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없는 '닭백숙' 맛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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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 옆에서 끓인 '닭백숙' 맛은 어떨까?
-양념 없는 '닭백숙' 맛은 어떨까?-

양념없는 닭백숙을 생각하면 우선 국물의 간이 맛지않아 싱거울 것 같을 뿐만 아니라 백숙을 소금에 찍어먹는 버릇을 가진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의아해 할 것 같습니다. 보통 닭백숙을 만드는 레시피 속에는 된장이라든지 소금은 적당량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설령 양념이 되지 않은 닭백숙이라 할지라도 백숙이 완성되면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섞어둔 소금에 완성된 백숙을 먹기좋게 찢어 소금에 찍어먹습니다.

하지만 강원도 강릉시 소재 삼산3리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불리우는 부연동에서는 닭백숙을 고을때나 먹을 때 소금 등 간을 할 수 있는 양념은 전혀 넣지 않았습니다. 그 현장 모습을 공개하면 이런 모습입니다.

양념 없는 닭백숙이 조리된 곳은 부연동의 부연천인데요.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동안 추억 삼아 임연수 장작 돌구이를 해 봤는데요. 포스팅(연어 대신 '임연수'로 만든 장작 돌 구이)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것도 그랬지만 맑은 천 옆에서 불을 피우는 모습은 권장할만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부연동으로 야영을 오시는 분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장작불 등을 피울 수 있고 저도 그런 절차를 통해 구이를 시도했지만 스스로 적절한 방법이 아니란 결론을 내린 후, 그 자리에 버너를 놓고 닭백숙을 끓일 요량으로 천에 널려있는 돌을 줏어 바람막이 화덕을 만들고 등산용 버너를 펼쳤습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토종닭을 기르시는 분이 양계장에서 저희를 위한 희생재물(?)을 고르는 한편 순식간에 털이  모두 뽑힌 닭한마리가 큼지막한 냄비에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물만 적당히 부어 끓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냄비속에 들어간 재료들을 보시면 낮선 재료가 보이시죠? 보통 닭백숙 요리에는 백숙의 맛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료들이 들어가는데 마늘과 밤 대추 인삼 엄나무 생강 통후추 구기자 녹각 등을 적당한 비율로 생닭과 함께 끓이거나 필요에 따라서 찹쌀 등을 넣어 닭죽을 만들기도 하죠.

 
하지만 양념없는 닭백숙의 특징은 소금간 등을 하지않고 이곳에서 흔한 '당귀' 한뿌리를 넣는 게 전부였습니다. 아울러 부연동에서 딴 자연산 표고버섯 밖에 눈에 띄지 않더군요. 닭백숙 국물맛 때문에 소금의 유혹을 느낀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맛은 괜찮겠느냐고 물어봤더니 닭백숙 요리를 준비해주신 아주머니는 한마디로 유혹을 거절했습니다.

"ㅎ...일단 잡숴봐요...^^"

닭백숙으로 사용된 토종닭 크기는 중닭 보다 더 큰 닭이어서 냄비에 부은 물이 적어보여 닭이 전부 잠기게 물을 더 부었는데 이때 사용된 물은 부연천 물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부연동에 머무는 동안 식수로 사용할 물 대부분을 부연천의 맑은 물을 사용했는데요. 물 맛은 달짝지근하다고 표현해야 하나요?

아무튼 달콤한 물이었죠. 물에 몸을 담그면 마치 보디샴프를 풀어놓은듯 미끈거릴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 냇물이 닭백숙 맛을 배가 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닭백숙에 사용된 냄비는 오래되어 뚜껑이 잘 맞지도 않았는데 도랑 옆에서 아무렇게나 사용하는데는 안성맞춤이더군요.

버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토종닭의 기름을 분해할 즈음 당귀 등 속재료들도 함께 끓기 시작했습니다.  당귀가 난리가 아니네요. ^^

휴가를 떠나기 전 솔직히 닭백숙이 먹고 싶어서 안달을 했는데 시중에서 사 먹어도 되고 집에서 해 먹어도 되었지만 야영을 하면서 이런 모습으로 푹~고은 닭백숙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고 싶었는데 냄비속에서 보글 거리며 끓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뙤약볕 때문에 땀은 절로 나더군요.

 한 소끔 끓이다가 냄비위로 떠 오른 기름을 걷어내고 다시 끓이기를 반복한 시간이 1시간은 족히 된 것 같았는데 어느새 부연천 주위로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그 냄새 속에서 당귀의 향긋한 냄새가 백숙의 고소한 맛과 더해져 아침을 굶은 저를 마구 마구 자극하고 있었죠. 상상 되시죠? ^^

아마도 요리 블로거가 양념없는 닭백숙을 포스팅 하면 보는 것 만으로도 침을 삼키게 할 텐데 개울가에서 끓이고 있는 닭백숙 그림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매우! 매~우 궁금 합니다. ㅎ

드디어 마침내 이윽고...냄비속에서 끓는 모습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건져낸 양념없는 닭백숙 모습입니다. 아마 사진을 통해서 보시면 좀 덜 고은것 같이 보이실지 모르지만 속 까지 알맞게 잘 익은 모습입니다. 포스팅 중에도 사진을 보니 침이 꼴깍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군요.(맛.있.겠.다! ^^)
 
그런데 큰 접시 대용으로 가져온 냄비 뚜껑이 영~말이 아니군요. 녀석을 보기좋은 접시위나 뚝배기 위에 담아두면 한결 보기좋았을 텐데 말이죠.

아무튼 접시 대용으로 냄비 두껑에 올려둔 닭백숙이 그럴듯한 포스로 시각을 자극했습니다.

안사람을 시켜 닭다리 하나를 집어들게 했더니 이런 모습입니다. 차마 모짜렐라 치즈 처럼 부드럽게 쭈욱 늘어지며 입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상상에 맡기는 게 훨씬 더 미각을 자극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훗 ^^

양념없는 닭백숙 맛은 어땟냐구요? 저도 슬그머니 걱정을 했지만 전혀 싱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아주머니가 한번 잡숴바라고 말한게 틀림 없었습니다. 희한하게 간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닭백숙의 담백한 닭고기 맛과 당귀향이 적절하게 조화된 기가막힌 맛이었죠.

닭백숙 국물맛이나 살코기 맛 또한 당귀향과 토종닭의 고소함이 벤 일품이었는데 국물 일부는 야영중에 최고의 맛을 내는 라면 끓이는데 사용했습니다. 고급 닭백숙 육수로 끓인 라면 맛은 또 얼마나 환상적인지 뭐라 형용할 수 있는 표현이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부연동 골자기의 푸른 숲과 티없이 맑은 파란 하늘과 부연천의 수정같이 맑은 물 속에 녹아든 오대산의 정기 모두가 닭백숙 속으로 스며들었다고나 할까요? 도시의 아파트 속에서 끓여먹는 닭백숙이나 라면이 가질 수 없는 자연의 재료가 듬뿍 담긴  양념없는 닭백숙 맛은 여행을 다녀온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 침샘을 자극하고 있네요.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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