인데요. 양양에서 한계령으로 접어들면서 좌측으로 꺽어지는 길을 접어들면 떡마을로 유명한 '송천 떡마을'을 지나 갈천약수터가 있는 갈천리 까지 호젓하고 환상적인 드라이브길이 펼쳐지는데요. 10월이 다가는 요즘 이 길을 단 한차례라도 지나치면 두고 두고 잊지못할 만큼 아름다운 길이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구룡령이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는 고려중엽 (양양 서면)갈천리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이 어릴때부터 개를 기르며 살았고 어머니에게 효성이 지극하였는데, 산너머(명개리 창촌 방향) 아름다운 처녀가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처녀에게 장가를 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게 된 개(?)가 길을 안내하여 처녀를 데려오는데, 홍천의 동네 총각들이 몽둥이를 들고 뒤를 따라 왔으나 짙은 구름이 끼여 양양의 노총각은 무사히 이 처녀와 장가를 가게 되고 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이야깁니다.그 이후로 이 길을 개가 안내하여 장가를 간 길이라 하여 '구운령 狗雲嶺'이라 하였다는 믿기지 않는 전설이 전해 집니다.
하지만 구운령은 고려시대까지는 전혀 길이 없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조선시대 말까지도 젊은 청년 30명이상이 되어야만 넘어가던 길로 항상 산적이 많았으며, 일제강점기 왜인들도 이 길을 감히 넘지 못하였다고 전해지며 백두대간의 험준한 산새만 봐도 이곳에 산길을 낼만한 형편도 되지않아 보이는 곳입니다.
그러나 어느때 부터 구운령은 '구룡령 九龍嶺'으로 불리게 되었는데요.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56번 국도를 만들며 뚫어놓은 구비구비 고개길은 마치 아홉마리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형상에서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구룡령은 미시령이나 한계령과 진부령과 달리 동해 북쪽에서 서울방향으로 갈 때 인제나 원통에서 길이 합쳐지지 않고 명개리 창촌에서 영동고속도로 속사IC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므로, 비록 지름길은 아니지만 가울 풍광을 즐기거나 호젓한 드라이브길로 자주 이용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구룡령도 갈천리에서 현리로 이어지는 새 도로가 뚫려 금년 부터는 이용객들이 거의 없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갈천리에서 모첼이나 민박을 하시는 분들의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고, 유명한 갈천약수를 찾는 사람도 뜸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갈천리에서 잘 포장된 구룡령을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면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던 잊혀진 가을 명소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잎이 기억 저편에 있던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식탁에 올리듯 피어나고 있고, 가슴 한편을 찌르던 아픔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가막힌 명소로 둔갑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새 구룡령 정상이 눈 앞에 보이는군요. 구룡령이 기막힌 장소로 둔갑하는 건 단지 구비구비 고개 곁을 수놓고 있는 가을 단풍들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 구룡령에서 바라보는 까만 밤하늘에는 온통 별들 밖에 보이지 않았고, 뽀얀 은하스 너머로 가슴 아프게 하던 추억들이 사라지는 한편 폭포수 처럼 쏟아지는 별들이 가슴 가득 풍성한 선물로 채워졌으니 말이죠. 흠...상상이 되시나요? ^^
10월의 마지막 밤 보냈던 잊혀진 가을 명소
사진첩을 꺼내 볼 때 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던 잊혀진 가을 명소는 생각만 해도 늘 뇌리속에 뚜렷이 각인된 저만의 가을 명소지만 아마도 여러분들이 이 길을 찾아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면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가을의 명소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믿기지 않으신다구요? 딱 한차레만 방문 하시면 명소로 둔갑하며 곁에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할 장소가 될 것입니다. 아직 10월의 마지막 밤은 이틀이나 남았군요.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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